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선거용 출판기념회

전석운 2024. 1. 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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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되면 출판기념회가 말썽이다.

출판기념회 수익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음성적인 선거자금 마련 창구로도 널리 활용된다.

무분별한 선거용 출판기념회는 규제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출판기념회를 엄격히 제한하고, 선거 출마자들의 도서판매수익을 투명하게 신고하게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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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운 논설위원


선거철만 되면 출판기념회가 말썽이다. 선거법과 판례가 금지하는 행위만 비켜가면 사전선거운동하기 딱 좋은 수단이다. 명백한 출마 선언이나 공약 발표, 경쟁자 비방, 연예인 공연 등은 금지되지만 유력 인사들을 동원하면서 ‘저자’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유도하더라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 출판기념회 수익은 신고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음성적인 선거자금 마련 창구로도 널리 활용된다. 정치 신인들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도 출판기념회에 열을 올린다. 검찰이 2년 전 한 야당 중진 의원의 자택에서 수억원대 현금을 발견했으나 ‘출판기념회 후원금’이라는 해명에 이 돈을 압수하지 않았다.

한 현직 검사가 대검의 만류에도 출판기념회를 강행했다.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는 지난 6일 고향 창원에서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 시절인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창원 주민들에게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 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대검의 감찰을 받았다. 당시 김 부장검사는 ‘정치적 의미가 없는 안부 문자였고, 총선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으나 감찰이 끝나자 곧바로 사표를 냈다. 이를 정치적 중립 훼손으로 간주한 이원석 검찰총장이 추가 감찰을 지시하고 김 부장검사를 대전고검으로 전보시켰으나 끝내 출판기념회를 막지 못했다.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출판기념회도 입방아에 올랐다. 임명된 지 3개월여 만에 장관직을 그만둔 그는 지난 7일 수원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문제는 방 전 장관이 이임식을 하기 직전 부하 공무원들에게 출판기념회 안내 문자를 발송한 것이었다. 초청 문자를 받은 공무원들은 책값으로 얼마를 내야 할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무분별한 선거용 출판기념회는 규제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출판기념회를 엄격히 제한하고, 선거 출마자들의 도서판매수익을 투명하게 신고하게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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