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국세청, 128만명 중소상공인 세금납부 유예

김종철 2024. 1. 8. 1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위기 때도 없던 조처... "따로 신청 없이 직권으로 납세자에게 통보"

[김종철 기자]

 민주원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이 8일 오전 세종시 정부청사 국세청 기자실에서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한 세정지원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국세청
 
최근 경제위기 등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 음식소매업 등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금 납부가 유예된다. 대상은 모두 128만 명이며, 납부는 오는 3월 25일까지 2개월 연장된다. 당초 이들이 내야 할 부가가치세는 이번 달 25일까지 신고·납부해야한다. 

국세청의 이같은 부가세 납부 연장은 사업주들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이 직권으로 결정해서 납세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같은 대규모 유예조치는 과거 경제위기 상황에도 없었던 파격적인 조치다. 

특히 국세청은 이들 128만 명 이외 최근 경영 형편이 어려워 세금 납부가 어려운 사업자가 납부 유예를 신청할 경우,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사업장을 상대로 세금 납부를 미뤄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위기 때도 없던 직권 부가세 납부 유예

이번 발표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민생토론회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이 중소상공인에 대한 세정 지원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일부에선 납부 유예 기간과 시점 등을 감안할 때, 올 4월 총선 일정에 맞춘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국세청이 발표한 1월 부가가치세 세정 지원 계획을 보면, 오는 25일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해야 하는 사업자는 모두 903만 명이다. 법인이 126만 명, 개인사업자가 777만 명이다. 

이 가운데 최근 경제 상황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제조 중소기업과 음식·소매·숙박 등 영세사업자 128만 명에 대해선 직권으로 세금 납부를 두 달 동안 미뤄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건설·제조 중소기업은 20만 명, 음식소매업 등 개인사업자는 108만 명이 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가운데 1년 동안 매출이 8000만 원 미만인 음식·소매 사업자(간이과세자)의 경우 매출 실적과 관계없이 모두 세금 납부를 유예한다. 또 사업상 어려움으로 일시적인 세금 체납의 경우 재산 압류·매각 유예를 신청하면 최대 1년 동안 미뤄주기로 했다.

국세청은 또 수출 기업과 중소사업자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세금 환급금도 최대한 빨리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오는 20일까지 조기 환급을 신청할 경우 1월 30일에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법정 지급 기한인 2월 9일보다 10일 앞당긴 것으로, 기업들의 월말 자금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정책 방향에도 빠졌던 납부 유예… 4월 총선용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용인시 중소기업인력개발원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기획재정부의 2024년 신년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국세청의 부가세 납부 유예 발표는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은 어려운 중소상공인을 위한 세정 지원 방안을 보고했었다. 김 청장의 세정 지원 보고 이후 3일 만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온 것. 

특히 이번 부가세 납부 유예는 정부의 올해 경제 정책 방향에도 들어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상급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납부 유예로 정부는 1분기 이들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여야 할 세금 3조 원 정도를 걷지 않게 됐다.

민주원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최근 복합적인 경제위기 상황으로 일부 제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지난 4일 청장께서 대통령 주재 민생경제토론회에서 세정 지원을 발표한 만큼, 이에 따른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 국장은 "이번 납부 연장은 사업자들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국세청이 직권으로 결정해서 해당 납세자들에게 통보해 주는 조치"라며 "과거 재해나 재난 등으로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기업과 상공인에 대한 납부 유예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대규모의 조치는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납부 연장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사업주들이 경영상 형편이 어려운 상황을 적극적으로 소명해 신청할 경우 적극적으로 (납부 유예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제 상황으로 매출 하락 등을 입증할 경우 세금 납부를 유예해 주겠다는 것.

민 국장의 설명대로, 국세청의 부가세 납부 유예 조치는 그동안 특정 기간, 지역 내의 재해 또는 재난 지역에 한정해서 이뤄져 왔다. 지난 2018년 4월 조선업 불황으로 경남 거제와 전남 영암 등 고용 위기 지역과 2020년 3월 코로나19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광역시와 경북 일부 지역의 기업 등이 대상이었다. 또 지난 2022년과 작년에 산불과 폭우, 태풍 등으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에서만 부가세 납부 유예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이번 국세청의 조치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대상 자체도 광범위하고, 납부 유예 규모도 크다. 게다가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십조 원의 세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납부 유예 기간도 오는 3월 25일까지로 4월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과도한 정치적인 해석보다는 민생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이번 조치를 봐달라"면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중소 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애로 사항을 적극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