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정크 커머스

2024. 1. 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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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온라인 쇼핑에서 2023년은 ‘테무’의 해였다. 중국 기업 핀둬둬(PDD)가 운영하는 쇼핑 플랫폼 테무는 한국과 일본에서 쇼핑앱 다운로드에서 1위를 했고, 아마존이 버티는 미국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테무의 돌풍은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의 패러다임이 변했음을 의미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웹사이트에 가서 싸고 좋은 물건을 골라 주문하는 게 이제까지의 방식이었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내가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물건, 심지어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물건을 소셜미디어에서 처음 접하고 구매 충동을 느껴 주문한다. 이를 정보의 습득에 비유한다면, 과거의 방식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고, 새로운 방식은 온라인 매체에 들어가서 그곳에서 보여주는 뉴스를 읽거나 보는 방식이다. 즉, 물건의 구매가 미디어 소비를 닮아가는 셈이다.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물건을 충동 구매하는 것이니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몇천 원 수준의 물건이 넘쳐나고 이런 제품에서 대단한 품질을 기대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성능이 실망스럽거나 쉽게 망가져도 개의치 않는다. 이들이 심리적 만족을 느끼는 포인트는 구매 순간에 있지, 사용하는 과정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저 스트레스를 푸는 데 들어간 “홧김 비용” 정도로 생각한다.

이런 소비가 인기를 끌면서 아마존과 같은 기존의 강자들도 테무의 모델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질 나쁜 제품이 리뷰 조작으로 상위에 올라온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엄청난 쓰레기가 만들어진다. 내구성이 떨어져 금방 버리는 플라스틱 제품뿐 아니라, 그걸 중국에서 전 세계로 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무시할 수 없다. 질 나쁜 물건을 구매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우리는 돈을 낭비하고, 지구는 쓰레기로 넘쳐나게 된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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