드디어 통과된 우주항공청법, 대전이 얻은 3가지

심규상 2024. 1.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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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연·천문연 잔류, 우주산업클러스터 기능 강화... 우주항공청 입지, 총선서도 쟁점 될 듯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우주항공청 설치법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66인 중 찬성 233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 남소연
 
'한국판 나사'(NASA, 미국 항공우주국)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법안이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대전 지역은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소속·입지 논란 끝에 최종적으로 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우주항공청 직속기관으로 대전에 잔류하게 됐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상에서 대전이 패싱됐다는 우려 또한 가라앉은 모양새다. 지역에서는 이참에 경남 사천으로 기울고 있는 우주항공청 입지 문제도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는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아래 우주항공청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9일 오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정부와 야당이 관련 법안을 제출 또는 발의한 지 9개월여 만이다. 최종 통과된 법안에는 ▲연구기관 직속화 ▲항우연·천문연의 인위적 이전 방지 ▲우주산업 클러스터 기능 강화가 명시됐다. 

논란 끝에... 우주항공청 직속화·인위적 지역 이전 방지

정부는 지난해 4월 우주산업의 성장·발전을 위한 우주항공청 설치를 골자로 특별법을 제출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우주전략본부설치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우선 우주항공청의 위상과 기능에서 차이를 보였다. 정부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차관급 외청을 설치해 독립성·전문성을 위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었고, 민주당 안은 국가우주위원회 산하 상시 조직으로 장관급 전략본부를 설치해 권한을 부여하자는 내용이었다.

두 법안은 기존 항공우주연구원(향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의 소속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정부안은 우주항공청을 기존 연구기관인 항우연·천문연과 분리하자는 의견이었다. 우주항공청 출범 후에도 항우연·천문연은 과기부·NST(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에 두고, 우주항공청 기능은 복수의 임무센터로 분산시키자는 안이었다. 민주당은 기존 연구기관의 우주항공청 직속화를 주장했다.
 
 한국천문연구원
ⓒ 한국천문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노조 등 현장 연구원들은 정부안에 대해 '국가 우주 역량 해체'라고 반발하며 민주당 안을 지지했다.

결국 위상·기능은 과기부 산하 우주항공청으로, 기존 연구기관(항우연·천문연)은 우주항공청으로 직속화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2월, 다시 연구기관 직속화를 법에 명시하지 않고 부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막판 법안 통과가 지연되며 난항을 거듭했지만 결과적으로 '연구기관 직속화'가 명시된 상태로 이날 법안이 통과됐다.

조승래 "대전 포함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안 확정됐다"

신설되는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천문연의 관계는 소속 문제만이 아니라 입지 문제로도 이어진 바 있다. 두 연구원은 현재 대전 유성구에 있다.

연구 현장에서는 정부가 우주항공청을 기존 연구기관과 분리하려 하자, 추후 항우연과 천문연을 자연스럽게 해체한 뒤 인위적으로 타 지역에 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실제 국회 안건조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우주항공청이 경남 사천에 설립되는 만큼 항우연도 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서 대전시와 경남도는 우주항공청 유치전을 벌였으나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항공우주청을 경남 사천시에 설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설치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과 해당 기관들은 기존 연구기관의 이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최종 통과된 법안에서는 '주된 사무소를 이전하려는 경우에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해, 항우연·천문연이 대전 외 지역으로 강제 이전되는 상황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우주항공청법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우주산업클러스터에 입주한 연구기관 등과 그 지원시설의 기능 특화·강화 및 집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이와 관련해 조승래 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갑)은 "대한민국 우주산업 클러스터는 대전을 포함한 '3축'(경남, 전남, 대전)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과 우주 분야 연구개발의 중심지인 대전을 배제한 클러스터 구상은 사상누각이라는 점을 지적해왔다"며 "그 결과 대전을 포함한 우주산업 클러스터 안이 확정됐다"고 해석했다.

경남 사천에는 전투기·헬기 개발 등 항공 분야 방위산업이 들어서 있고, 전남 고흥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가 배치돼 있다.
 
 한국한공우주연구원
ⓒ 심규상
 
이번 법안 통과를 계기로 대전지역에서는 우주항공청 입지 문제 역시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항우연 관계자는 "대전이 우주 분야 연구개발의 중심지인 만큼 우주산업의 제 기능을 위해서는 우주항공청 입지 또한 대통령 공약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국방과학연구소, 기상청 등이 대전 인근에 밀집돼 있는 만큼 입지 문제를 엄정한 잣대로 재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11일까지 14일 동안 산업계·학계·연구계·정부 전문가 100명에게 우주항공청 입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전과 세종권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67%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입자가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라는 답변은 16%, 입지 예정지인 경남 사천은 8%, 서울권이 7%로 나타났다.

우주항공청은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설립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우주항공청의 입지 논란이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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