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9일 강행, 김건희 특검법은 재표결 늦추는 野

손국희, 박태인 2024. 1. 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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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재표결은 늦추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는 서두른다.'

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투트랙’ 전략은 이렇게 요약된다. 두 사안의 처리 방식은 정반대지만, 타깃하는 바는 공히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의 촉매로 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 처리 의지를 드러내며 "조사도 없이 피해보상을 통해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뉴스1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조사도 없이 피해 보상을 통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며 “사람 목숨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구태의연한 방법”이라고 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특검 관련 조항을 삭제하되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띄우고, 4월 총선 이후 법을 시행토록 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할 순 있지만, 국민의힘이 끝까지 중재안을 반대할 경우 특검 도입 등을 명시한 원안(남인순 의원 대표 발의)을 처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이태원 특별법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것은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진상조사가 진행되면 결과적으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경찰 수뇌부 등 ‘윗선’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쌍특검법에 이어 또다시 거부권 행사를 검토할 상황에 놓이는 대통령실의 부담도 커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에는 어떤 궁색한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지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시민대책회의가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실제 대통령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참모들 사이에서는 국회의장 중재안인 특조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상당하다. 과거 ‘세월호 특조위’처럼 진상 규명은 못 하면서 사회적 갈등만 조장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크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참모들에게 “특조위가 정말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부권 행사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회가 유가족을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이 참석한 '김건희·대장동 특검 거부 규탄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이 강행 처리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지만, 여야 입장차가 뚜렷해 예고한 대로 특별법이 통과 및 시행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특조위의 편향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특조위는 국회의장 1명, 국민의힘 4명, 민주당 4명, 유가족 단체 2명의 추천으로 구성되는데 이럴 경우 “사실상 여당은 4명, 야당은 7명인 구조”(여당 관계자)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 측은 “국회의장과 유가족을 야당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조위 권한도 쟁점이다. 특조위가 조사 대상자에게 자료 제출과 동행을 명령하고 거부 시 검사에게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당 안을 두고 국민의힘 측은 “영장 청구까지 좌우하는 과도한 권한”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도 “무조건 여야 합의를 끌어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수도권 초선 의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관섭 비서실장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건희 여사·대장동 특검법(쌍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의결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태원 특별법과 달리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과 관련해선 “안건 상정을 위한 여야 협의가 우선이다. 9일 재표결은 이르다”(최혜영 원내대변인)는 입장이다. 재의결을 늦춰 김건희 여사 의혹을 최대한 끌고 가자는 것이다. 쌍특검법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199명) 찬성이 필요한데, 현재 야권 의석은 180석 정도다. 내부적으론 재의결을 지연시킬 경우 곧 벌어질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여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재의결 시기를 마냥 늦춰선 안 된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특검 추천과 임명, 준비 기간 등을 더하면 한 달 가량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3월쯤 특검을 띄워 4월 총선에서 최대한 활용하려면 2월 초·중순에는 재의결해야 한다는 논리다.

손국희ㆍ박태인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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