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전쟁이 세계 지배… 올해 최대 리스크는 美대선"

뉴욕=조슬기나 2024. 1. 9. 05: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라시아그룹 ‘2024년 세계 10대 리스크’
러-우크라전보다 위험한 ‘미국 대 미국’ 전쟁까지 생겨
11월 대선 "美민주주의 시험대…전세계서 국제 신뢰도 훼손"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3개월째인 이스라엘 대 하마스, 그리고 이제 시작되는 미국 대 미국. 세 가지 전쟁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다."

올해 세계를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손꼽혔다. 정치적 분열이 심화하면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전 세계 안보 및 경제에 여파를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점점 악화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발 위기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도 톱3 리스크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미지제공=유라시아그룹 홈페이지

미국 정치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은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세계 10대 리스크'를 발표하며 미국의 대선을 1위로 꼽았다. 유라시아그룹은 올해 가장 큰 위험은 "미국과 미국 그 자신과의 싸움(The United States vs. itself)"이라며 "미국의 대선은 지난 150년간 경험하지 못한 수준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시험하고 전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선이 미국은 물론, 세계 80억 인구의 운명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는 11월 개최되는 미 대선은 현재로선 81세 고령인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과 각종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의 리턴매치로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대통령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어느 당이 승리하든 선거 결과를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가 혼돈에 빠질 수 있다고 유라시아그룹은 분석했다. 이러한 분열은 선거를 앞두고 양당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순간부터 극심해질 전망이다. 유라시아그룹은 "2024년 대선은 누가 이기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본질적으로 '동전 던지기'"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비롯한 각종 외교정책이 급격히 바뀌면서 세계 무대에서 미국의 입지가 약해질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줄어들면서 유럽연합(EU)은 긴장 상태에 들어서고, 이는 러시아의 결의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설명이다. 중동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입은 이스라엘이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해빙 모드를 보인 미·중 관계 역시 다시 악화할 전망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한층 급진, 분열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대선에 이은 올해 두 번째 리스크로는 '벼랑 끝에 선 중동'이 꼽혔다. 중동 지역을 "화약고"로 평가한 유라시아그룹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전선이 올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공격하며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홍해 상선을 계속 공격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직접적으로 개입할 가능성,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미국의 대규모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유라시아그룹은 "모든 경로는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분쟁을 둘러싸고 깊은 정치적 분열이 중동 전역에 퍼져있다. 중동과 다른 지역에 걸쳐 정치적, 종교적 극단주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 번째 리스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이미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상당 부분 잃은 우크라이나가 결국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분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있어 용납할 수 없는 결과이지만 현실이 될 것"이라며 "이제 러시아는 전장에서의 주도권, 물질적 우위를 갖고 있다. 올해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는 전쟁의 변곡점"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이르면 내년에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유라시아 그룹은 이러한 세 가지 전쟁이 전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며 "이 중 어느 것도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만한 적절한 가드레일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혼란을 막거나 수습할만한 의지와 능력을 갖춘 지도자 역시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를 '글로벌 리더십이 없는 세상, 즉 G-제로'로 정의하면서 "우리는 G-제로 세계의 직접적인 결과인 세 가지 전쟁을 보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G-제로가 더 많은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올해 10대 리스크에는 통제되지 않는 인공지능(AI)이 꼽혔다. AI를 회색코뿔소에 빗댄 유라시아그룹은 AI 기술 개발 속도가 거버넌스 논의 속도를 훨씬 앞지르면서 강력한 AI 도구가 정부 통제를 벗어나 확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AI가 생성한 허위정보가 각종 선거는 물론,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지정학적 갈등을 악화시키는 데도 악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유라시아그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불량국가'로 평가되는 러시아, 북한, 이란이 동맹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세계 안정에 위협을 가하는 리스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국의 경제회복 실패 ▲핵심광물 선점 경쟁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돌아온 엘니뇨 ▲미국의 문화전쟁 등이 올해 10대 리스크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