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미나리→오징어게임 이어 스티븐 연… 美골든글로브 꽉 잡은 ‘성난 사람들’[줌인]

정진영 2024. 1. 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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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3954=""> '성난 사람들'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받은 스티븐 연. (사진=AP 연합뉴스 제공)</yonhap>
배우 스티븐 연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한국계 배우가 골든글로브 주연상을 수상한 건 스티븐 연이 최초다. 이로써 2020년과 2021년 ‘기생충’과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을,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스티븐 연이 미국 골든글로브에서 한국계 영화인의 존재감을 이어가게 됐다.

스티븐 연에게 수상의 영광을 안긴 작품은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이다. 이 작품은 8일 오전(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즈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후보로 지명됐던 부문 모두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yonhap photo-3827="">'성난 사람들'의 이성진(가운데) 감독과 주연 배우 스티븐 연(왼쪽), 앨리 웡. (사진=EPA 연합뉴스 제공)</yonhap>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사이에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인간 내면의 어두운 분노와 이로 인한 갈등을 복합적으로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4월 공개된 이후 넷플릭스 시청시간 톱10에 무려 5주 연속 랭크됐다.

이 작품은 특히 할리우드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작가 이성진이 감독, 제작, 극본을 모두 맡아 주목을 받았다. 스티븐 연 외에도 죠셉 리, 스티븐 민, 데이비드 최 등 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출연했다. ‘성난 사람들’의 3관왕은 아시아계 콘텐츠에 대한 골든글로브의 관대해진 시선을 실감케 한다.

1944년 시작된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상으로 꼽힌다.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 회원 93명이 미국 내와 외에서 훌륭한 영화, 텔레비전 작품을 선정해 시상해왔다.

다만 이 시상식은 오랫동안 인종 및 성 차별 논란에 시달려 왔고, 결국 이로 인해 2021년 배우들이 골든글로브 보이콧을 선언하며 크게 휘청였다. 배우들의 보이콧이 이어져 생중계까지 불발됐을 정도였다. 이에 올해 할리우드 외신 기자 협회는 혁신을 약속하고 회원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했다. 이번 시상식부터는 심사위원 규모도 기존의 3배인 300명 규모로 확대됐으며, 전체 투표자의 47%가 여성이다. 아시아계 투표자는 13.3%에 달했다.
'성난 사람들'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수상대에 오른 스티븐 연은 “내가 평소에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는 고립과 외로움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 자리에 올라오니까 모두를 떠올리게 된다. 너무 감사하다. 나는 단지 연민, 사랑, 보호와 호의를 받는 사람일 뿐”이라며 스태프 및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국인 혹은 한국계 배우가 이 부문에서 상을 받은 건 스티븐 연이 처음이며 한국인 한국계 배우가 골든글로브에서 연기상을 받은 건 ‘킬링 이브’의 산드라 오(2019), ‘오징어 게임’ 오영수(2022)에 이어 세 번째다.

골든글로브 수상으로 ‘성난 사람들’은 에미상 수상에도 청신호를 켜게 됐다. ‘성난 사람들’은 올해 에미상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다. 스티븐 연은 에미상에서 또 한 번 남우주연상 수상에 도전한다.

이성진 감독은 작품상을 받은 뒤 “‘성난 사람들’은 화가 나 운전하는 사람에게서 영감을 받고 만든 작품이다. 앞으로 경적을 울리고 소리를 지르며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길 바란다”며 작품처럼 재치 있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이날 ‘성난 사람들’과 함께 골든글로브 수상을 기대하게 했던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쉽게 무관에 그쳤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 ‘넘버3’를 연출한 송능한 감독의 딸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 부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주목받았으나 전 부문에서 수상이 불발됐다. ‘기생충’, ‘미나리’에 이어 골든글로브를 잡고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직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기에 아쉬운 결과다.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 (사진=CJ ENM 제공)

다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최근 미국 현지 매체 뉴욕타임즈에서 배우 유태오를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추천한 만큼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해 12월 미국영화연구소(AFI)가 발표한 올해의 10대 영화에 선정되 바 있다. 미국영화연구소의 10대 영화는 ‘미리 보는 아카데미’로 불릴 정도로 매우 높은 오스카 적중률을 자랑하고 있는데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아카데미 주요 지표로 여겨지는 고담 어워즈와 뉴욕 비평가 협회상에서도 각각 최우수 작품상, 신인작품상을 연달아 수상했기에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기대할만하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CJ ENM과 미국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배급하는 글로벌 영화다. 어린 시절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나영(그레타 리)과 해성(유태오)이 20여 년 만에 뉴욕에서 노라와 해성으로 다시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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