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 공백 메운다고?’ 여전한 의심의 시선…'PL 10골' 베르너, PL 복귀 임박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손흥민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토트넘 홋스퍼의 선택은 티모 베르너였다. 다만 베르너가 손흥민의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이 가득하다.
겨울 이적시장을 앞둔 토트넘의 최대 과제는 손흥민 공백 최소화였다. 1월 1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손흥민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대회 결승까지 진출할 경우 2월 초중순까지 토트넘에서 뛰지 못한다는 건 이전부터 알려진 사실. 이를 위해 토트넘은 일찍이 겨울 이적시장에서 손흥민을 대신해 팀의 득점을 책임질 수 있는 스트라이커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초기에 토트넘과 연결됐던 선수는 브렌트퍼드의 이반 토니였다. 토니는 손흥민의 아시안컵 차출에 앞서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을 때부터 토트넘의 타깃으로 언급됐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터트리며 엘링 홀란드와 케인에 이어 프리미어리그(PL) 득점 3위에 올랐던 토니는 뛰어난 공중볼 경합 능력과 준수한 골 결정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는 공격수지만, 최근에는 불법 베팅에 가담해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토니가 그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점, 많은 클럽들이 토니를 노리는 팀이 다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토니의 토트넘 이적설은 점점 힘을 잃었다. 토니는 한동안 토트넘의 지역 라이벌인 아스널과 연결됐고, 최근에는 브렌트퍼드의 사령탑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토니를 매각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공개적으로 토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토트넘이 토니를 대신해 영입을 추진한 선수가 바로 베르너다. 베르너는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애스턴 빌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복수의 PL 클럽들과 이적설이 나오기 시작했고, 최근 토트넘과 강하게 연결되며 토트넘행 급물살을 탔다.
독일 현지에서 먼저 보도가 나왔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 소속이자 독일 축구 소식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지난 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가 6개월 임대 계약으로 토트넘에 합류할 예정이다. 최종 협상 단계에 있으며,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훈련 캠프를 떠날 준비를 마쳤다”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영국 ‘커트 오프사이드’ 소속이자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시오 로마노도 자신의 SNS를 통해 “베르너는 향후 48시간 이내에 토트넘에 임대로 합류하기 위해 오늘 열리는 라이프치히의 경기 명단에서 제외됐다. 협상은 최종 단계에 있으며, 구매 옵션을 두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토트넘은 6월까지 베르너의 임금 100%를 책임질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플레텐베르크와 로마노 외에도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폴 오 키프도 베르너가 곧 런던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영국 ‘BBC’, ‘스카이 스포츠’ 등 다수의 매체들 역시 베르너의 토트넘행이 임박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라이프치히의 마르코 로제 감독도 베르너의 이적을 인정했다. 로제 감독은 “베르너가 임대를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맞다. 그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에서 뛰고 싶어 한다. 우리는 베르너가 최선을 다하길 바라고, 그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빈다”라고 말했다.
로제 감독의 말처럼 베르너는 출전 시간을 위해 이적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이 끝난 뒤 내년 여름에 베르너의 모국 독일에서 열리는 유로 2024에 출전하려면 경기를 꾸준히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르너는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8경기 출전에 그쳤고, 8경기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했다. 베르너가 이번 시즌 소화한 시간은 204분이 전부다.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할 경우 출전 시간에 대한 고민은 해소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당장 히샤를리송과 함께 최전방을 책임질 선수가 필요하다. 또한 베르너가 측면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만큼, 스트라이커 외에도 측면 공격수로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영국 ‘스포츠 렌즈’는 8일 “베르너가 토트넘으로 깜짝 이적할 수 있었던 데에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역할이 컸다. 베르너는 맨유,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그리고 크리스탈 팰리스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 목요일 토트넘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떠올랐고 현재 임대 이적이 임박했다. 베르너의 계약 조건에는 여름에 1,500만 파운드(약 251억)의 이적료로 토트넘에 완전 이적하는 옵션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 감독 아래에서 특정 목표를 지향하는 팀이 됐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베르너를 강력한 타깃으로 설정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가 팀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고, 토트넘의 스카우트 스태프들도 베르너의 데이터가 토트넘이 공격진에 포함시키려는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확신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베르너는 자신을 향한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토트넘은 베르너가 다른 공격진과 함께 손흥민의 공백을 최소화하길 바라고 있다. 이런 베르너를 향한 시선에는 기대도 있지만, 의심이 더 큰 게 사실이다.
