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거공작…"투표하러 대만 가라" 항공권 90%까지 할인

박소영 2024. 1.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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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대선)와 입법원 의원 선거(총선)가 오는 13일 열리는 가운데 중국이 독립·친미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투기와 군함을 내세운 무력 과시는 물론이고 대만인의 구심점으로 불리는 ‘마조(媽祖·바다의 여신)’ 사원을 활용해 친중 선전에 힘쓰고 있다. 또 중국 내 대만인들의 투표를 유도하기 위해 파격적인 할인 항공권 혜택을 주는 등 전방위에서 공작을 펼치고 있다.


대만 구심점 마조신까지 뻗은 중국 공작

지난해 10월 대만 마츠섬에 있는 바다의 여신 '마조'의 거대한 동상 옆을 사람들이 걷고 있다. 마조는 대만인들의 구심점으로 불리며 대만의 중요한 종교 문화로 꼽힌다. EPA=연합뉴스


로이터통신·BBC방송 등은 지난달 중국 공산당이 대만인이 가장 숭배하는 민간신앙 마조 단체와의 교류를 확대해 중국에 유리한 정치적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보안 문서에 따르면 최소 5개 이상의 대만 마조협회가 중국 내 마조사원 6곳과 접촉하고 있고, 이들의 관리를 중국의 통일전선공작부가 맡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엔 대만의 저명한 마조협회 정밍쿤 대표가 베이징을 방문해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만공작 판공실 주임을 만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해 마조 신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중국과 연결된 대만의 마조 사원 지도자들은 술자리에서 중국 관리들과 친분을 쌓았고, 사원을 찾은 신자들에게 "대만이 전쟁터의 섬이 되지 않길 바란다"며 친중 정당에 대한 지지 의사가 담긴 발언을 했다. 또한 중국 측은 자금 출처 추적이 어려운 시골의 작은 사원들에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 등 친중 여론 형성을 유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봉쇄령이 종료된 이후, 중국 마조 신자들의 대만행이 증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중국 국영 매체는 이런 활동이 대만과의 평화 통일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의 민간신앙 전문가인 원청한은 BBC에 "중국이 대만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만의 정신적 어머니인 마조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대만인은 자신을 마조와 동일시하는데, 이런 공작으로 자신을 중국과도 동일시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대만 집권 민진당의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가운데)가 지난달 7일 타이베이의 한 사원을 방문해 지지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마조는 어부와 선원을 보호하는 바다의 여신으로, 한국의 조상신과 비슷한 존재다. 대만에는 마조 사원이 1000여개가 있고, 전체 인구(2400만명)의 60~70%가 마조를 신봉한다고 알려져있다. 마조 신화는 송(宋)나라때 중국 푸젠성(福建省) 메이저우다오(湄州島)에서 시작됐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이곳을 중국은 마조의 친정이라 부른다. 양안이 '한 핏줄'이라고 강조해 대만 마조 신자들을 끌어들이려는 차원이다. BBC에 따르면 매년 30만명 이상의 대만 신자들이 메이저우다오의 마조 사원을 찾고 있다.

마조 신앙은 대만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매년 3월 타이중(台中)시의 다자전란궁(大甲鎮瀾宮)에서 약 15만명이 운집하는 마조 축제가 열리는데, 이날 총통을 비롯한 유력한 정치인들이 대부분 참여한다.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 교수는 "이 축제를 맨앞에서 이끄는 정치인이 차기 대권을 차지한다는 속설이 있다. 또 정치인들은 마조 사원 수십군데를 다니며 선거 유세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류 교수는 "마조가 대만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도 이를 이용해 홍콩에서처럼 친중 세력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전략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 6일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제1야당 국민당 선거 집회에서 경찰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흉내낸 시위자를 막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만 동포에게만 90% 할인 항공권 판매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국적의 10개 항공사는 중국 내 전국대만동포투자기업연합회(대만기업련)와 협력해 이달 중순까지 베이징·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대만 타이베이로 가는 항공편을 최대 90%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대만 동포 증명서'를 소지한 사람만이 대상이다. 저가 항공사인 춘추항공은 가장 저렴한 399위안(약 7만원) 편도 티켓을 내놨다. 평소 중국 항공사의 이 노선 편도 티켓은 50~7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만의 시민단체 경제민주연합은 "항공권 가격이 시세에서 크게 벗어났다"면서 "통일전선공작부 산하 단체인 대만기업련이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에는 약 100만~120만명의 대만인이 거주하고 있고, 이는 대만 전체 인구의 약 5%를 차지한다. 대부분 친중 성향인 국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중국 기업은 투표를 위해 이들에게 선거 휴가도 주고 있다. 대만은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모든 투표를 대만에서 직접 해야 한다.

김영옥 기자


또 전체 유권자의 35%에 달하는 20~30대 표심을 얻기 위해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에서 친중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대만인 18세 이상의 틱톡 가입자는 약 533만명에 달한다.

중국 측은 전투기·군함·정찰풍선 등을 이용한 무력 압박도 연일 이어가고 있다. 수대의 전투기와 군함이 지속적으로 대만 주변에 나타나고, 정찰용으로 의심되는 풍선은 이달 들어 매일 대만 상공에서 관측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만과 중국은 통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민 기자


중국의 이같은 움직임이 대만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은 선거철마다 있지만, 올해는 유독 노골적"이라면서 "오히려 대만인의 반감을 키우게 하는 측면도 있어 세련되지 못한 전략"이라고 짚었다. 전 교수는 "중국과의 전쟁도, 무조건적인 친미도 원하지 않는 대만인이 많다. 총통은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賴淸德)를 뽑아도, 입법원 의원은 친중 국민당, 중도 민중당 후보를 뽑아 양안 관계에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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