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연승' 흥국생명, 선두경쟁 다시 뛰어들까

양형석 2024. 1. 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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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새해 들어 기업은행-페퍼저축은행 연파하며 상승 흐름 회복

[양형석 기자]

V리그 여자부의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지난 2022년 '배구여제' 김연경이 두 번째로 복귀하면서 남녀부를 불문하고 최고의 인기구단으로 떠올랐다. 흥국생명은 인기에 걸맞게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지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챔프전에서 2승 후 3연패를 당하면서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우승을 위해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까지 영입한 흥국생명으로서는 대단히 아쉬운 결과였다.

이번 시즌에도 흥국생명의 목표는 당연히 챔프전 우승이다. 흥국생명은 2라운드까지 12경기에서 11승 1패의 성적으로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3라운드 6경기에서 3승 3패로 주춤했고 9연승을 내달린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며 전반기를 마쳤다. 흥국생명은 2023년 12월 31일 현대건설과의 4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세트스코어 0-3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선두추격이 더욱 요원해졌다.

하지만 3라운드 이후 8경기에서 4승 4패로 주춤하던 흥국생명은 갑진년 새해에 열린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면서 좋은 흐름을 되찾았다. 지난 4일에는 상승세의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풀세트 승리를 따냈고 7일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에게 2세트 8점 차 역전극을 연출하며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새해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며 선두 현대건설과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좁힌 흥국생명은 다시 선두경쟁에 뛰어들 수 있을까.

주전 선수들 부상 속 2위로 전반기 마감
 
 1년 계약으로 잔류한 김연경은 개인성적 외에도 팀에서 동료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2023년 4월 프리 시즌의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다. 바로 V리그에서 처음으로 FA자격을 얻었던 김연경의 잔류였다. 김연경은 여러 구단들의 입단제의를 거절하고 자신이 처음으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흥국생명과 1년 총액 7억 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김연경과 초·중·고를 함께 다녔고 대표팀에서도 오랜 기간 활약했던 '절친' 김수지도 계약기간 3년, 연봉총액 3억 1000만 원에 영입하며 중앙을 강화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악재도 적지 않았다. 먼저 2023년 4월 처음으로 실시된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는 7개 구단 중 가장 낮은 7순위 지명권을 뽑고 말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핀란드 리그에서 활약하던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선수라며 가나와 일본의 혼혈선수 레이나 토코쿠를 지명했다. 하지만 태국 국가대표 선수였던 폰푼 게드파르드(기업은행)와 위파위 시통(현대건설) 등을 놓친 것은 흥국생명으로서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부상선수도 속출했다. 6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컴백한 김수지가 이적과 동시에 무릎부상을 당하면서 수술을 받았다. 흥국생명의 맏언니 김해란 리베로 역시 시즌 개막 직전 부상을 당해 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여기에 VNL 등 국제대회에서 대표팀의 주공격수로 활약하며 아본단자 감독으로부터 주전 아웃사이드히터로 낙점 받았던 김다은도 어깨를 다치면서 이번 시즌 단 2경기 출전해 1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이처럼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2라운드까지 11승 1패의 성적으로 선두를 질주했다. 김연경과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로 이어지는 쌍포가 공격을 책임졌고 미들블로커 김수지와 김채연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면서 177cm의 레이나가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 다른 구단들이 새로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느라 100%의 전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흥국생명이 선두를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하지만 3라운드 들어 상황은 급변하고 말았다. 흥국생명이 3라운드 6경기에서 3승 3패에 그치는 사이 시즌 개막 후 8경기에서 4승 4패에 머물렀던 현대건설이 파죽의 9연승 행진을 달리면서 선두 자리를 가져간 것이다. 흥국생명은 2023년 12월 17일 1, 라운드에서 나란히 셧아웃 승리를 따냈던 도로공사에게 풀세트 접전 끝에 패했고 3일 후에는 현대건설에게 1-3으로 무너지면서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레이나 활약과 김수지-김해란 부상복귀
 
 흥국생명의 새해 상승세에는 아웃사이드히터로 포지션이 고정된 레이나의 활약도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2023년 마지막날 현대건설에게 0-3으로 패하면서 선두와 한 발 더 멀어진 흥국생명은 새해가 밝은 후 치른 2경기에서 연승을 달리며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4일 기업은행과의 원정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따냈다. 47득점을 합작한 옐레나와 김연경 쌍포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경기를 치른 김해란 리베로가 25개의 디그와 함께 52.94%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며 '철벽수비'를 과시했다.

7일에는 광주에서 페퍼저축은행을 만나 1세트 패배에 이어 2세트에서도 14-22로 크게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해보자"고 소리치며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한 김연경의 투지 속에 야금야금 추격한 흥국생명은 듀스 접전 끝에 2세트를 따냈고 3, 4세트에서도 나란히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적립했다. 특히 이날엔 15득점과 함께 43.75%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했던 레이나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돋보였다. 

전반기 내내 아웃사이드히터와 미들블로커, 아포짓 스파이커를 오가며 팀의 빈 곳을 메우던 레이나는 4라운드부터 아웃사이드히터 자리에 고정되고 있다. 김연경과 옐레나로 이어지는 쌍포에게 집중되는 공격이 고민이었던 흥국생명으로서는 레이나가 '3옵션'으로 활약해 준다면 공격이 더욱 다양해 질 수 있다. 레이나는 시즌 26.54%에 그치고 있는 리시브 효율만 조금 더 올린다면 지금보다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수지가 복귀해 이주아와 함께 중앙을 지켜주고 있는 것도 대단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물론 전성기가 지난 만큼 김수지에게 예전처럼 위력적인 이동공격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흥국생명의 이동공격은 이제 '이동주아' 이주아에게 맡기면 된다. 공격의 위력은 다소 떨어졌지만 경기를 읽는 김수지의 노련함과 188cm의 신장에서 나오는 블로킹 감각은 여전히 상대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4라운드까지 현대건설과 2승 2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오는 2월 12일과 3월 12일 현대건설과 두 번의 맞대결을 남겨두고 있다. 이 두 번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의 향방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시즌 끝까지 현대건설과 정규리그 1위를 놓고 다투려면 중·하위권 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오는 12일에 열리는 도로공사와의 4라운드 맞대결 같은 경기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따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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