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디지털 치료기기 정식 처방 시작… '국내 최초'

서울대병원은 9일부터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기기를 정식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최초로 도입된 방식으로, 환자들의 편의성 증진과 개인 맞춤형 치료 및 디지털 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정식 처방하는 모습.[이미지출처=서울대병원]

디지털 치료기기(DTx)인 '솜즈(Somzz)'는 지난해 2월 국내 최초로 식약처 승인을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고대안암병원의 협력으로 ㈜에임메드에서 개발됐다. 2022년 시행된 임상시험에서 불면증 심각도를 효과적으로 낮추고 수면 효율을 높이며 안전한 치료임이 확인됐다.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를 위한 표준치료법인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법(CBT-I)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체계적으로 구현한 디지털 치료기기다. CBT-I는 수면시간을 처방하여 수면 효율을 높이고, 불면증을 만성화시키는 인지적 오류를 수정하며, 환자들이 가진 잘못된 수면 습관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 기법이다.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환자들은 솜즈 앱을 통해 약 6~9주간 실시간 피드백과 행동중재 및 수면 습관 교육 프로그램을 받는다. 이를 통해 맞춤형 비약물적 치료를 받아 불면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 솜즈를 처방받은 40대 여성 환자 A씨는 5년 전부터 수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와 가족 상황의 악화로 불면증상이 더욱 악화되며, 가끔은 잠을 청하기 위해 술을 마셔야 했다.

A씨는 앞으로 6주 동안 솜즈 앱을 통해 매일 수면일기를 기록하고, 주간 수면 효율에 따른 맞춤형 수면시간(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을 처방받아 수면 효율을 높일 전망이다. 앱을 통해 제공되는 건강한 수면 습관 교육, 이완요법,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 교정(인지치료) 등도 받게 된다.

A씨는 "2년 전부터 수면제에 의존했지만, 효과적인 개선이 없어 이번에 수면제가 아닌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받게 됐다"며 "이제 수면제를 줄이거나 끊어도 잘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치료받겠다"고 말했다.

솜즈 CBT-I 치료절차 모식도.[이미지출처=서울대병원]

이유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0명 중 1명이 진단될 정도로 흔한 질환인 불면증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인지행동치료이지만 환자가 매주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 접근성의 문제로 많은 환자들이 받기 어려웠다"며 "이제 솜즈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접근성을 높여 불면증에 대한 비약물적 치료를 보다 쉽게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들의 수면의 질을 개선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지도록 하고, 수면제의 부작용을 줄이며, 추후에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정밀화된 치료를 제공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솜즈는 만성 불면증 환자라면 소정의 연구 기준을 충족 후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 참여 연구기관은 삼성서울병원과 고대안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다. 임상진료 혁신의료기술 단계가 시작되는 오는 4월 이후에는 가까운 1차 의료기관에서도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