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준형 “음악을 깊이 파고드는 ‘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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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당시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연주는 다 좋은데, 약간은 너드(nerd) 같다'는 평을 받았어요. 무엇인가 파고든다는 의미에선 제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김준형은 "앞으로 계속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상주 음악가 제안을 받아서인지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음악은 '끝이 없지만,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인 것 같다. 예술에는 끝이 없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나름의 답을 도출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자로서 그저 최선을 다해 묵묵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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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음악콩쿠르 당시 한 심사위원으로부터 ‘연주는 다 좋은데, 약간은 너드(nerd) 같다’는 평을 받았어요. 무엇인가 파고든다는 의미에선 제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피아니스트 김준형(27)은 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을 ‘오타쿠’ 기질이 있는 연주자로 소개했다. 미국에서 모범생 또는 특정 분야에 대한 오타쿠를 뜻하는 말로 쓰이는 ‘너드’는 최근 국내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과거에는 부정적으로 쓰였지만, 요즘은 긍정적 의미를 많이 가지게 됐다.
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김준형은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에 이어 지난해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 피아노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음악의 구조에 대한 탁월한 이해와 함께 강렬한 표현력은 그의 특징으로 꼽힌다.
“‘너드’라는 단어에 찌질하다는 뜻도 있고, 모범생 같다는 뜻도 있어서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음악가로서 어떻게 하면 곡의 서사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할 뿐입니다.”
김준형은 누나(김경민·2012년 국제 하이든 콩쿠르 1위)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다소 늦은 나이인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다. 하지만 빠른 성장을 보이며 4년 만에 첫 콘서트를 가졌다. 그는 “게임 등 다른 분야는 30분만 지나도 싫증 났지만 피아노는 오래 견딜 수 있었다. 몇 시간씩 연습해도 괜찮았다”며 웃었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유학 간 김준형은 뮌헨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그리고 피아니스트로서는 독특하게 뮌헨 국립음대에서 다시 현대음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연주자로서 무대에서 경험할 수 없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현대음악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여러 악기는 물론 작곡가와 지휘자도 만나며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음악적인 시야도 넓어지는 등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서 네 차례의 무대를 가지게 된다. 나뭇잎 위에 쓸 수 있을 정도로 짧지만 재기 넘치는 소설을 의미하는 ‘엽편소설’을 주제로 11일 신년음악회 ‘Here&Now’, 5월 9일 피아니스트 쿠로키 유키네가 함께하는 ‘아름다운 5월에’, 8월 22일 플루티스트 김유빈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하는 ‘풍경산책’, 11월 14일 독주 무대인 ‘종을 향하여’가 예정돼 있다. 그는 “짧은 글 안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응축시킨 ‘엽편소설’은 오랜 기획과 준비를 통해 마련된 60분이 조금 넘는 공연 시간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금호문화재단이 2013년 시작한 상주 음악가 프로그램은 매년 젊은 연주자 한 명을 선정해 연중 4∼5차례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양인모,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젊은 클래식 인재들이 거쳐 간 것으로 유명하다. 이제 국내 클래식계에서는 미래의 인재를 미리 알아보는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김준형은 “앞으로 계속 음악가의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상주 음악가 제안을 받아서인지 운명처럼 느껴진다”며 “음악은 ‘끝이 없지만,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인 것 같다. 예술에는 끝이 없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나름의 답을 도출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연주자로서 그저 최선을 다해 묵묵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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