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한층 오를 때도 숨이 차다면?… 심장 판막 병 의심을

민태원 2024. 1.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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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승모판막역류증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숨이 찬 증상으로 승모판막역류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심장 모형을 활용해 설명하고 있다.

초기엔 무증상… 초음파 검사 필요
4년 전 마이트라클립 시술 도입 후
80대 이상 고령·고위험 환자들도
개흉 수술 않고 효과적 치료 가능

고령층은 계단이나 경사진 곳을 오를 때 숨이 차면 흔히 나이 들어서 그러려니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평소 3층 정도 계단을 아무 문제 없이 올랐는데, 어느 순간 계단 한층 오르기도 숨이 차다면? 심장 내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걸 막아주는 판막에 병이 생긴 건 아닌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왼쪽 심장인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있는 승모판막이 잘 닫히지 않아 생기는 ‘승모판막역류증(폐쇄부전증)’ 여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기존에는 중증의 승모판막역류증은 가슴을 여는 수술로만 치료가 가능해 고령이나 다른 질환을 동반한 고위험 환자들에겐 부담이 컸다.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8일 “4년 전 개흉 수술 대신 클립으로 고장 난 승모판막을 고정하는 ‘마이트라클립 시술(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이 도입되면서 80대 이상 초고령자나 고위험 환자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에게 승모판막역류증과 최신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왜 생기나.

“판막은 심장 안에 있는 문짝으로 모두 4개가 있다.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의해 닫히고 열리며 혈액의 역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중 심장의 혈액을 전신으로 내보내는 좌심방과 심실 사이 승모판막에 문제가 생긴 것인데, 원인은 크게 2가지다. 승모판막 자체가 고장 나거나(일차성), 판막은 정상인데 좌심방 혹은 심실이 늘어나거나 망가져 판막이 잘 안 닫히는 경우(이차성)다. 일차성의 흔한 원인은 노화다. 즉 판막이 닳아서 망가진 것이다. 과거에는 어렸을 때 ‘류머티즘성 열(세균 감염 후 걸림)’을 앓고 난 뒤 생기는 판막질환이 많았지만, 위생환경이 좋아지면서 이 질환의 50%는 퇴행성이다. 이차성인 경우는 심부전이나 심방세동(불규칙한 심장박동) 등 심장질환을 오래 앓은 환자에게서 발생할 수 있다.”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

“무증상이 30%다. 초기에는 일상에 불편함이 없고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약간 숨이 찬 정도다. 심해지면 계단 한 층을 오르는데도 숨이 차고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숨이 너무 차서 똑바로 누워서 잘 수가 없는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게 돼 응급실을 찾게 된다.”

박 교수는 “문제는 노인의 경우 나이가 많아서 숨이 차다고 생각하지 심장에 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실제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큰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하는 경우는.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경우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매년 또는 격년으로 추적 관찰하다가 증상이나 진찰 소견에 변화가 있을 경우 심장초음파로 재평가해 치료 방침을 정하면 된다. 중간 정도, 중증 이상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 판막 전문가로부터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최신 시술법이 관심인데.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개흉 수술은 모든 환자에게서 가능하진 않다. 심장 수술 위험도 평가 척도(STS Score)로 계산 시 수술 후 사망률이 8% 넘는 고위험군과 80대 이상 고령자는 여러 동반 질환(만성콩팥병, 만성폐쇄성폐질환, 전신마취 어려운 환자 등)으로 개흉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동안 이들은 증상이 심해도 치료할 방법이 없었다. 2020년 국내 도입된 ‘마이트라클립 시술’은 개흉 수술의 고위험군과 고령 환자에게서도 시술이 가능하다. 60·70대라도 다른 질환 때문에 가슴 여는 수술이 어려울 경우 시술할 수 있다. 다리의 대퇴정맥으로 삽입한 가느다란 관을 심장까지 밀어 올린 뒤, 그 관을 통해 전달된 작은 클립으로 승모판막의 양쪽 판을 집어서 판막이 열리고 닫힐 때 생기는 빈틈을 없애 혈액 역류를 막는 방법이다. 빠른 회복 시간이 장점이다. 오전에 시술하면 오후에 식사하고 저녁부터 걸어 다닐 수 있다. 대부분 2~3일 뒤 퇴원 가능하다.”

-보편적으로 시행되나.

“아직 국내에서 이 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10곳 안팎이다. 게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적지 않다. 클립 1개 시술에 3500만원 정도 든다. 관련 학회에서 급여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건보 재정 부담이 커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교수는 “이에 더해 이 시술법을 80대 이상 어르신들에게 설명하면 10명 중 10명은 ‘얼마나 더 살겠다고 시술을 해. 자식들에게 신세 지기도 싫고…’라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그러다 증상이 악화돼 응급실로 자주 실려 오시게 된 후 마음이 바뀌어 시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승모판막역류증은 고령자들이 마음 편하게 지내게 두는 호락호락한 병이 아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지낼 만하지만, 점점 힘들어지고 나중에는 누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자는 병인 만큼, 새 시술법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기 발견 위해 혹은 시술 후 주의할 점은.

“평소 움직일 때 숨이 차고 오늘 괜찮았다가 내일 계단 오를 때 숨이 차다면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40·50대라고 안심할 순 없고 고혈압, 고지혈증이 없어도 승모판막역류증은 발생할 수 있다. 시술 후에는 클립이 제자리에 유지되고 있는지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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