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인터뷰] ‘노량’ 김성규 “잊을 만하면 나오는 나…이젠 알아볼 때 됐는데”
이세빈 2024. 1. 9. 05:28
“이순신 장군 역할이요? 저는 ‘아직 감히’라고 생각하죠.”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 죽음의 바다’까지. 이순신 3부작 중 무려 두 작품을 항왜군사 준사 역으로 함께한 배우 김성규는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잘 마무리돼 의미 있었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김성규와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 작품이다. 김성규는 왜군이었다가 조선군에 항복해 이순신 장군의 곁에서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준사 역으로 분했다.
김성규는 “‘한산: 용의 출현’을 촬영할 때 언어적으로, 캐릭터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김한민 감독님이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도 준사 역을 함께 해보자고 했을 때 부담이 있었다”며 “당시 감독님에게서 준사 역에 대한 애정과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책임감이 느껴졌다. 나도 걱정이 많았지만, 준사 역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나리오를 받고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는 게 힘이 됐다. 촬영하면서도 좋은 말만 해줬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디렉션을 주는 편인데 나 같은 경우는 열어놓고 잘하고 있다는 눈으로 바라봐줬다”며 “영화를 보고 나니 내가 한 것 이상으로 잘 마무리돼 의미 있었다. 배우로서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도 좀 더 성장하지 않았을까”라고 미소 지었다.
김성규가 연기한 준사는 깊어진 신념으로 이순신 장군의 곁을 지킨다. 무엇보다 준사가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노량: 죽음의 바다’ 속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김성규는 “‘준사가 전쟁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고 끝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해봤고 준사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일까도 생각해봤다. 준사가 대단하다기보다 전쟁에 참여한 병사로서,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영화를 보며 감독님과 스태프들의 준사를 향한 의미와 의지를 봤다. 영화적으로 멋있게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님이 너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하더라.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캐릭터에 공을 많이 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준사를 연기하며 고민됐던 지점도 털어놨다. 김성규는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 역할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이 있었다. 또 중요한 시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걸 내가 표현할 수 있을지도 고민됐다”면서도 “영화 전체적으로 인물들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성규는 “기회가 된다면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김성규는 “실제 역사를 벗어나 상상으로 만든다면 모르겠으나, (이순신 장군 역할은) 선배님들이 버티고 살아온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아직 감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연극 ‘12인’으로 데뷔 후 영화 ‘범죄도시’, ‘악인전’,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 등에서 캐릭터성이 짙은 역할을 맡으며 눈도장을 찍은 김성규. 그는 “재미있는 것 같다. (대중이)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것 같다. 이젠 알아볼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장르물을 많이 해 이제는 나와 가까운 현실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내 나이대에 생각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역할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세빈 기자 sebi05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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