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니-로슨-배스, '외인천하' 속 아쉬운 국내 선수들의 존재감

이준목 2024. 1. 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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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선수들 맹활약... 만족할 만한 성적 못 내고 있는 국내 선수들

[이준목 기자]

▲ 로슨, 내 공이야 2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KBL 프로농구 원주 DB와 고양 소노의 경기. DB 디드릭 로슨이 리바운드를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자 프로농구(KBL)는 올시즌도 '외국인 선수 천하'다. 사실상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따라 각 팀의 성적도 좌우되고 있다. 올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 타이틀을 둘러싼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원주 DB는 최근 전반기 1위를 확정했다. DB는 8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94-86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25승 6패(.806)로 8할 승률을 질주한 DB는 2위 서울 SK(21승 8패)를 3게임 차로 따돌리고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지난 시즌 7위로 6강 진출조차 실패했던 DB의 깜짝 대반등에는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의 가세가 있었다. 로슨은 올시즌 22.3점(3위), 10.2리바운드(7위), 4.8어시스트(5위)를 기록하며 강상재-김종규와 막강한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하여 개막 전에 우승 후보가 아니었던 DB를 단숨에 우승후보로 바꿔놨다. 선두를 DB가 개막 7연승을 질주하며 초반부터 선두로 올라섰던 1라운드에서는 24.4득점, 9.3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라운드 MVP에 오르기도 했다.

로슨은 2020-2021시즌 고양 오리온, 2022-2023시즌 캐롯(현 소노)를 거쳐 KBL에서만 세 시즌째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다. 정통빅맨이 아닌 포워드에 가깝지만 뛰어난 농구지능과 패싱력, 이타적인 플레이스타일로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KBL의 팀농구 스타일에 최적화된 한국형 외인으로 불린다.

팀성적에서 로슨이 가장 앞서있다면, 개인성적에서는 단연 자밀 워니가 압도적이다. 최근 4시즌사이에서 3번이나 외국인 선수상을 독식했던 워니는 올시즌도 경기당 26점(전체 1위), 11.6리바운드(2위), 1.2블록슛(2위), 3.6어시스트의 괴력을 선보이며 리그를 지배하고 있다.

SK는 워니를 앞세워 현재 2위로 선두 DB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올시즌 프로농구 최다인 파죽의 11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워니는 지난 7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는 28득점·11리바운드·10어시스트로 자신의 KBL 데뷔 첫 트리플더블까지 달성하여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만일 워니가 올해도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석권한다면 3년 연속이자 KBL 최초의 4회 수상자가 된다.

KT의 패리스 배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시즌 KBL에 처음 데뷔한 배스는 단숨에 KT의 에이스 자리를 꿰차며 25.5점(2위), 10.4리바운드(6위), 4.2어시스트(7위)를 기록중이다. KT는 19승 11패로 창원 LG와 공동 3위에 올라 DB와 SK를 추격하고 있다.

배스는 지난 8일 KBL이 발표한 프로농구 3라운드 MVP 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86표 중 45표를 획득하며 11연승을 이끌었던 SK 자밀 워니를 제치고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배스는 3라운드 기간 평균 32분 8초를 출전하여 리그 최다인 경기당 30.1득점을 올리며 9.7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난 2023년 12월 24일 열린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는 33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시즌 두 번째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경기도 포함되어 있었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상은 그대로 팀성적과 직결된다. 로슨-워니-배스를 보유한 DB-SK-KT가 나란히 리그 1~3위를 달리고 있다. 개인타이틀도 워니-배스-로슨 순으로 각각 득점 1, 2, 4위에 올라있어서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선수들의 전유물이던 어시스트 부문도 필리핀 출신 아시아쿼터 이선 알바노(DB)가 경기당 7개의 어시스트도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올시즌 라운드 MVP도 모두 외국인 선수들의 독차지였다. 1라운드는 로슨, 2라운드는 LG의 아셈 마레이, 3라운드는 배스가 각각 수상의 영광을 누리면서 국내 선수들은 아직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경쟁 치열한데...
 
▲ 수비 뚫는 자밀 워니 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정관장 레드부스터스의 경기. SK 자밀 워니가 상대 수비를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이러한 외국인 선수들의 맹활약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선수 중 그나마 개인 기록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고양 소노의 이정현(20.3점, 5.9어시스트)과 KT의 하윤기(16.3점, 6.7 리바운드) 정도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로는 유일하게 평균 20점 이상의 고득점을 올리고 있으며 어시스트도 5.9개로 전체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윤기는 국내 선수 득점 2위, 리바운드 1위(전체 12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이정현은 소속팀 소노가 8위(10승 20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고 있으며, 하윤기는 부상으로 7경기나 결장한 게 아쉽다.

선두 원주 DB의 강상재(30경기 14.3점, 6리바운드, 4.1어시스트)와 김종규(30경기 12,3점, 6.3리바운드)는 준수하지만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지난 시즌 MVP인 SK 김선형(27경기 10.1점, 5어시스트)은 성적이 하락세인 데다 최근에는 부상으로 결장중이다.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꼽히는 KCC 허웅(26경기 13.9점, 3점슛 2.58개)과 KT 허훈(15경기 14.9점. 3.9어시스트), KCC 최준용(21경기 12.7점, 6.7리바운드. 3.8어시스트) 등도 명성에 비하면 올시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모처럼 흥행몰이를 일으키며 인기 상승곡선을 그려나가고 있다. 3라운드까지 총 35만 5351명(평균 2632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되며 지난 시즌 대비 관중 규모가 무려 24%, 입장수입은 37%나 증가했다. 오는 14일 고양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예매 티켓은 3분 만에 5561석 전량이 매진되기도 했다. 모처럼 찾아온 프로농구의 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몰이를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결국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외인 돌풍과 리그 흥행몰이의 이면에 가려진 KBL의 고민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각 팀의 주인공 자리를 독식하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아시아쿼터 출신 선수들까지 가세하며 생존경쟁은 점점 치열해져 가고 있다. 정작 국내 선수들의 활약상은 팬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쉬움을 주고 있다. 후반기에는 국내 선수들도 좀 더 분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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