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로봇심판+피치클락' 걱정, '베테랑' 이용찬의 소신발언 "야구가 투수에게 불리해지는 느낌"
(엑스포츠뉴스 창원, 유준상 기자) 500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 투수도 새로운 제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NC 다이노스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이용찬이 피치클락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용찬은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년 구단 신년회 행사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자신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여태껏 만나지 못했던 지인을 만나며 맛있는 걸 먹었고, 또 쉬면서 운동도 일찍 시작했다. 공만 안 던졌을 뿐"이라며 "지난 시즌에 체력적으로 좀 버거운 느낌이었다. 과정이 좋지 않다 보니까 체력이 거의 다 소진돼 아쉬웠다. (무엇보다도)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2승을 거둔 뒤 내리 3연패를 당했는데, 그게 가장 아쉬웠다. 순위 경쟁을 하다 보니까 (류)진욱이나 (김)영규도 그렇고 나 또한 힘들었다. 평소보다 시기를 좀 늦춰서 공을 던지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존 7~9회를 세 명이서 나눠 던지다가 영규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기간에 나와 진욱이가 타이트한 경기를 하다 보니까 힘이 확 떨어진 것 같다"며 "전반기 성적은 생각한 것보다 좋지 않아서 절치부심해서 그걸 후반기에 어느 정도 만회했는데, 한 경기로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용찬은 지난 시즌 60경기 61이닝 4승 4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 세이브 부문 5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의 이야기처럼 4월 한 달간 11경기 11⅓이닝 1승 1패 5세이브 평균자책점 6.35로 기복을 보이기도 했고, 6월에도 7경기 7⅓이닝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다.
그나마 7월 7경기 7⅓이닝 1승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2.45, 8월 10경기 11이닝 1승 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1.64로 어느 정도 만회했지만, 9월 이후 17경기 16이닝 1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5.6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용찬이 언급한, '공든 탑이 무너진' 경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지난해 10월 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8-5로 앞선 8회초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다. 하지만 최항의 볼넷과 대타 김강민(현 한화 이글스)의 1타점 적시타로 흔들리더니 후속타자 오태곤에게 역전 3점포를 얻어맞으면서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결국 역전 이후 하준영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이날 이용찬의 성적은 2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실점이었다.
이용찬의 악몽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10월 13일 LG 트윈스전과 1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2경기 연속으로 실점을 기록하며 흔들렸고, 시즌 최종전이었던 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1피안타 1실점으로 부진했다. 그 여파는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고, 코칭스태프는 가을야구 내내 마무리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용찬은 "시즌 막바지에 느꼈는데, 왠지 모르게 흐름이라는 게 있지 않나. 정타를 맞아서 안타나 홈런을 내주면 괜찮은데, 빗맞은 타구가 안타로 연결되거나 수비 실책이 나오면서 결과가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KT 위즈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아찔한 상황이 있었다. 9회말 3-2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이용찬이 선두타자 박병호와 장성우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문상철과 김준태의 연속 삼진 이후 배정대의 자동 고의4구로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오윤석이 단타라도 쳤다면 KT가 역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다이빙캐치로 빗맞은 타구를 낚아챈 유격수 김주원이 이용찬의 짐을 덜어줬다.
당시 상황을 복기한 이용찬은 "(김)주원이가 캐치를 할 때도 타자의 방망이가 부러진 걸로 아는데, 워낙 그 전에 안 좋은 상황이 많았다. (오윤석이 친 타구의) 코스가 애매했고 (날아가던) 타구의 속도가 줄었는데, 타구가 주원이의 글러브에 맞고 튕겨나갈 것 같기도 했고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주원이가 잘 잡아줘서 고마워했다"고 얘기했다.
수치상으로 아쉬움을 남긴 이용찬이지만, 지난 시즌 최종전을 통해 KBO리그 역대 51번째 500경기 등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오랫동안, 더 꾸준하게 마운드를 지켰다는 의미다. 2008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개인 통산 998⅓이닝을 소화한 이용찬은 올 시즌 초반 1000이닝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용찬도 "솔직히 선발투수를 하지 않았다면 더 빨리 500경기 등판 기록을 세웠을 것 같다"며 "재활을 몇 번 하기도 했는데, 500경기를 달성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10년 넘게 뛴 '베테랑' 이용찬에게도 고민은 있다. 바로 새로운 제도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피치클락,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견제 횟수 제한, 승부치기 도입 등을 도입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오는 11일에 진행되는 KBO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용찬은 "(달라지는 제도들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는데, 투수들이 많이 힘들어질 것 같다. 피치클락도 피치클락이지만, 로봇심판이 걱정이다.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 스프링캠프를 가봐야 알겠지만, 아마도 투수들이 힘들어질 것이고 모든 스탯(기록)이 안 좋아질 거라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제도 도입으로) 타자들이 좀 더 유리할 거라고 보고, 또 주자들도 유리할 것이다. 견제 횟수 제한도 투수에게는 불리한 것 같다. (전반적으로) 투수들에게 야구가 좀 더 불리해지는 느낌"이라며 "야구라는 종목은 투수에게 유리해야 하는데, 점점 불리해지는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로봇심판에 대한 걱정을 거듭 강조한 이용찬은 "(볼 하나에 따라서) 무조건 타격이 있다. 타자도 마찬가지이긴 하겠지만, 투수가 타자보다 좀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스트라이크 하나로 경기가 끝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투수 입장에서는 두 타자나 세 타자 혹은 그 이상까지 승부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했다.
걱정 속에서도 시즌 준비는 계속된다. 이용찬은 "선발투수는 어느 정도 목표치를 잡을 수 있는데, 마무리투수는 목표를 설정하더라도 팀이 지면 소용이 없다. 내가 나간 상황에 점수를 주지 않고 잘 막자고 생각한다"며 "세이브 개수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성공률은 중요하다. 성공률을 높이고 세부적인 기록을 개선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창원,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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