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의 전쟁, 美는 핵능력 키워야"…한국이 챙겨야할 이 보고서 [Focus 인사이드]
지난해 10월, 미국 의회의 전략태세위원회 보고서(Strategic Posture Commission Report)가 발간됐다. 해당 보고서는 2009년에 최초 발간된 전략태세위원회 보고서를 갱신한 것으로, 2027~35년을 대상 시점으로 미국의 전략태세와 관련된 131개의 평가 혹은 판단과 81개의 정책제언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 국방연구원(IDA)의 연구 지원 하에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 그리고 의회에서 지명한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꾸려 작성했다. 예산 결정권을 지닌 의회가 작성을 추진한 점, 참여한 의원들과 전문가들의 명망이 높은 점, 초당파적 합의가 담긴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어, 보고서는 다음 정부 전략에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두 개의 동시 전쟁 가능성과 이에 대비할 수 있는 핵태세
그런데 이 보고서가 수개월에 걸쳐 미국 현지 내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 적잖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이유는 12명의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핵정책 분야 리더들이 미국 핵능력의 규모를 키우고, 구성을 바꿔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비확산과 군비통제, 핵 역할의 축소 등 미국 핵정책의 주류적 지향성을 다소 거스르는 주문이 담긴 것이다.
위원회의 합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고 평가한 미래의 전략환경에 기인한다. 보고서는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 즉 중국과 러시아가 기회주의적으로, 혹은 협력적으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략환경 평가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과 유럽에서 각각, 그러나 동시에 일어날 두 개의 전쟁을 억제하고, 억제 실패 시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태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전쟁 승리에 있어 재래식 능력이 우선적으로 활용돼야 함을 강조하면서도, 그것만으로는 목표 달성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재하고 있다. 그 결과, 위원회는 핵능력의 질적 및 양적 개선이 반영된 전략태세 안을 도출한다. 특히 “군사적으로 효과적인 핵대응(militarily effective nuclear response)” 옵션과 “아ㆍ태 지역에 배치되거나 전개되는 전역 핵능력(theater nuclear forces deployed or based in the Asia-Pacific theater)”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그러한 능력의 예로, 한 청문회에서 존 카일(Jon L. Kyl) 부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진했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폐기를 선언했던 해상발사핵순항미사일(SLCM-N) 개발에 대한 지지를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즉, 위원회는 핵의 역할을 줄이면서 통합적인 억제를 추구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서에 일부 반기를 들었다. 통합적인 접근에는 동의하되, 핵능력의 개발과 생산 그리고 사용에 대한 경상적인 대비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매들린 크리든(Madelyn R. Creedon) 위원장과 카일 부위원장은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는 여러 자리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핵 현대화 프로그램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2022년 전략서가 두 개의 동시 전쟁에 대비할 필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제든 필요하다면 당장에라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은 갖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국 핵개발 능력의 현주소를 개탄했다.
시나리오의 선정과 핵능력의 변화 방향성에 대한 논쟁
사실 보고서가 상정한 ‘두 대국과의 동시 전쟁’ 시나리오는 가능성은 작지만, 가장 위험한 경우로서, 이를 기반으로 국방을 기획하는 것이 맞는가가 논쟁의 시작일 수 있다. 가능성이 높지만 덜 위험한 경우를 대비할 때보다 과도한 예산 투자와 군비경쟁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리고 논쟁의 끝은, 아무리 그러한 전략적 동시성을 대비한다는 데 동의한다 할지라도, 그 해법이 이미 수천기인 핵보유고를 더 늘리고, 전역 핵무기를 증강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미국의 핵능력을 더 강화하면, 오히려 전략적 불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핵능력 개선에 필요한 예산은 국방 예산의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편, 미국의 핵능력 저하가 지속하면 오히려 중국과 러시아가 승산에 대한 오판 하에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간 핵의 역할을 강조해온 전문가들은 “군비경쟁이 전쟁보다는 값싸지 않은가”라는 과거 전략사령관의 말을 상기시키기도 하며, 보고서의 현실 인식과 제언이 미국 핵태세에 대한 새로운 주류적 시각일 것이라 평했다.
한국의 안보가 서야 할 자리를 찾으려면
보고서는 두 강대국과의 핵전쟁 가능성에 집중하느라, 인도-태평양 한복판인 한반도의 역학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강대국 경쟁 외의 위협으로서 북한을 제시하고, 북한에 대비해 본토의 통합대공ㆍ미사일방어(IAMD) 능력이 얼마나 추가로 필요한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제언이 담겨있긴 하다. 북한의 화생무기와 사이버무기에 대한 우려도 조금이나마 언급됐다.
그렇지만 보고서가 가정한 미래 환경과 이에 따른 제언들은 한반도와 매우 깊이 연관돼 있다.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시에 미국이 전쟁을 치러야 할 경우, 한국은 미국에 의해 연루되거나, 방기될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이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한편, 이러한 전쟁 발발을 억제하기 위해 제시된 미국의 핵대응 옵션 다양화와 전역 핵능력 제고와 같은 대안은 미국의 확장억제하에 있는 한국에게 반가운 제언이다.
따라서 한국은 보고서가 우려하는 상황이 충분히 억제되도록 미국과 함께 역내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하고, 제시된 제언들이 실제로 이행되도록 도우려면 정부가 어떤 협력을 추구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전략환경과 대비태세에 있어 각각 북한과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를 강조해, 한반도의 역학을 더 잘 반영한 미국의 핵태세가 발전되도록 협의를 계속해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도 2027~35년의 전략환경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해보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대비가 무엇일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경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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