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인구 증가로 노동 공급 감소…女 참여↑, 男 참여↓"
국내 미혼 인구 증가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를 늘리고, 남성 참여는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혼·비혼 등의 영향으로, 고용·근로시간 같은 노동 공급은 이미 줄었고, 향후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선영 고용분석팀 과장 등 한국은행 연구팀은 8일 이러한 내용의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 인구 비중(15세 이상)은 2000년 27.9%에서 2020년 31.1%로 상승했다. 이는 저출산 등에 따른 미래 노동력 변화뿐 아니라 현재의 노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핵심 연령층(30~54세)의 결혼 여부가 노동 공급에 미치는 여파는 성별로 갈렸다. 노동 공급은 크게 두 가지로 계산한다.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 등으로 대표되는 '취업자 수 증감', 근로자가 제공하는 평균 노동 시간인 '1인당 근로시간'을 각각 따져보는 식이다.
남성은 미혼 인구 비중 증가가 이러한 노동 공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2013~2023년 평균)은 미혼보다 각각 13%포인트, 16%포인트 높게 나왔다. 또한 기혼 남성은 미혼보다 1인당 근로시간도 길었다.
반대로 여성은 미혼 비중이 늘면 노동 공급의 총량도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기혼 여성은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 10년 평균치가 미혼 대비 19%포인트, 16%포인트 낮았다. 기혼 여성은 시간제 근로 비율이 높아 1인당 근로시간도 미혼보다 짧은 편이었다. 쉽게 말해 미혼 남성이 많아지면 노동 공급이 줄어들고, 미혼 여성이 늘면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구조인 셈이다.
한은 정선영 과장은 "미혼과 비교해 기혼 여성은 가정을 챙기기 위해 노동 시장 참여를 포기하고, 기혼 남성은 가정 생계를 유지하려 노동 시장에 더 적극 참여하고 오래 머무르는 거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혼 남성의 노동 공급이 적은 건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 결정을 하는 가치관 변화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남녀를 합쳐 분석해보면 최근 10년간 고용·근로시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혼 인구 증가 속에 여성의 노동 공급 증가분보다 남성의 감소분이 더 컸다는 의미다. 10년 새 남성의 고용률은 0.5%포인트 감소하고, 여성은 0.2%포인트 오르면서 전체적으론 0.3%포인트 하락했다. 1인당 근로시간은 남성 1.1시간 감소, 여성 1시간 증가가 맞물리면서 총 0.1시간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2040년까지의 장기적 추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혼 인구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출산율 감소 등과 맞물려 미래 노동 공급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이 제시한 3가지 시나리오 중 미혼 비중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30년 후 미혼 비중 남 60%·여 50%)에 따르면 2031년 핵심 연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이 79.7%로 '피크'를 찍게 된다. 다른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정점이 4년 빨라지고, 정점 수치도 0.2~0.4%포인트 낮다. 또한 2040년 기준 경제활동참가율은 79.3%로 정점 대비 제일 가파르게 떨어질 전망이다. 일할 사람이 줄면서 국내 경제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 과장은 "미혼 인구 증가에 대응하려면 혼인율을 높여 노동 공급 감소를 줄이는 정책, 미혼 인구 특성에 맞게 근로 환경을 개선해 이들의 노동 시장 참여를 높이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둘 다 '워라밸' 같은 유연한 노동 환경 조성이 키"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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