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이 어때서? 佛 잡지사에 극우세력 ‘당혹’ 댓글 공격

한영혜 2024. 1. 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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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세력, 佛 잡지사에 댓글 공격
한 잡지사 올해 1월 첫 표지. 사진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프랑스의 한 지방 월간지가 혼혈 소년 사진을 표지에 내걸었다가 극우 진영의 댓글 공격에 시달렸다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서북부 브르타뉴 지방에서 매월 발간되는 진보적 월간지 ‘브르통 사람들’(Le Peuple breton)은 올해 첫 잡지의 표지 사진으로 한 어린 소년을 실었다.

곱슬머리에 갈색 피부의 이 소년은 브르타뉴 지방의 전통 옷을 입고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큰 브르타뉴 깃발을 어깨에 멘 채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웃는 모습이다.

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이 표지는 공개되자마자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았다. 이 소년이 브르타뉴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피부가 하얗지 않다는 것, 즉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잡지사 측은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잡지 표지를 공유한 지역 진보 정당 브르타뉴 민주연합(UDB)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몰려가 “그 아이는 브르타뉴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온 브르타뉴인?”, “15년 전에는 브르타뉴에 흑인이 없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극우 성향의 지역 의원은 백인 소년이 브르타뉴 깃발을 들고 있는 사진(왼쪽)과 잡지 소년의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사진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한 극우 성향의 지역 의원은 ‘진짜 브르타뉴 / 가짜 브르타뉴’라고 적은 게시글과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브르타뉴’라는 지명은 ‘브르통들이 사는 땅’이란 뜻으로, 인구 330만명의 브르타뉴 사람들을 ‘브르통’이라 부른다. 브르타뉴는 기원후 4∼6세기 영국 땅에서 온 이주민이 정착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1532년 프랑스 왕국에 병합되기 이전까지 독자적 공국이었다. 프랑스에서 가장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지방으로 꼽히며, 프랑스 내에서 유일하게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지방이다. 오늘날까지도 지역적 전통과 문화가 강하게 남아있을 정도로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잡지사 측은 웃고 있는 소년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한다. 가엘 브리앙 편집장은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브르타뉴 지역의 긍정적 이미지를 표지에 담고 싶었을 뿐”이라며 “브르타뉴의 문화, 풍경, 지리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브르타뉴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월간지 ‘브르통 사람들’(Le Peuple breton) 올해 첫 표지. 사진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인종차별적 공격 속에 잡지사를 응원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브르타뉴인은 피부색이나 종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 가질 수 있는 정체성”이라고 적었고, 자신을 혼혈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도 “브르타뉴의 유산과 문화, 미래를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로서 이번 반응으로 직업적 소명 의식이 더 강해졌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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