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금연 결심한 당신… NRT·상담 병행해야 시너지”
새해 굳은 결심, 주변 격려에도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게 금연이다. 이때 많은 사람이 니코틴 껌이나 패치, 사탕 등 금연 보조제(니코틴 대체제·NRT)를 찾는다. 담배 중단 시 의학용 니코틴 일부를 보충해 금단 증상과 흡연 갈망의 강도를 줄여주는 원리다.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국가금연지원사업에도 보편적으로 쓰인다.
그런데 흡연자들이 금연 보조제 사용에 불편함과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다양한 부작용을 겪은 후 NRT 사용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니코틴 껌 저랑 안 맞네요” “혹시 씹는 법이 잘못된 거 아닌가요” 같은 글들이 상당수 올라와 있다.
금연 보조제의 효과는 여러 선행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금연 성공률을 50~60%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2018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바 있다. 대한금연학회장을 거쳐 현재 경기남부금연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백유진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8일 “일반적으로 금연을 결심했다면 전문가 도움을 통한 비약물 요법(상담·행동요법)과 약물 요법(NRT·먹는 금연약)을 병행할 때 성공 확률이 올라간다”면서 “혼자 하는 금연 시도에 비해 전문가 도움을 받으면 비약물 요법 단독으로는 30~40%, 약물 요법 단독은 50~120% 가량 금연 성공률이 높아지며 병용할 경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용이다. 니코틴 의존 정도와 흡연 유형 및 행태 등에 맞게 NRT의 종류와 용량·용법이 제공되고 사용 방법 또한 제대로 고지돼야 함에도 일선 현장에선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가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보건소 금연상담사(5명)와 NRT 사용 경험이 있는 흡연자(24명)를 심층 인터뷰한 연구(2021년 12월~2022년 3월)에서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다. 니코틴 껌의 경우 사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흡연자는 거의 없었다. 보건소 금연상담사, 약국(구입 시) 약사도 니코틴 껌 사용법을 알려주는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20대 남성 흡연자는 “상담 시간이 길지 않아서 껌 주면서 ‘잘 쓰세요’ 그 정도 안내받았다”, 40대 남성은 “약국에서 그냥 껌처럼 씹으라고 했다”고 응답했다.
흡연자가 금연 상담사의 지시에 맞게 NRT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금연 상담사가 NRT 사용 관련 기초교육이 부족해 제품별 사용법, 주의사항, 부작용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7년 차 금연상담사는 인터뷰에서 “니코틴 껌과 자일리톨 껌을 함께 씹으라고 안내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흡연자는 니코닌 껌의 효과를 경험하지 못해 사용을 중단하고 결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발걸음을 끊게 된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등록자의 금연 성공률(2021년 기준)은 4주째 70.2%이지만 24주째는 32.5%로 뚝 떨어진다.
복지부는 해당 연구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 지난해 5월 개정된 ‘금연 보조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전국 보건소에 배포했다. NRT 제품별 상세한 용법·용량, 구체적 사용법, 주의사항 등이 담겼다.
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 김진영 선임연구위원은 “보건소 금연상담사 대상으로 NRT 사용에 대한 교육이 이뤄진다고 하지만 지침 개정 이후 실제 상담 변화에 대한 실태 조사나 흡연자 모니터링이 따라야 한다. 아울러 지역 약사회 등과 협조해 전국 약사 대상 복약 지도 교육도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정된 지침에 따른 주요 NRT 사용상 주의점과 흔히 잘못 알려진 상식을 알아본다.
◇니코틴 껌=하루 흡연량이 20개비 이하일 땐 니코틴 껌 2㎎, 20개비를 넘을 땐 4㎎제품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흡연 충동이 있을 때마다 통상 하루 8~12개를 씹어도 되며, 최대 15개를 넘어선 안 된다. 1시간 내 1개를 초과해 씹는 것도 금물이다. 백 교수는 “니코틴 껌을 주된 금연 보조제로 사용한다면 매일 주기적인 시간 간격, 예를 들어 1시간 간격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복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사용 시 주의할 점이 있다. 니코틴 껌 1개를 입안에 넣고 수초 간격으로 천천히 씹는다. 강한 맛이나 약간의 얼얼한 느낌이 있을 때까지 씹은 후 이런 느낌이 진정될 때까지 껌을 잠시 볼에 붙여놔야 한다. 니코틴이 구강 점막을 통해 흡수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불쾌한 맛이 느껴질 수 있으나 사용 전 또는 사용 중 15분간은 물이나 커피, 주스, 탄산음료를 섭취해선 안 된다. 이 같은 방법으로 30분간 계속 씹은 뒤 제거한다. 껌은 종이에 싸서 가급적 폐의약품 수거함에 폐기한다. 백 교수는 “니코틴 껌을 씹다가 침이 고이면 삼키기 쉬운데, 그럴 경우 침 속에 포함된 니코틴이 딸꾹질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침은 뱉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니코틴 패치=하루 1회 1매씩 사용하고 털과 흉터·상처가 없는 부위(위쪽 팔, 엉덩이 등)에 24시간 부착하며 매일 부위를 변경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붙이고 취침 시 제거하는 16시간 사용 제품도 있다. 첫 2~3주는 가장 농도 높은 걸로 적용하다가 단계적으로 낮춘다.
항간에 패치를 붙이고 흡연하면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패치를 붙이고 담배를 피울 경우 체내 니코틴 농도가 일시 상승해 그런 주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니코틴은 대사·분해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한 주장으로 생각된다. 실제 그렇게 해서 사망했다는 보고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패치의 부작용으로 두드러기나 피부 트러블이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니코틴 자체 부작용이라기보다는 접착제와 관련 있다. 불면증 또한 니코틴이 갖는 약리 효과 때문이다. 백 교수는 “24시간 붙이고 있기 때문에 수면 중에도 니코틴이 작용해서 그렇다. 수면 문제가 있다면 16시간 작용하는 패치로 변경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NRT 사용으로 인한 니코틴 중독 우려에 대해 백 교수는 “니코틴 대체제에 함유된 니코틴 농도는 낮은 편이므로 중독(의존)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일부 금연 시도자들 중에 패치나 껌에 의존이 생겨서 완전히 못 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니코틴 대체제를 끊어서 다시 담배로 돌아간다면 오히려 건강 측면에서 불리하므로 일단 니코틴 대체제를 당분간 사용하되, 계획을 세워 니코틴 대체제도 궁극적으로 중단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NRT 사용 시 빈맥이나 두근거림, 어지러움, 식은땀, 구토, 구역, 혈압 변화, 호흡곤란 등 부작용이 발생할 때는 곧바로 사용을 중단하고 의료진 진료를 받아야 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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