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키우는 유튜브·포털 놔둘 건가 [김선걸 칼럼]

김선걸 기자(sungirl@mk.co.kr) 2024. 1. 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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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테러를 당했다. 총선을 99일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피습당한 것이다.

지지자든 아니든 공분할 일이다. 이 대표 이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리퍼트 전 미국대사 등 정치권 주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테러는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멸절시키겠다는 극단적인 증오의 결과물이다. 극단화된 정치 지형에 1차적인 책임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부추기고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저수지가 있다. 유튜브, 포털, SNS 등 온라인 공간이다.

지금 몇몇 사이버 공간은 뉴스를 조작하고 선동하는 범죄의 현장으로 변했다. 분노의 감정에 불을 붙이고 부글부글 끓인다. 이번 이 대표 테러범도 극단 유튜브를 자주 봤다고 한다. 테러를 저지른 사람은 벌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고 잠재적인 테러의 온상을 꾸린 사람들은 책임이 없나.

사이버 공간의 혐오·분노 조장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언론과 지성의 목소리는 오히려 저열한 선동과 조작에 구축(밀려남 Crowding out)당한다. 유튜브와 포털·SNS가 이를 조장 혹은 방임하는 건 탐욕 때문이다. 포털과 유튜브가 댓글 장사로 돈을 버는 동안 사회의 분노지수, 폭력지수는 올라가는 메커니즘이다.

포털의 댓글을 보자. 거짓말과 음모론이 난무하지만 사실상 자정 장치는 없다. 욕하고 비방하고 자극적인 음모론이 확산돼야 페이지뷰는 늘어나고 포털이 돈을 많이 번다. 이렇게 얻는 이익이 조 단위의 돈이다. 마약을 팔아 돈을 버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포털의 댓글은 심지어 간첩도 활개 치는 무법지대다. 최근 가천대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댓글 부대가 국내 여론 조작을 조직적으로 자행했다. 예를 들면 ‘경복궁은 중국 문명의 자산’ 등 역사 왜곡은 물론 ‘반중 종자들은 전부 친일 매국노’ ‘경상도, 전라도는 미개하다’는 등 지역 감정과 이간질도 하고 있다. 특히 보수당 후보를 비방하는 댓글로 선거까지 개입했다. 어떤 계정은 하루 평균 130개, 즉 24시간 내내 10분마다 댓글을 달았다.

만약 포털이나 유튜브 기업이 테러의 암시나 조직적 여론 조작, 적성 국가 활동을 인지하고도 방임했다면 수사해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수년간 사회적 손실을 끼쳤다면 그 대가도 물려야 한다. 그리고 댓글 시스템은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다음(Daum)이 최근 댓글 시스템을 개선한 건 그나마 작은 진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06년 커터 칼 테러로 자상을 입었다. 얼굴에 길이 11㎝, 깊이 1~3㎝의 깊은 상처가 났다. 안면 신경과 경동맥을 스칠 정도로 깊었고 얼굴을 60바늘 꿰맸다. 이후 박 대통령은 행사에서 오른쪽에서 뭔가 움직이면 ‘움찔’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테러의 트라우마는 행동과 심리를 제약한다. 이제 이재명 대표도 마찬가지로 트라우마에 시달릴 것이다.

그런데 물리적인 테러만이 이렇게 ‘움찔’하게 하는 건 아니다.

최근 비방 댓글에 교수, 법조인, 언론인 등 양식 있는 인사들이 ‘움찔’한 후 의견 개진을 고사하고 있다. 옳은 말만 하면 저열한 비방 공세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유튜브·포털 등 공룡 IT 기업이 탐욕에 눈이 멀어 모른 척 방임한 게 수년이다. 그동안 온라인 공간은 점점 저열하고 폭력적으로 변해왔다. 사회적 비용을 늘리는 데 대한 책임을 물려야 한다.

공권력은 무엇 하고 있나. 언제까지 내버려둘 셈인가.

김선걸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2호 (2024.01.10~2024.0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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