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장 유력 후보 "국가 원수 시해 꼭 반역 아니다"
[선대식 기자]
▲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청소년 마약 예방 교육 실효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권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국민권익위원회 |
유력한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2021년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면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원수를 시해하는 것을 꼭 반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시해(弑害)'란 국가 지도자 살해를 뜻하는 단어로, 명백히 정치 테러를 옹호하는 발언이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한 박정희 대통령 저격(10.26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으로 정치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김태규 부위원장이 이를 옹호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그가 공수처장을 맡기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는 공수처 도입 반대 이력, 공개적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 행적 등으로 인해 정치적 중립성이 필수적인 공수처장으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 쪽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은 7명으로 구성된 국회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수차례 4표를 받아, 최종 후보 2인에 오르기까지 단 1표가 모자란 상황이다. 오는 10일 후보추천위 6차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인 '공정과 상식을 위한 국민연합(공정과 상식)'이 2021년 5월 21일 오전 출범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주요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부터) 공동대표인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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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석열 지지 전문가 모임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 기념 토론회 현장. 판사를 하다 그해 2월 법복을 벗고 울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김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 제목은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였다. 윤 대통령은 그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대선 출마를 앞둔 시기였다.
변호사 김태규는 이 자리에서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이 그놈의 헌법이 되고, 법이 니편 내편 갈라서 적용이 되니 국민들은 분노하고 그 분노를 해소해줄 그 어느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이 이른바 촛불민주주의라고 불리는 극단적 좌파 정권의 헌법질서 무시, 인권·법치주의 유린, 그리고 국가시스템 파괴에 있다는 것에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가 원수 시해'를 언급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원수를 시해하거나 권좌에서 물리는 것을 두고 꼭 반역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자유민주주의적 시각에서 그 국가의 헌법질서를 파괴하고 국가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이 오히려 반역으로 이해될 여지가 있다. 그래 놓고 보면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현 정권의 행태를 오히려 저는 지극히 반역 유사의 행태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는 직접적으로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맥락상 당시 국가 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살해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발언이다. 그는 "물론 그 표현이 과다하다고 느끼실 분들이 있겠지만, 그 표현이 크게 놀랍지 않을 정도로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헌법 질서의 궤도로부터 많이 멀어져 있다고 하는 것이 저의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변호사 김태규는 "윤석열 현상이 생기고 그분의 위상이 커지면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혹 이분도 그들(당시 집권 세력)과 같은 사상적 이념적 기초 위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면서 "윤석열 총장이 자신은 헌법주의자라는 표현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와 공정한 시장질서,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이 외교의 우선이라는 말을 하였을 때 안도했다"라며 대선 출마를 앞둔 윤석열 전 총장을 옹호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유튜브에 모두 공개되어 있다(총 2시간17분 영상 중 1시40분50초부터).
후보추천위에서 연달아 4표 획득... 단 1표 부족... 최근 변수 생겨
김태규 부위원장은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진욱 공수처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공수처장 임명 과정은 후보추천위에서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후보추천위는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이상 당연직)과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총 7명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5표를 받아야 최종 후보 2인이 될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 표결에서 최근 연달아 4표를 받았다. 비밀투표이긴 하지만 야당에서는 김 부위원장을 반대하기 있기 때문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변수가 생겼다. 최근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오는 15일자로 법원행정처장을 천대엽 대법관으로 교체 임명한 것이다.
앞으로 김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에 오르고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공수처장에 임명한다면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현재 공수처가 하고 있는 주요 수사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에 대한 수사인데, 김 부위원장은 과거 자신의 상관인 전 전 위원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 정부 정무직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가치관을 추종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보인 선택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부위원장이 과거 공수처 도입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2021년에 펴낸 책 <법복은 유니폼이 아니다>에서 공수처를 "괴물기관"이라고 표현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설사 대통령이 반역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탄핵이나 선거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해결해야지, (정치) 테러를 해도 된다는 것은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으로, 매우 위태로운 인식"이라면서 "김태규 부위원장은 안 그래도 정치적 편향성과 관련한 논란이 많은데, 법조인들과 국민이 그를 공수처장 후보로 동의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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