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아주 드물게 뇌염 진행…“의식 명료한지 확인해야”
0.1% 미만에서 뇌염 발생…너무 처지는지 등 살펴야
독감(인플루엔자)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감염증(RSV),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환자 발생은 주춤한 상황이다. 특히 세균성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흔히 합병돼 발생하고 있다.
이들 질환은 호흡기 증상이 비슷하지만 일부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독감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경우 기침 가래 발열 오한 인후통 등 증상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지속 기간이 3~4주 가량 길고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계속돼서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박준성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9일 “청진을 했을 때 폐음에 수포음이 들리는 경우가 있다. 폐음이 정상이더라도 X선에서 폐렴이 보이는 것이 다른 세균성 폐렴에 비해 흔하다”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에 의한 폐렴도 전신 증상, 염증 반응이 심한 폐렴이지만 바이러스성 이기 때문에 1주일 이내에 발열이 호전되고 증상도 나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박 교수는 “하지만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세균성 폐렴으로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더 나빠질 수 있고 유병 기간도 더 길다”고 부연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초기에 마크로라이드 계열 항생제(아지트로마이신, 클래리스로마이신 등)로 치료하고 효과가 없을 경우 스테로이드를 추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과가 안 좋을 땐(내성이 생겼을 땐) 비마이크로라이드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계, 퀴놀론계) 등으로 치료한다. 2차 약제들은 폐렴으로 인한 입원 기간, 입원율, 발열 기간, 전신 증상 등을 호전시킬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선 일부 연령대에서 공식 승인돼 있지 않다.
박 교수는 “퀴놀론계 항생제는 연골 형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부 동물실험 결과에 한정돼 18세 미만에서 사용 허가가 돼 있지 않지만 동물실험 결과이고 사람 대상으로 부작용이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6개월 이상 소아에서는 사용할 수 있도록 약전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 또 “테트라사이클린은 치아 발생에 영향을 줘 12세 미만에 허가가 안돼 있지만 8세 이상에서는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허가 사항을 초과(오프 레벨)해 효과가 발생하는 폐렴 치료의 경우 해당 약물을 투약한다”고 덧붙였다.
반드시 전문의 판단하에 부작용(해) 보다 효과(득)가 상회한다고 판단됐을 때 사용해야 한다.
해열제와 관련해선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보다는 이부프로펜이 조금 더 잘 듣는다. 마이코플라스마가 열을 내고 몸이 힘들고 몸살이 생기는 이유는 균 자체가 몸에 들어가서 만들어내는 염증 반응 때문이다. 따라서 염증 반응을 잠재울 수 있는 소염 기능의 이부프로펜이 더 잘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증상만으로 마이코플라스마를 진단할 순 없지만, 유행 기간에는 폐렴이 의심될 경우 경험적 치료를 하게 된다. 따라서 PCR 같은 검사를 통해 마이코플라스마가 나왔다고 반드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검사를 받으러 상급종합병원을 무작정 방문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더라도 임상적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치료를 시작한다. 또 스테로이드나 국내 연령 제한 약물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데, 전문의가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만큼만 치료하기 때문에 막연한 부작용 걱정 보다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마이코플라스마는 옛날부터 우리 곁에 있었던 세균인데, 코로나19 이후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이 생긴 것 같다”면서 “옛날부터 치료해 오던 세균이기 때문에 뉴스나 인터넷기사만 보고 과도한 걱정을 하기 보다 의료진을 믿고 따라주면 된다”고 말했다. 손씻기와 증상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 등의 수칙만 지켜주면 평소 유행보다 더 가볍게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단, 아주 드물게 0.1% 미만에서 뇌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마이코플라스마에 걸렸을 때 아이가 의식이 너무 처지거나 식사를 전혀 못하고 컨디션이 너무 떨어지면 혹시 뇌염이 있지는 않은지 상급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의사가 판단해 중증이면 입원하면 된다. 중증은 고열, 즉 열의 높이나 기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호흡 곤란, 청색증, 식이 및 의식 저하, 경련, 흉통 등을 보이는 경우 해당된다”고 말했다.
뇌염 여부를 미리 예측해서 치료하기 보다는 발생했을 때 빠르게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박 교수는 “집에서 보호자는 우선 아이 의식이 명료한지, 묻는 말에 잘 대답하고 평소같이 행동을 하는지, 몸을 잘 움직이는 지 등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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