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예배가 ‘서비스’가 될 때
만나교회에서 목회를 시작한 이래 새해 첫 번째 설교는 늘 ‘예배’를 주제로 삼고 있다. 크리스천이 이 세상에서 예배자로 산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고 또한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진정한 예배자의 삶이란 예배당 문을 열고 나가면서 시작된다’는 말이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늘 의문으로 남는 것은 ‘예배자의 삶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헨리 나우웬은 저서 ‘예수의 길’에서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 연습하기를 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삶이 예배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해야 한다는 말이다. 문제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어떻게 경험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헨리 나우웬에 의하면 우리는 ‘기도’와 ‘섬김’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기도는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임재 안으로 들어가는 행위다. 섬김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행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삶의 예배’라고 말할 수 있다. 예배에 관한 여러 가지 성경 말씀이 있지만 로마서 12장 1절만큼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러므로 형제들아 내가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몸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 이는 너희가 드릴 영적 예배니라.’
‘예배’가 영어로 ‘서비스(Service)’로 표현되는 것이 참 흥미롭다. 너무 자의적인 해석인지 모르겠으나 예배란 하나님을 섬기는(service) 이들이 세상을 섬기는(service) 삶을 사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흔히 ‘예배’를 일컫는 영어 단어로 ‘워십(Worship)’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배의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그분을 높이고 찬양하는 것이며, 이러한 우리의 행위를 하나님은 기뻐받으신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의는 옳다.
하지만 예배를 ‘삶’과 연결시키려 할 때는 뭔가 부족한 점이 있다. 이제 예배를 일컫는 두 단어 ‘worship’과 ‘service’의 개념을 함께 갖고 예배를 설명해 보자. 예배란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고 기뻐하시도록 우리 삶에서 거룩한 산 제물이 되는 것이다. 산 제물이 되어 하나님을 섬기고,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이웃을 섬기는 것이다. 하나님을 섬긴다는 것은 섬김을 받으시는 ‘하나님 중심’이 된다는 말이다. 진정한 섬김은 서비스를 받는 쪽이 만족해야 한다. 만일 우리가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우리의 만족을 추구한다면 올바른 예배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이웃을 섬긴다고 하면서 예배를 드리는 회중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참다운 예배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진정한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기본적인 서비스를 잘 하면 받는 사람은 기분이 좋아진다. 서비스를 받는 대상이 만족하고 행복하면 그 서비스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것은 ‘립서비스(lip service)’에 그치고 만다. 제대로 된 서비스는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섬기듯이 세상을 섬기기 위해 예배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바른 태도와 몸가짐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배를 얘기할 때 ‘예배 드리기’보다는 ‘예배 살기’라는 말이 적절할 듯하다. 옥한흠(1938~2010) 목사님은 ‘몸을 드린다’는 말을 ‘나의 시간을 구별해 드린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예수를 몸으로 믿는다면 구별된 몸이 이 세상에서 드려질 때 얼마나 많은 선한 영향력이 나타나겠는가.
케리슉 목사는 저서 ‘메시지가 되라(Be the message)’에서 “행동 없는 말, 메시지, 설교에 신물이 난다”며 설교자인 스스로도 설교 뒤에 숨는 자신의 모습과 삶의 이중성에 실망했다고 말한다. 이제는 말을 줄이고 행동으로 삶으로 예수님을 경험하고 싶다는 뜻이다. 2024년 우리의 예배가 ‘Worship’에서 ‘Service’로 진화됐으면 좋겠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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