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애' 소리 확 줄어든 대기업…5년간 아이 얼마나 낳았나[K인구전략]

김유리 2024. 1. 9. 1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매출 100대 기업 출산전후휴가급여 수급자 현황 분석
여성 출산 휴가자 수 5년간 22.91%↓…1~10위 32.8% 급감
'2년 반등' 그룹 양성평등 종합점수 상위사, 가족친화정책 사용 "부담 없다"

편집자주 - 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 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매출 10대 기업’ 여성 임직원이 낳은 아이 수가 최근 5년간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결정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기업이 여성 고용 지표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족친화제도를 잘 갖추더라도 실제 실행이 어렵지 않은 분위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방증한다.

9일 아시아경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 최근 5년간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출산전후휴가급여 수급자 현황' 자료를 요청해 분석했다. 출산휴가를 낸 여성 직원 수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를 통해 해당 해에 태어난 여성 직원 아이 수를 유추할 수 있다. 매출 100대 기업 남성 직원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 수는 배우자 출산휴가급여가 우선지원 대상기업(제조업 기준 500인·건설업 300인 이하) 소속 근로자에 한해 지원돼 집계에서 제외했다.

매출 100대 기업을 10곳씩 그룹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10대 기업의 여성 직원 출산휴가자 수는 2018년 3357명에서 2022년 2255명으로 32.83%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 100대 기업 전체의 감소율 22.91%를 10%포인트가량 웃도는 수치다. 2019년에 전년 대비 20.05% 급감한 후 해마다 줄어든 결과다. 매출 10대 기업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기아, S-Oil,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LG전자,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대기업이 포함돼 있다.

가족친화제도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국내 대표 기업 10곳의 출산 지표가 100대 기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하는 삶이 출산을 결정하는 데 최소한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앞서 아시아경제가 분석한 양성평등 5대 지수(여성 정규직, 근속연수, 연봉, 사내·외 이사 현황 및 증가율)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의 여성 고용 지표가 높은 수준을 유지, 일터가 남녀 구분 없이 일하는 문화에 가깝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남성과 여성의 고용 안정, 벌이 수준, 커리어 신장 가능성이 능력 대비 유사해야 부부가 출산 후 복귀를 가늠하고 남녀가 휴직 등을 통해 육아를 계획하는 일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아시아경제가 분석한 100대 기업 양성평등 5대 지수 종합점수에서 21위에 그쳤다(아시아경제 8일자 2·3면 참조). 매출 2위 현대자동차는 30위권 내에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3위 기아차 역시 30위에 턱걸이했다. 임직원 수가 많은 1~10위 기업은 매출 100대 기업 전체의 여성 출산휴가자 감소 역시 견인했다. 매출 100대 기업의 여성 출산휴가자 수는 2018년 6856명에서 2019년 6016명, 2020년 5524명, 2021년 5518명, 2022년 5285명으로 매해 감소했다. 이들 기업의 정규직 기준 여성 임직원 수는 5년 새 3.8% 증가했다.

가족친화제도가 존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까지 조성돼 있는지도 핵심 요소다. 이는 1그룹뿐 아니라 3그룹(21~30위)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그룹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전체 그룹 중 유일하게 최근 2년 연속 출산휴가자 수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사내 여성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설·철강금속 업종이 절반 이상이어서 절대 숫자는 많지 않았으나 2020년 260명에서 2021년 308명, 2022년 338명으로 각각 18.46%, 9.74% 늘었다. 2018년 대비로도 2022년 11.92% 증가했다.

건설·철강금속 업종을 제외한 5곳 중 4곳은 아시아경제 양성평등 종합점수 상위권에 든 곳들로, CJ제일제당(13위), 롯데쇼핑(14위), 한화솔루션(16위), CJ대한통운(20위) 등이 포함됐다. 이들 4곳은 지난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 보고서) 상 가족친화정책 역시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이번 연중기획을 위해 이들 기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남성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이 있을 뿐만 아니라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를 쓰는 데 부담이 없는 분위기"라는 공통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100대 기업은 기업 수로 따지면 국내 전체기업 수 772만3867개(2021년 기준)의 0.0013%에 불과하나 여성 커리어와 출산 면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년 100대 기업의 출산전후휴가급여 수급자는 5285명으로, 해당 해 전체 수급자(7만3387명)의 7.20%에 달했다. 다만 이 비중 역시 2018년 8.97%에서 2019년 8.21%, 2020년 7.79%, 2021년 7.74%, 2022년 7.20%로 줄었다.

이어지는 기사에서는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대부분(99.87%)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도 남성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육아휴직과,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연근무제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회사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실제 사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현실적인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어떤 노력이 이를 가능하게 했는지, 자리 잡기까지 걸림돌은 없었는지, 이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등을 분석해 일터 전반의 변화를 위한 힌트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