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닥친 북핵 위협, 우리가 주도권 쥔 ‘한미일 공조’ 필요

김동호, 정용수, 이철재, 정진우 2024. 1. 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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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평화 오디세이 ②


2017년 8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현지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미국 본토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을 5차례 발사하는 등 역대 가장 많은 ICBM을 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3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대한민국을 통일의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북한)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며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계속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하겠다”고 주장했다.

“북핵 위협, 먼 미래의 일 아니야”

이런 강경 입장은 핵 선제 공격을 헌법에 명시한 북한이 헌법 이상의 의미를 갖는 김 위원장의 입을 통해 노골적으로 대한민국 위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북한은 올해 한국을 핵 인질로 하는 한·미·일 위협을 한층 노골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뒷배’를 자청하고 있어 북한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오히려 비호하고 있다는 데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그치지 않는 것도 한국의 안보와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 올해도 반도체를 비롯한 미·중 첨단기술 경쟁이 계속되고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안보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안전판이 필요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5~6일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이사장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가 평화 오디세이 참관단을 꾸려 일본 내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후방기지를 방문했을 때 현지에서 만난 유엔사 관계자는 “북한의 핵 위협은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안보 문제는 한국과 미국·일본의 교집합인 만큼 올해 각국의 선거 결과나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하는 등 한국·일본과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이 안보 분야에서 협력 범위를 넓힌다면 대북 억제는 물론 유사시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차준홍 기자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연평도 인근에서 포격 도발을 하는 등 북한의 위협이 한층 현실화하면서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로 꼽히는 한·일의 더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해졌다. 소위 남방 3각 관계인 한·미·일이 올해 각국 선거 결과에 따라 유동적인 상황이지만 북·중·러로 짜인 북방 3각 관계는 지난해 보여줬던 밀착이 더욱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입장에선 군사적·경제적 안보 유지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당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 “핵 공격을 불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화성-18형 미사일 발사 성공을 두고 나온 발언이었다. 북한이 올해 핵물질을 추가로 생산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핵 위협도 공갈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위협의 전조는 2017년 8월 15일 김 위원장이 전략군사령부를 현지지도하는 사진에서 드러난다. 이 사진에는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 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라고 쓰인 대형 작전지도가 걸려 있었다. 북한이 지도에서 공개한 울산이나 김해·광양 등은 유사시 유엔군과 미군의 증원군이 사용할 예정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 전쟁 초기에 이들 지역을 대대적으로 공격해 증원군 파병을 저지하려는 전략을 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안보 협력, 정권에 좌우돼선 안돼”

유엔사 관계자는 “북한은 전쟁 초기 한국을 핵으로 공격해 핵으로 오염된 한반도에 미군과 유엔사 회원국의 증원군 참여를 막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며 “유엔사 회원국이 각자 판단할 문제이긴 하지만 미군은 북한의 다양한 공격을 물리칠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고, 어떤 식으로든 동맹인 한국과 공동 작전을 위해 참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차원에서 즉각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일본 내 주일 미군과 유엔사 후방기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에서 더 나아가 한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안보협력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장은 “최근 미국은 전 세계 곳곳에 안보 협력체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며 “한반도에선 한국이 주도하고 미·일이 참여하는 협력체인 가칭 코저스(KORJAUS)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여러 개의 전쟁이 벌어져 미국의 대응 역량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8척의 이지스구축함(한국은 3척)과 80여 대의 잠수함초계기, 군사위성 등 한국보다 다양한 북한 관련 정보 자산을 운영하고 있다. 한·일의 정보 협력이 이뤄진다면 입체적인 대응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이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과 관련한 한·미·일의 정보 협력은 필수”라며 “지소미아 체결 당시 일부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정보 자산이 부족한 한국의 입장에선 북한 관련 정보 수집 수단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득”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동호·정용수·이철재·정진우 기자 kim.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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