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반려견 장례식 오라는데 조의금 얼마내죠?"
반려가구 1000만 시대…'펫휴머니제이션' 트렌드 ↑
'집사' 공략하는 시장…스벅, 반려동물 동반 매장 오픈
남의 죽음을 슬퍼하는 뜻으로 내는 돈인 '조의금'을 '반려동물'의 영역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가족의 형태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되고 있어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참가했을 시 조의금 납부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 장례식 조의금 얼마나 해야 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친구가 강아지 장례식 오라길래 그냥 조의금은 생각 안 하고 갔는데 조의금을 넣는 함이 있더라"라며 "당황했지만 나중에 서운해할까 봐 atm기에서 급하게 5만원을 뽑아서 넣긴 했는데 이게 맞나 싶다"고 말했다.
친구 강아지 장례식에 참석해 조의금을 냈다는 사연은 A씨뿐만이 아니다. B씨 또한 "얼마 전 친한 친구가 기르던 푸들이 수명을 다하여 생을 마감했는데, 가까운 주변 지인들로 해서 작게나마 장례식을 치른다고 한다"라며 "시간 되면 오라고 해서 일단 알겠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명색이 장례식인데 빈손은 좀 아닌 것 같아 조의금을 납부하려 한다. 강아지 장례식은 얼마가 적당한가"라고 물었다.
C씨 또한 '개가 죽으니 삼일장 지내고 조의금 주네요'라는 제목의 글로 황당하다는 심정을 전했다. C씨는 "회사 동료 반려견이 최근 죽었는데, 삼베옷 입혀서 삼일장을 지내줬다"라며 "영정사진 올리고 제사상도 차린다. 휴가도 3일 냈다. 다른 동료도 개를 키우는데, 개 죽었다고 조의금도 내더라"라고 전했다.
해당 내용을 접한 누리꾼들은 "강아지 장례식이라는 단어는 처음 들어본다. 황당하다", "장례식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다른 사람도 문상 오라고 하는 게 어이가 없다", "회사에 부고 올렸냐고 물어봐라" 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몇몇 누리꾼들은 "반려동물과 정말 깊은 유대감을 나눴다면 장례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의금 내는 게 의무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욕하는 건지 모르겠다", "타인의 가치관을 조롱하고 비꼬는 것은 좋지 않다. 사회에 폐를 끼치는 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려동물' 양육하는 반려가구 1000만 돌파…'펫휴머니제이션' 트렌드 ↑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전국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가구'는 552만 가구, 인구수로 따지면 1262만 명에 달하면서 이미 천만 시대를 돌파했다. 이처럼 반려동물 가구가 늘어나 전북에서도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과 함께 반려동물 관련 사업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펫휴머니제이션이란, 애완동물(Pet)과 인간화(Humanization)가 합쳐진 신조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낯설게 들릴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련 산업과 시장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집사'를 자처한 반려견·반려묘 주인들은 자식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위해 프리미엄 제품 구매를 망설이지 않는다.
변화하는 트렌드는 반려동물 관련 이커머스 시장 확대도 견인 중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2015년 1조9000억원 규모에서 2023년 4조5786억원 수준으로 커진 것으로 추산한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세도 매년 연평균 14.5%씩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도 저가 중심에서 고가·프리미엄 트렌드로 이동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반려동물 동반카페·장례식장 등…'집사' 마음 잡으려 노력중인 시장
반려가구는 동물을 입양하는 단계부터 사망 후 장례를 마치는 단계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가 반영된 탓인지 최근에는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 반려동물의 유골함도 인기다. 원목, 천 등 유골함 종류와 색이 다양했다. 반려동물의 유골 분으로 제작해 보석 형태를 한 추모 보석도 영구적으로 보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커피 업계 1위인 스타벅스는 최근 경기도 구리시에 첫 반려견 동반 취식 매장 '구리갈매DT점'을 열었다. 이전에도 반려견 운동장을 갖춘 펫 프렌들리 매장은 있었지만, 실내 공간까지 반려견·반려묘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매장은 이곳이 국내 최초다. 스타벅스는 그동안 식품위생법상 식당과 카페 등에서 반려동물과 동반 취식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반려견 동반 매장을 열지 못했다. 일부 개인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반려견 동반 카페나 식당은 현행법에 대한 정확한 인지 없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타벅스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부여받아 2026년 1월 4일까지 2년간 규제를 유예받았다. 앞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서 기존 펫 프렌들리 매장인 '더북한강R점'과 경기도 양평, 남양주 등 다른 지역으로도 반려견 동반 매장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세분화하고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반려동물을 내 자식, 손주·손녀와 같은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면서 "반려동물이 먹고 마시는 사료나 간식, 갖고 노는 장난감, 타고 다니는 '개모차' 등 관련 상품들의 매출도 함께 늘고 있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고객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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