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진주 편의점 여성혐오범죄 가해자 정신감정 받아들여
[윤성효 기자]
▲ 진주 편의점 여성 혐오 범죄 가해자 엄벌 촉구 탄원서. |
ⓒ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
경남 진주에서 발생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 여성 폭력사건의 가해 남성에 대한 2차 공판이 연기되었다. 재판부가 변호인 측에서 신청한 정신감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성혐오범죄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연대단체'는 160여 개 단체와 개인 1만 명 이상이 참여한 강력한 처벌 촉구 탄원서를 법원에 냈고, 피해자는 별도의 탄원서를 통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사건은 지난해 11월 4일 밤 경남 진주에 있는 한 편의점에서 발생했다. 손님으로 온 20대 가해자는 아르바이트 중인 피해자의 머리카락 길이가 짧다며 '페미니스트 맞지, 맞아야 해'라고 말하며 무차별 폭행했다.
가해자는 지난해 11월 말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지난해 12월 1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첫 공판을 받았다. 2차 공판은 9일 예정되어 있었으나 변호인 측이 신청한 가해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일정을 정하지 않고 연기됐다.
정신감정은 대개 한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2월 법원 인사이동이 예정되어 있어 재판부는 공판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를 비롯한 연대단체들은 최근 재판부에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가해자는 1차 공판 때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 소장은 "변호인 측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로 정신감정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혐오 범죄로 오히려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단체·개인의 연대서명을 받아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라며 "공판을 계속 살피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피해자는 당시 사건으로 매우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소장은 "하루 몇 차례 저와 소통을 하고 있다. 외출도 힘들어한다. 거리를 가다가 남성이 몇 초 정도만 쳐다봐도 달려들 것 같다고 느낄 정도다"라며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일을 못 하다 보니 생계도 염려가 된다. 재판부에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 놓았다"라고 전했다.
"가해자의 앞날보다 피해자의 현재에 귀 기울여달라"
피해자는 최근 재판부에 낸 탄원서를 통해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가해자의 '앞날'보다는 피해자의 '현재'에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피해자는 "자정을 넘겼을 무렵, 피고인이 문을 발로 차듯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피고인은 도시락과 유제품 코너를 서성거리며 상품을 떨어뜨리는 등 매우 거칠게 행동하였다"라며 "저는 '물건 좀 조심히 다뤄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피고인은 저를 노려보며 '건들지 마라. 나 머리끝까지 열받았다'고 말했다"라고 들추었다.
이어 "거듭되는 거친 행동에 위축되었지만 제가 한 번 더 부탁하자, 피고인은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한 말투로 '네가 먼저 시작했다', '얼른 신고해라, 지금 신고하는 게 좋을 거다'라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카운터를 발로 찼다"라고 덧붙였다.
112 신고 이후 상황을 설명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제 휴대폰을 빼앗아 눈앞에 흔들어 보이며 '근데 네 생각처럼은 안 될걸?'하고 조롱하더니 곧장 전자레인지에 제 휴대폰을 넣고 작동시켰다"라며 "너무 놀란 나머지 카운터에서 빠져나가 전자레인지에 손을 뻗은 순간, 피고인의 폭행이 시작되었다"라고 했다.
이어 "'네가 먼저 시작했다. 야, 너 페미니스트지?' 피고인은 제 멱살을 붙잡고 상품 매대로 몰아붙이며 그런 말을 반복했다. 이후 제가 넘어지고 나서도 주먹질과 발길질로 폭행이 이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계속된 폭행 상황을 설명한 피해자는 "피고인이 술에 취했거나 정신질환이 있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체포 당시 남자 경찰을 발견한 피고인은 '나는 남성연대고, 남자 경찰에게는 반항하지 않는다'고 연거푸 고함을 질렀다"라고 했다.
이어 "진술에서도 피고인은 평소 저에게 남성 혐오 및 성희롱을 당했다며 악감정이 있음을 드러냈고, 심지어는 사건 당시 제가 먼저 시비를 걸고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맹세컨대 저는 절대 남성혐오주의자가 아니며 페미니스트 활동을 한 적도 없고 사건 당일 피고인을 처음 봤다"라고 했다.
여러 피해 상황을 설명한 그녀는 "사지불안증과 공황발작에 시달리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새우기도 하고 사건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제 자신에 대해 크나큰 무력감을 느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혼자서 외출하거나 공공장소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힘들고 아직도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심한 두통과 손의 통증, 이명과 청력손실을 겪고 있으며 치아는 아직도 아무는 과정에 있다"라고 했다.
피해자는 "사건 후 아버지께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증상을 겪고 계시기도 한다"라며 "어째서 저와 제 가족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이 고통이 언제쯤 끝날지 저는 알 수 없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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