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13> 독일 프랑크푸르트 마약복용센터 <상>

2024. 1. 9. 03: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약은 갑자기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확산 단계를 거친다. 즉 마약 투약·유통·제조 사범의 증가 단계를 거친다. 정부가 적극적인 마약 예방 대책을 세우지 않거나 마약 유통 카르텔이 확장되는 것을 방임할 경우 더 쉽게 확산된다. 이 단계에서는 마약 중독자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두 번째 단계로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적 병폐, 즉 개인적·사회적 문제가 커진다. 마약 중독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각종 감염성 질환(에이즈·간염 등)의 증가, 범죄, 사고, 가정 파괴, 사망 사고 등이 증가한다. 마약 생산 유통자들 간 음성적인 범죄, 폭력, 테러가 발생하기도 한다. 세 번째 단계로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적 병폐를 줄이고 사망자를 줄이기도 급급한 단계가 돼 마약복용센터 혹은 마약 주사기 공급 등을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해 마약 투약 행위 자체에 대한 제재가 완화된다. 그리고 마침내 마약류 중 비교적 환각이나 금단증상이 적다고 알려진 대마초를 합법화시키기에 이른다.

실제로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마약센터를 탐방하게 됐다. 해당 마약 센터는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거나 시민들에게 마약 예방 교육을 하는 센터가 아니라 마약 ‘복용’ 센터였다.

마약 복용 센터는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었다. 로널드 슈나이더 센터장은 해당 센터 운영이 2006년부터 시작됐고 마약을 투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365일 쉬는 날이 없다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면서 투약자들을 맞이하고, 그나마 월요일은 휴일이지만 부분 업무로 오후 5~11시까지 근무해야 할 정도로 마약 중독자가 많이 찾는 장소였다. 만약의 때를 대비해 주 3일은 의사가 근무하는 이 센터는 마약 중독자들이 투약과정에서 2차 사고를 겪지 않고 안전하게 마약을 투약하게끔 마련된 공간이었다.

슈나이더 센터장은 마약중독자들이 거리에서 마약을 불법으로 구매하고 길에서 마약을 하다 주삿바늘로 잘못 찌르거나 감염돼 길에서 죽는 사람 수가 연간 150명에 이르고 관련 범죄도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서 이 마약복용센터가 설립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복용하게 된 뒤로부터는 사망자가 30명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센터는 절대로 마약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이나 지침도, 경찰의 단속도 없는 공간으로 유지해 마약 중독자로서는 최대한 안전하게 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마약으로부터 탈출시키거나 재활을 시키기엔 여력이 없어져 가는 곳이 바로 독일 프랑크푸르트였다. 재활센터가 다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마약 투약자가 많아진 것이다.

이 센터 측은 마약 투약 도중 쇼크나 호흡 곤란 등 응급상황이 오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은 모두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인력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센터에는 하루 200~250명, 연간 8만명이 마약 복용을 위해 센터를 방문하며, 위급 시 응급처치는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처치해 아직 해당 센터에서 마약 복용을 하다가 현장 사망한 경우는 없어 보람을 느낀다고 센터장은 설명했다. 주사기를 지원하고 사용한 주사기는 돌려받는 방식, 즉 새 주사기로 일대일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중독자들의 마약 주사기 재사용을 예방하며 연간 20만개 정도의 마약 주사기가 교환되고 있었다.

센터를 찾는 이들은 심각한 마약중독자들이고 이들 중 70%는 A형 간염에 걸려 있으며, 10%는 에이즈 바이러스, 즉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에 걸린 상태였다. 그나마 센터를 통해 에이즈나 간염의 확산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해당 센터에만 해도 프랑크푸르트시에서 예산 20억원 가량을 해마다 지원하고 있었다.

슈나이더 센터장은 적어도 이 센터 내 공간은 경찰이 출입하며 단속할 수 없는 ‘법적 무풍지대’라고 설명했고, 마약 중독자들에 의한 2차 사고나 범죄를 막아주니 경찰들은 이런 기관이 더 생겨서 자신들의 일을 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은 올해 마약을 합법화시키지만 이미 해당 센터 이용자들은 헤로인이나 코카인, 크랙 등 합성마약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러는 펜타닐 사용자도 있다고 했다. 그나마 헤로인은 고가여서 합성 복합 마약을 많이 사용하며 하루에 6차례나 마약을 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