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핀 떨어뜨린 게 성소수자 암시?…NYT칼럼에 테일러 스위프트 팬들 '광분'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를 두고 뉴욕타임스(NYT)의 한 칼럼이 "노래와 공연에 성 소수자라는 암시가 있다"라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스위프트, 가사·무대에 성 소수자임을 암시…커밍아웃하라" NYT 칼럼의 주장
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스위프트 팬들이 구독 취소를 할 정도로 NYT는 지금 분노의 표적이 됐다"며 스위프트 팬들의 분노를 보도했다. 스위프트의 팬들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지난 4일 안나 마크스 NYT 에디터가 쓴 '우리가 테일러 스위프트에게 하도록 만든 일을 보라'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스위프트가 그동안 자신이 퀴어(성 소수자)라는 점을 암시해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마크스는 "스위프트의 일부 노래 가사, 공연, 의상 등을 성 소수자 관련 암시로 읽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일례로 마크스는 스위프트 노래에 담긴 '머리핀을 떨어뜨렸을 때'라는 가사와 무대에서 머리핀을 떨어뜨린 퍼포먼스를 들었다. 미국에서 '머리핀 떨어뜨리기'(hairpin drop)는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암시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또 스위프트가 2019년 4월 26일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에 'ME!(저요)'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뮤직비디오에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물감을 뒤집어쓴 여성이 한 남자의 청혼을 거절하는 대신 고양이와 결혼하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마크스는 또 스위프트가 성 소수자와 양성애자의 권리를 각각 상징하는 무지개색이나 분홍·보라·파란색 의상 또는 소품을 여러 차례 활용한 점, 벽장 문 뒤에 있는 듯한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인 점 등을 언급했다. '벽장(closet) 안에 있다'는 표현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있는 성 소수자를 가리키는 비유다.
그러면서 마크스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커밍아웃'(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하면 어떻겠냐"며 "그녀 자신만이 알 수 있을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녀 작품이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에 대해 암시한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기로 선택했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마크스는 '작품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차원'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외신·측근·팬들 '공분'…"매우 부적절한 보도" 비판
이 칼럼을 두고 CNN은 "NYT 같은 유명 언론사에서 개인의 성적 취향을 추측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런 기사는 부적절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독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라고 꼬집었다.
스위프트의 측근은 "최근 그녀의 엄청난 성공으로 지금 이 순간 그녀와 관련한 윤리 의식에 큰 구멍이 생겼다"며 "그러한 추측은 사실이 아니며 매우 부적절함에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한 사람의 인격을 짓밟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스위프트의 팬들 역시 '대중에게 알려진 유명인이라고 해도 언론에서 사생활인 성 정체성을 공론화해선 안 된다', '스위프트가 성 소수자이든 아니든 커밍아웃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스위프트는 지금까지 직접 성적 지향을 밝힌 바 없지만, 자신이 성 소수자가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은 여러 차례 해왔다. 그는 2019년 인터뷰에서 성 소수자 공동체를 가리켜 "나 자신이 속하지 않은 공동체에 대해 지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까지 깨닫지 못했다"라고 밝히며 자신은 성 소수자가 아니지만,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또 스위프트는 현재 남성 미식축구 선수인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 연애 중이다.
한편 스위프트는 2006년 데뷔 이래 세계적 명성을 떨쳐 왔으며, 특히 지난해 '디 에라스'(The eras) 세계 투어 콘서트와 음반 수익 등으로 18억2000만달러(약 2조 4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이며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스위프트를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며 "올해는 그가 예술과 상업 분야에서 핵융합에 버금가는 역사적 에너지를 분출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일 스위프트는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에서 68주째 1위를 차지하며 엘비스 프레슬리를 제치고 솔로 가수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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