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에 꼬리내렸지만…태영건설 워크아웃 ‘난항’ 여전

기존 자구안 수용했지만...당국·채권단 “추가 방안 필요”
태영, 이르면 오늘 발표 가능성…사재 출연 여부 ‘주목’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태영그룹이 정부가 요구한 4가지 자구안을 수용하면서 꼬리를 내렸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기존안 외에도 추가 자구안을 압박하고 나서면서다.

이미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상황에서 태영그룹이 사재 출연 등 채권단을 설득할 만한 구체적인 자구안을 추가로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하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최근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주 채권은행인 산은은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태영그룹이 채권단과 합의했던 자구안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추진 및 대금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 4가지다.

앞서 채권단과 정부는 태영 측이 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1549억원 중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이 아닌 TY홀딩스 연대채무 상환에 쓴 것을 두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워크아웃 개시가 불가능하다고 엄포를 놨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도 언급됐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금융당국·대통령실까지 나서 압박하자 태영 측은 전날 4가지 약속을 모두 지키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이날 나머지 890억원도 태영건설에 입금을 마쳤다.

하지만 이제 워크아웃 성공의 관건은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에 쏠리는 분위기다. 애초 산은은 4가지 기본 자구안을 토대로 채권단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태영 측이 기본적인 자구안도 지키지 않으면서 법정 관리 가능성까지 제기됐고 “자기 뼈를 깎는 노력”에 대한 정부과 채권단 측 압박이 거세졌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기존안에 추가 자구안이 나와야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태영건설이 원래 제시했던 4가지 노력을 조속히 이행할 뿐 아니라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 신뢰가 얻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이날 오전 금융권과 함께 진행하기로 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점검 회의를 연기했다.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태영 측이 처음 약속한 4가지 자구안을 지키지 않으면서 정부와 협상을 하다가 워크아웃 불발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제 4가지는 기본으로 지켜야되는 상황이 됐고 추가 자구안 여부와 내용이 워크아웃 개시 여부의 핵심이 됐다”고 평가했다.

태영그룹은 이르면 이 날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 측이 내놓을 수 있는 추가 자구안으로는 오너 일가의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 담보 제공이 거론된다. 역대 구조조정에서 오너들은 그룹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의 신규 자금을 지원 받아 왔다.

윤석민 태영 회장 등 사주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약 33.7%다. 그동안 태영그룹 측은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며 사주 일가 지분의 담보 제공 또는 매각 가능성을 배제했으나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 결국 손을 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사다. 태영의 자구안 발표 전 업계에서는 사재 출연 규모가 3000억원까지 언급됐으나 실제 규모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사주 일가가 현재까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으로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