베르너가 이미 한 차례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베르너는 슈투트가르트와 라이프치히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을 날리는 공격수가 된 뒤 2020-21시즌을 앞두고 PL의 명문 구단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많은 기대와 함께 첼시로 이적한 베르너였지만, 첼시에서 보낸 두 시즌은 베르너 커리어의 암흑기가 됐다.
‘스포츠 렌즈’는 “베르너는 첼시에서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PL에서 다시 뛰는 것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라며 베르너도 PL 복귀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베르너의 PL 기록은 10골이다. 두 시즌 동안 60경기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했지만, 베르너의 득점 기록은 초라하다. 첼시는 베르너를 신뢰하며 베르너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했고, 베르너가 공격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지만 베르너는 이에 보답하지 못했다. 베르너는 자신에게 온 수많은 찬스들을 외면했고, 오프사이드도 수없이 범하며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장점이 확실한 선수였지만, 그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 시절부터 정확한 타이밍에 침투를 시도해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라인 브레이킹 능력과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는 연계 능력이 강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첼시에서는 이런 장점들도 살리지 못했고, 단점이었던 부족한 골 결정력만 눈에 띄었다.
부진이 이어지자 본인조차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했다. 베르너는 지난 2021-22시즌 도중 인터뷰에서 “때로는 팬들이 왜 나를 응원해주는지 모르겠다. 난 스트라이커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렸다. 베르너의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인터뷰였다.
공교롭게도 베르너는 이 인터뷰를 남긴 시즌을 마지막으로 첼시를 떠났다. 첼시는 베르너가 살아나길 기다렸지만 결국 2022-23시즌을 앞두고 베르너의 이름을 방출 명단에 올렸다. 여러 클럽들이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베르너는 친정팀인 라이프치히 복귀를 선택했다.
베르너는 라이프치히로 돌아온 뒤 치른 첫 번째 시즌 27경기(선발 23경기)에 출전해 9골 3도움을 기록, 준수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이 개막한 뒤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베르너를 대신해 로이스 오펜다, 유수프 폴센, 사비 시몬스, 베냐민 세슈코 등 어리고 유망한 자원들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토트넘 팬들이 베르너 영입을 걱정하는 이유다. 베르너는 이미 한 차례 PL에서 실패한 경력이 있고, 최근 경기력까지 좋지 않다. 또한 베르너가 토트넘에 합류하려는 목적도 다른 게 아닌 내년 열리는 유로 2024를 바라보고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토트넘이 완전 이적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기는 했으나, 베르너와 동행하는 6개월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올 만하다.
베르너가 토트넘의 기대처럼 손흥민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시즌 초반부터 부진했던 베르너와 달리 손흥민은 이번 시즌 PL에서만 12골 5도움을 기록하며 현재 리그 득점 3위, 공격 포인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기록 외에 당장 최근 경기력만 보더라도 베르너에 비하면 손흥민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 베르너의 토트넘 이적이 임박했고, 토트넘은 베르너를 다가오는 맨유전부터 기용하길 바라고 있다.
로마노는 베르너가 메디컬 테스트를 마친 이후 토트넘과의 계약을 마무리하려고 하며, 다음 주 진행되는 팀 훈련에 참가해 토트넘 생활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 렌즈’는 “일이 잘 진행된다면 베르너는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곧바로 맨유를 상대할 것이다”라며 베르너의 맨유전 출전을 암시했다.
베르너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손흥민이 오기 전까지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질 전망이다. 토트넘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결승전까지 오른다면 맨유전과 브렌트퍼드전, 에버턴전과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까지 손흥민과 함께할 수 없다. 맨유는 물론 다른 세 팀 모두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들이다. 브라이턴은 최근 토트넘의 상승세를 끊은 팀이기도 하다.
손흥민이 돌아오기 전까지 토트넘은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 한다. 한때 리그 1위 자리를 지키다 4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토트넘은 최근 리그 경기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며 순위를 5위까지 끌어올렸다. 4위 아스널과의 승점 차가 1점으로 좁혀진 만큼 지금의 기세를 이어가 4위권 진입을 노릴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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