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도산’ 위기에 임금소송 시한폭탄까지… 부산법인택시는 왜 호소하나?
장성호 이사장 “대법원 전원합의와 내용 달라”
업계의 모든 법인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부산 법인택시 대표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9일 오전 11시 30분 부산지법 앞에서 부산 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과 90여개 법인택시 사업자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부산지역 최저임금 소송과 관련한 고등법원 선고가 오는 2월 1일 예정돼 있다며 선고사건 3건에 소송액이 16억여원, 소송인원이 160여명이라고 호소했다.
부산지역 법인택시 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적 타격과 최저임금 소송으로 인해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이는 수천명의 운수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돼 있다고 알렸다.
이들은 이번 고등법원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그대로 받게 된다면 택시회사당 평균 20억원이라는 소송금액을 부담하게 되며 결국 택시회사는 운영이 불가능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장성호 이사장은 “부산 택시업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인 경기도 상황과 전혀 다른 상황이며 과거부터 노사 간 합의로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고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왔기 때문에 부산지역 최저임금 소송 판결 시 택시업계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현명한 판단을 요청한다”며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산법인택시의 절박한 호소’라는 호소문을 배포하고 법인택시 사업자가 직접 나선 것은 부산 법인택시 업계가 마주한 위기와 절망에 대한 깊은 우려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한 산업의 위기가 아닌 우리 지역사회 구성원인 1만여명의 운수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부산택시 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법인택시는 2만여명의 종사자와 함께했지만 팬데믹이 가져온 경제적 충격으로 택시산업이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운수종사자 수와 차량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고 회사 매출은 반토막 나 코로나 팬더믹이 종료됐지만 택시업계 경영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또 다른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줄줄이 선고 예정인 최저임금 소송을 꼽았다.
부산지역에서만 460여건, 3500여명의 택시근로자가 소송을 진행해 소송가액이 무려 32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호 이사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 천문학적인 소송금액을 떠안아 만약 법원이 택시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현재 소송에 불참한 모든 근로자가 소송에 참여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고 우려했다.
대다수 택시회사가 평균 20억원이라는 소송금액을 부담하게 돼 사실상 부산에서 택시회사 운영이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또 소정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부산지역 상황과 전혀 다르다고 소리를 높였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경기도의 한 택시회사 최저임금 사건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 사건의 배경에는 2010년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있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이 조항은 운수종사자가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을 초과해서 벌어들인 금액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라며 이에 경기도 택시회사는 소정 근로시간을 불과 3개월 동안 8시간에서 4시간으로 급격히 줄였고 대법원은 이러한 조치를 ‘최저임금 잠탈’로 보고 무효라고 판결했다.
법인택시 측은 “하지만 부산의 경우는 경기도 상황과 달라 2005년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택시요금 인상 시 노사의 합의로 사납금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법의 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노사 합의에 의한 조치여서 부산지역의 노사 간 임금협상 과정은 객관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택시근로자들의 요구를 수용했고 부산시 택시정책에 따르기 위해 선택한 것으로 택시업은 다른 산업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장성호 이사장은 “최저임금과 유류비 같은 운송 원가가 매년 증가해도 택시요금을 회사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운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적자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며 억울한 현실을 토로했다.
장 이사장은 “요금 인상이 있을 때도 대부분의 택시근로자들은 사납금 인상을 부담스럽게 여겨 근로시간을 줄여 사납금 인상 폭을 최소화 하자고 요구해왔다”고 하소연했다.
근로자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소리를 높였고 부산시도 택시요금 인상 조건으로 사납금 인상 억제를 요구해왔다며 택시회사들은 단순히 사납금을 인상하면 되지만 근로자 요구와 부산시 정책을 받아들여 근로시간을 조정해왔다는 것이다.
법인택시조합 측은 2013년 택시근로자 대표인 노조와 택시회사가 체결한 임금협정서는 매우 중요한 취지를 담고 있다며 쟁점인 사납금 인상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노사합의를 바탕으로 체결된 임금협정이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위법한 것으로 판결한다면 택시회사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다.
법인택시조합 측은 “경기도 택시회사에 국한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을 내용이 다른 도시에 일률적으로 적용된다면 업계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뿐”이라며 “회사의 폐업으로 인한 수천명의 운수종사자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어서 오늘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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