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속실 필요하지만... 김건희 특검 면피 궁색"

박수림 2024. 1.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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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선 공약 2년 만에 뒤집기... 전문가들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박수림 기자]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월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선 공약으로 제2부속실 폐지를 세운 것부터 어리석었다." -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면피해보려는 궁색한 안으로 보인다."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제2부속실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전문가들조차 이번 대통령실의 재설치 검토 발표를 비판하고 있다. 제2부속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특검 면피용, 민심 수습용으로 졸속 설치할 경우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사라졌던 제2부속실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직후다. 당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연구했던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 공약으로 제2부속실 폐지를 세운 것부터 어리석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인 국가라면 '제2부속실'이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비록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영향력과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라며 "그 영향력을 공적으로, 투명하게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게 제2부속실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정치학자인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역시 "제2부속실 폐지는 일종의 포퓰리즘적인 판단에서 나온 공약"이라며 "김건희 특검법 대신 제2부속실 설치를 통해 면피 내지는 민심을 수습해 보려는 궁색한 안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제2부속실 설치 논의에 꼭 필요한 '이것'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착한 김건희 여사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3년 12월 11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69년 처음 신설돼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과 업무를 보좌하는 역할을 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1년 대선 후보 시절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 논란이 일자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면서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관련기사: "제2부속실 없앤다고 '영부인' 사라지나"...윤석열 발언 따져보니 https://omn.kr/1wj5h)

실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제2부속실을 폐지했고 지난 2년간 김건희 여사 일정은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 일부가 전담했다.

현재 대통령 배우자는 법에 그 지위나 역할, 권한 등이 명시돼 있지 않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에도 비서실 하부조직과 분장사무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정하게 돼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이러한 맹점으로 박근혜 정권 시절 제2부속실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를 수행하는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제2부속실을 다시 설치하더라도 "법률적 근거가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김은주 소장은 "법률적 근거 없이 단순히 제2부속실을 설치한다면 현재 대통령실 배우자 팀이 이름만 바뀌는 것과 다름없다"며 "설치와 함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해 대통령 배우자의 공적 활동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업무 수행에 들어간 예산은 얼마나 사용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국회 국정감사 시 입법부가 자료 요구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2부속실 설치와 법률 재정비가 함께 이뤄지면 정부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기에 공약을 뒤집더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특검 거부권 행사에 대한 대안으로 제2부속실 부활을 고민하는 것이라면 그저 제스처(흉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도 "제2부속실 설치를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나은데, 그것만으로는 큰 실효성이 없다. '대통령 부인 지원 조직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을 마련해 대통령 배우자의 활동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을 주고 국회가 투명하게 견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최순실 사건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핵심은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한 본질적인 논의"라면서 "야당 역시 제2부속실 설치 논의에 대해 계속 비판만 하기 보다는 잘 운영될 수 있게 건설적으로 투쟁하는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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