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은행…'담보대출 담합' 과징금 폭탄 맞나 [이슈N전략]
[한국경제TV 조연 기자]
<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담보대출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고객에게 대출 문턱을 높였다는 겁니다. 조연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 기자, 공정위가 담합 혐의로 본 부분은 어떤 겁니까?
<기자> 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교환했다는 부분입니다. LTV는 집이나 상가,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뜻하죠. LTV가 높을 수록 대출 자금한도도 커집니다. 지역별로, 그리고 아파트·상가·빌라 등 부동산 유형별로 LTV가 각각 다르게 매겨집니다. 그런데 이를 은행들이 경쟁하지 않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결국 소비자는 대출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축소되거나 조건이 까다로웠다고 본 것입니다.
공정위는 8일 KB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 담보대출 담합 혐의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는데요. 이번 제재는 '정보 교환 부당공동행위' 혐의를 적용한 첫 사례입니다.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와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보고서에 포함됐습니다.
<앵커> 실제로 은행들이 LTV 자료를 공유 한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은행들도 교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단순 참고 목적이었을 뿐 담합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대출 진행 과정에서 담보물에 대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폭넓게 분석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겁니다.
은행별로 설정한 LTV보다 정부가 제한한 최대 LTV가 더 낮아서 사실상 대출 한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제한됐다는 설명입니다. 다른 은행들보다 LTV를 낮게 설정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출은 가장 많이 취급하는 시중은행인 만큼 보수적인 운영을 한 것이라 말합니다.
무엇보다 당초 공정위가 대출금리나 수수료 관련 담합 의혹을 확인하겠다고 한 것인데, LTV 정보 교환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아니란 입장입니다. 실질적 이득을 은행이 취한 것은 아니란 해명이죠.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금리 담합 정황을 못 찾아 먼지털기 나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앵커> 공정위의 은행권 담합 혐의 조사, 거진 1년 가까이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시작은 지난해 2월 윤 대통령이 은행권 이자 장사와 과점 체제를 지적한 뒤 동시다발적인 현장조사가 은행권부터 시작됐습니다. 별도의 제보나 신고 없이 공정위 직권으로 대출금리 산정 담합 여부를 살펴본 것인데요.
히스토리 살펴보자면 은행권에만 3월과 6월 2차례 현장 조사가 진행됐고, 이후 보험업계, 증권업계 등 금융권 대대적으로 담합 의혹 조사가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18개의 은행과 증권사의 국고채 입찰 과정 담합 혐의까지도 조사가 착수됐는데요. 이에 대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은행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어 올해 이 같은 제재 발표가 더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공정위가 올해 정책방향으로 "서민생활 밀점 품목에 대한 불공정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면서 대상으로 핸드폰 요금이나 주류, 석유, 유통, OTT 서비스 등을 꼽은 바 있어 이들에 대한 제재도 본격화될 수 있어 투자하실 때 참고하시야겠습니다.
<앵커> 은행들의 소명이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됩니까?
<기자> 공정위는 일단 4대 은행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심의 일정을 정할 방침입니다.
은행들은 담보인정비율 LTV 관련 정보 공유가 대출 금리나 한도 등 거래조건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입장을 소명하겠다는 방침이고요. 또 법률적인 문제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과거 지로수수료 인상 담합과 CD금리 담합 관련 공정위 결정이 법원에서 패소된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 연말 대규모 상생금융에 이어 연초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홍콩H지수 ELS 폭탄도 예고되고 있어 은행권의 어깨는 한층 무거워지는 모습입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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