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연애 다혜-동진, 이들에겐 '환승연애'가 필요했다

김종성 2024. 1. 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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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

[김종성 기자]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의 한 장면
ⓒ TVING
 
"다혜씨 뭔가 익숙하단 말이야. 걸그룹 아니야?" (정기석)
"다혜씨 걸그룹 생각났어, 베스티!" (유라)

티빙 오리지널 예능 <환승연애3> 다혜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했을 것이다. '또 연예인(출신)이야?' 그럴 만도 했다. ENA, SBS플러스 <나는 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솔로지옥>, 채널A <하트시그널> 등 여러 연애 리얼티리가 진정성을 잃는 과정을 지켜봤던 터라 <환승연애>의 변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환승연애>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판단을 조금 유보하기로 했다. 

다혜는 유독 흔들렸다. 많이 울었다. X(전 연인)가 보낸 이별 택배(곰인형)를 받았을 때도, X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읽을 때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직 X에 대한 마음이 많이 남아있는 듯했다.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에도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첫날에 X한테 문자를 못 받고 확 현실감이 느껴지면서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남은 시간들이 너무 무서웠던 다혜는 그저 도망치고 싶었다. X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X와 한 공간에 머물기에 아직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다. 다혜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동진이 자신의 룸메이트 유정과 함께 도너츠를 사왔다는 사실을 전해듣고 다잡았던 마음의 끈이 다시 풀어졌다. "아씨,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 다혜는 다시 무너졌다. 마치 <환승연애2>의 해은마냥 감정적으로 흔들렸다.

"내가 이제 오빠를 잘 끊어내지를 못하니까 뭔가 이런 기회가 아니면 '그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야. (끊어낼) 자신이 없는 거야. 너무 오빠도 보고 싶기도 하고." (다혜)

13년 긴 세월이 주는 울림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의 한 장면
ⓒ TVING
 
3회에서 다혜의 X가 동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너츠 사건'을 통해 다혜의 X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었기에 엄청나게 놀랍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연애 기간이 무려 13년이나 된다는 사실에 입이 떡 벌어졌다. 이동진, 유라, 쌈디, 김예원 등 패널들도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그제야 특히 힘겨워하던 다혜와 이별 택배를 차마 열어보지도 못했던 동진의 심정이 조금 이해됐다.

'13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울림은 컸다. 과연 한 사람과 13년 동안 연애를 한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 소위 쿨한 만남이 대세인 이 시대에 감히 짐작하기도 어려운 관계다. 게다가 현재 탈퇴를 했다고 해도 걸그룹 베스티(BESTie)로 활동했던 다혜가 자신의 연애를 모두 공개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유라도 "같은 직업이어서 그런지 더, 너무 크게 와닿는다"며 공감했다. 

'13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존재감도 컸지만, 그보다 '희생' 또는 '헌신'이라는 단어로 축약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아이돌을 꿈꾸던 두 사람은 같은 회사 연습생으로 만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갔다. 풋풋했던 연애의 낭만도 잠시, 회사 측에 연애 사실을 들킨 그들은 둘 중 한 명이 회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저한테는 그 꿈이 굉장히 소중했었거든요. 제 꿈 못지 않게 다혜의 꿈도 너무 저한테 소중했기 때문에 '제가 나가겠다'고 했어요."(동진)

연인의 꿈을 자신의 꿈 못지않게 존중했던 동진은 자신의 꿈을 포기했고, 다혜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두 사람은 모두 회사를 나가게 됐다. 이후 다혜는 다른 회사에서 걸그룹의 꿈을 이뤘고 이후 배우,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나갔다. 동진은 그런 다혜를 뒤에서 서포트 하는 역할을 맡았고, 둘 중 한 명은 안정적인 벌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 일을 도와주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 정도 진정성이라면...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의 한 장면
ⓒ TVING
 
동진은 '포기'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10대 시절에 품었던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연인을 위해 '나'의 현재와 미래를 희생해야 했다. 또, 연예인과 연애를 했기 때문에 항상 숨어야만 했다. "13년을 만나면서 한 번도 누구한테 '내 연애가 이렇다', '내가 만나는 친구가 누구다'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없거든. 근데 그거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봐"라고 털어놓는 동진이 짠했다. 

물론 그런 동진을 바라봐야 했던 다혜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날선 감정을 드러내는 동진을 감당하기가 벅찼을 테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연인을 대해야 하는 것도 고통스러웠으리라. 동진도 13년이라는 세월 동안 다혜가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누구보다 알고 있었다. "과분한 사랑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동진의 고백은 너무도 진심이었다. 

다만 "나도 한 번쯤은 나를 위해서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껍질을 깨고 나왔기에, 동진은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고, 동진은 모진 말을 동원해 다혜를 밀어내야 했다. 다혜가 잡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동진인 건지, 그들의 관계인 건지, 과거인 건지, 미래인 건지 본인조차 헷갈렸기에 정리를 위해 <환승연애3>가 필요했다. 

두 사람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넋놓고 바라보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이 정도의 진정성이라면 연예인이라도 상관없다.' 서로에게 진심이었던 동진과 다혜의 절절한 감정, 그들이 처한 각각의 입장이 고스란히 전해지자, 그때부터 남은 건 '연예인'이 아니라 '사랑'뿐이었다. '환승연애3'는 시청자를 완벽하게 설득했고, 더 나아가 몰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과연 동진과 다혜의 관계는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환승연애2>의 나연과 희두처럼 재결합하게 될까, 현규를 만난 해은처럼 새로운 사랑이 꽃피게 될까. 역대 최장기 커플의 압도적 서사 앞에 시청자들은 '금요일'만 학수고대하게 됐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겨우 정신을 차려 <싱어게인3>의 임재범 심사위원의 유행어를 빌려 말하자면, "<환승연애3>, 참 잘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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