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 영상 배경으로 연기는 처음, 맞춰가는 재미 있어"
[차원 기자]
▲ 연극 <노인과 바다> 노인 역의 노시홍(왼쪽), 소년 역의 황경태(오른쪽) 배우 |
ⓒ 차원 |
대학로 지하 소극장으로 들어서자 LED로 된 3면의 벽과 화려한 조명이 관객들을 맞이했다. 무대의 바닥도 LED로 채워져 있었다. 이어 극장은 해변이 됐고, 바다가 됐고, 돌고래와 청새치와 상어와 사자가 등장했다.
세계 최초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연극 <노인과 바다>(연출 장경민, 하형주/원작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극장을 가상의 3차원 공간으로 만들어 정말 노인과 함께 바다에서 사투를 벌이는 듯한 체험을 가능케 한다.
지난 7일 1시간 15분여의 공연을 마치고 나온 노인 역의 노시홍, 소년 역의 황경태 배우를 대학로 극장 스튜디오 블루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풍부한 연기 경력을 바탕으로 노인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표현한 노시홍은 "연기를 오래 해왔지만, 영상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처음"이라고 웃으며 "처음에는 좀 낯설기도 했지만, 점차 호흡을 맞춰 나가는 재미가 있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가 최근 힘든 일들도 많지만, 그러한 역경을 통해 삶을 일궈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서 보셨으면 좋겠다"며 "공연을 보면서 자신의 힘든 시절, 또 그것을 이겨낸 시간을 회상하다 보면 흥분, 설렘, 슬픔, 용기 등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공연 중에는 노인이 청새치를 잡는 장면에서 세 차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또 노시홍은 "공연을 준비하며 미국의 영화 <안소니 퀸의 노인과 바다>와 실제로 가족들을 위해 아직도 배를 타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EBS 다큐 영화 <길 위의 인생 - 노인과 바다>를 봤다"면서 "거기서 그려진 노인들의 모습에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리플 캐스팅인 이번 공연에 노인 역은 노시홍 외에 베테랑 배우 남경읍, 이황이 맡아 열연을 펼친다. 노시홍은 "우리 셋의 연기 경력을 합쳐서 계산해 봤더니 120년쯤 된다"고 웃으며 "두 배우가 '노인' '바다'를, 저는 그사이 '과'를 담당하고 있다"고 겸손을 표했다.
▲ 연극 <노인과 바다> 공연 장면. 남경읍(왼쪽)과 이석우(오른쪽) 배우 |
ⓒ 스튜디오블루 |
소년 역의 황경태는 많은 야구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2016년 2차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해 2018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승선하는 등 촉망받는 유망주였던 그는 2022년 깜짝 은퇴를 선언하고 배우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나섰다.
이번 <노인과 바다>가 그의 연극 데뷔 무대인데, 함께 호흡을 맞춘 노시홍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연극에는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선수 시절부터 유명했던 뛰어난 외모로 인해 그가 티켓 박스에 앉아있는 날이면 깜짝 놀라는 관객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황경태는 "옛날부터 배우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고, 정말 하고 싶었다"며 "재작년 큰 결심을 내리고 연기에 도전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벅찬 심정을 표현했다. 또 "작품이 주는 힘과 메시지가 나에게도 '큰 위로를 준다"며 "노인 역을 맡으신 선배들처럼, 진실성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야구와 연기 중 어느 쪽에 좀 더 마음이 가느냐는 질문에는 "물론 그동안 야구도 정말 사랑했지만, 지금은 연기에 대한 마음이 조금 더 큰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극 중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라는 대사를 정말 좋아한다"면서 "많은 관객들도 함께 그런 힘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연극의 연출, 기획,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하형주 스튜디오 블루 대표는 "'요즘 젊은 관객들이 간단한 무대 연출만으로 공간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확장현실 스튜디오를 만들게 됐다"면서 "물론 초기 비용이 부담되긴 했지만,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하 대표는 "문화예술계, 관련 기관 등에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훨씬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시도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대학로 소극장 스튜디오 블루에 붙어 있는 연극 <노인과 바다> 포스터 |
ⓒ 차원 |
덧붙이는 글 | * 공연정보 연극 <노인과 바다>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 2023.10.15(일)~2024.02.04(일) 화~금 19:30 | 토 16:00, 18:30 | 일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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