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습격 피의자' 차량 동승인 "사인에 집착, 이상했다"

윤성효 2024. 1. 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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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하루 전인 1일 봉하-평산 이동 동행한 ㄱ씨..."가덕도 가는 길도 물어봤다"

[윤성효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했던 김아무개씨(오른쪽 붉은색 동그라미 속 인물). ㄱ씨와 다른 이 대표 지지자 2명은 지난 1일 봉하마을에서 김씨를 만나 평산마을까지 함께 이동했다. 사진은 평산마을에 내렸을 때 차량 블랙박스에 찍인 김씨의 모습이다.
ⓒ 독자제공
 
"김씨가 이재명 대표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하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 못 받았다고 하더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피의자 김아무개(67, 구속)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전날인 1일, 차량에 동승했던 ㄱ씨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신년 일정을 진행했다. 민주당 당원이자 이 대표 지지자인 30대 ㄱ씨는 당시 다른 지지자 2명과 함께 이 대표를 보러 봉하마을을 찾았다. 

ㄱ씨에 따르면, 당 일정이 끝난 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방이 있는 평산마을로 이동하려고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에게 주변에 있던 김씨가 다가와 "자기도 가야 한다. 차를 태워달라"고 해서 동행했다는 것이다. 

운전자와 다른 지지자 1명, 그리고 김씨와 함께 차량을 타게 된 ㄱ씨는 "(김씨가) 지인한테 부탁을 받았기에 꼭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차를 타고 가면서 부산과 가덕도 가는 길을 물어보더라. 사인을 못 받았다고 해서 하루 더 있지는 않는데 의아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밖에도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김씨에게 해당 지역구인 강훈식 국회의원(충남 아산을) 관련 정보를 물었더니 잘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 대표 지지자가 자기 사는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의 주요한 내용을 모른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씨는 2020년 탈당하기 전까지 국민의힘 당적을 4-5년간 유지했다가 2023년 3월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8일 당적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ㄱ씨는 이 대표가 가덕도에서 흉기 습격을 당한 후 온라인에 올라온 범행 현장 동영상을 보고 김씨가 당시 함께 차량을 탔던 사람과 동일인물임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탔던 차의 블랙박스 영상과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서 3일 경찰에 직접 제보했다"고 밝혔다. 
 
ⓒ 최주혜

다음은 8일 오후 ㄱ씨와 전화로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이 대표 지지자가 지역구 민주당 의원 주요 내용 모르다니..."
 

- 김씨와 이전에도 아는 사이였나.

"아니다."

- 그러면 어떻게 만났나. 

"지난 1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이재명 대표를 기다리고 있다가 만났다.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면 만나곤 했던 다른 지지자 2명과 같이 평산마을에 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사람이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더니 우리 대화를 듣고는 자기도 가야 한다고 해서 같이 가게 됐다."

- 같이 타고 간 차는 무엇인가.

"투싼이다. (운전자를 포함해) 다른 지지자 2명이 앞에 타고, 그 사람은 운전석 뒷 좌석에, 저는 그 사람 옆에 앉아서 갔다."

- 봉하에서 평산까지 차량을 타고 가면서 김씨와 무슨 대화를 나눴나.

"(김씨가) 이재명 대표의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봉하에서 사인을 받으려고 했는데 사람이 많아 못 받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지자라면 굳이 사인을 받지 않고 멀리서 바라만 봐도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지인한테 부탁을 받았기에 꼭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진짜 지지자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김씨가 이재명 대표의 사인을 받는 데 집착했다는 건가.

"그렇다. 보통 지지자는 가까이든 멀리서든 보는 데 만족하고 사인을 받으려 집착하지 않는다. 평산마을에도 이재명 대표의 사인을 받기 위해 간다는 말도 했다. 그래서 평산책방이면 몰라도 사저에서는 경호를 하기 때문에 사인을 받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방문 후 평산마을로 이동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었지만 가덕도에서 습격을 당해 일정이 취소됐다. - 편집자 말)"

-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봤나.

"충남 아산이라고 하더라. 그 지역은 민주당 강훈식 국회의원의 지역구다. 그 사람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이름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제가 강훈식 의원이 (2022년 8.28 전당대회 당시) 당대표 선거에 나왔는데 아느냐고 했더니 모르는 눈치더라.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가 자기 사는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의 주요한 내용을 모른다는 게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 평산마을에 가서는 어땠나.

"차량을 몰아 사저 앞쪽으로 가니 경호 때문에 근처도 못 갈 정도였다. (김씨는) 저희(동승자)들보다 나이도 훨씬 많아 보였는데, 너무 명령조로 이야기를 하면서 차를 세워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책방 앞쪽에 내려 달라고 해서 내렸다. 같이 책방으로 올라갔다가 저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나오니까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차량을 태워주고 나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가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가 버렸다."

"차 안에서 가덕도 가는 길 물어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 가덕도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었나.

"차를 타고 가면서 부산과 가덕도 가는 길을 물어보더라. 가덕도에 갈 거라는 말은 안하고 길만 물어봤다. 그래서 '통도사역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 부산은 가깝다'고 했다. 그랬더니 먼 거리는 아니라며 안심하더라. 대개 사인을 못 받았다고 해서 하루 더 있지는 않는다. 평산마을에서 말도 없이 사라지니까 찝찝한 기분은 들었다."

- 김씨가 이 대표를 습격한 범인이라는 걸 어떻게 알게 됐나.

"이 대표가 피습됐다는 걸 2일 오전에 알게 됐다. 처음에는 (온라인에 사건 현장이 찍힌) 동영상이 나오지 않았는데 조금 있으니 영상이 올라오더라. 사진을 보고 나니 봉하에서 평산으로 갈 때 같은 차량에 탔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앉아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아서 처음에는 몰랐다. 나중에 차량에 같이 탔던 지지자 2명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알게됐다. 그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보고 지지자 2명한테 연락해 '비슷하게 생겼으니 자세히 봐 달라'고 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 경찰에 제보하거나 또는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게 있나.

"블랙박스 영상과 사진을 보고 그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고서 경찰에 제보하자고 했다. 우리가 봉하에서 평산까지 그 사람을 태워다 줬다는 사실을 지난 3일 경찰에 제보했다. 그러다 경찰이 차량 주인한테 지난 6일 연락을 했다. 차량 주인이 아닌 다른 지지자는 7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저는 거리가 있어 직접 출석하지는 않고 같은 날 부산경찰청 강력계에서 전화가 와 17분가량 통화하면서 진술을 해줬다."

- 경찰 조사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나.

"경찰은 처음에 '그 사람과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느냐'고 묻더라. 경찰은 봉하마을에서 차량에 타는 장면이 CCTV에 찍혀 조사하는 거라고 했다. 저한테는 당원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경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 이재명 대표 지지 활동을 오래했나.

"저는 충북에 산다. 이재명 대표 관련 행사 현장에는 30차례 정도 갔던 것 같다. 부산에서 열리는 행사도 간 적이 있다. 같은 차량에 탔던 다른 지지자 2명은 행사에서 가끔 보던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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