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해외독립운동'중... 민주당 탈당파 잘 고민해야"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김성회 씽크와이정치연구소 소장 |
ⓒ 김성회 제공 |
어느덧 22대 총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거대 양당은 총선 준비에 들어가는가 하면 또 다른 측에선 무당파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신당 창당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정치권 흐름을 분석해 보기 위해 지난 5일 김성회 씽크와이정치연구소 소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이재명 2선후퇴? 지금 이야기 할 시기 아니야"
- 총선이 100일도 안 남았잖아요. 지금 정치권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시계 제로(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죠. 야당 대표에 대한 사상 초유의 살해 미수 테러가 있었고요. 그리고 이준석 등 제3지대에서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려는 세력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고요. 민주당 내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를 포함해서 탈당을 꿈꾸고 탈당 계획하던 사람들까지 어우러져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 예전과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한 번의 선거도 조용히 치러졌던 적은 없죠. 대한민국이 양당제 국가라고 말하지만, 예전에 민주노동당의 돌풍, 또 국민의당이 40석 가까이 얻었던 과거, 그다음에 자민련의 등장 등 양강 구도 안에서도 제3 세력이 언제나 꿈틀댔던 상황이 있잖아요. 이번 선거도 어떻게 진행되겠다는 걸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했잖아요. 극단적인 정치 상황 때문에 일어났다는 평가가 많아요.
"지금까지 있었던 테러와 이번에 살해 미수는 성격상 굉장히 다르다고 봐야겠습니다. 실제로 정치인이 괴한의 칼에 맞아서 숨질 뻔한 일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테러와 다르다고 봐야겠고요. 최근에 이런 일들이 빈발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겠고요. 해방 정국에서도 수많은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있었죠. 갈등이 극에 다다랐을 때 정치적인 해결이 아닌 폭력적인 해결을 주장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는 상황이었어요. 그 상황이 지금 펼쳐지는 것이죠. 그런 극단주의를 부추기는 정치의 나쁜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겠죠."
- 이재명 대표 피습으로 비명계 움직임이 일단 멈췄어요. 그러나 이건 시점의 문제지 방향성이 달라지진 않을 거라고 평론가들은 전망해요.
"당장에 정치에 대한 테러가 이루어진 주에 탈당하는 움직임 벌이는 게 정치적 도의에 맞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늦춰졌을 뿐이지 결정의 방향을 돌릴 수 있는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 지난해 12월 30일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만났지만, 아무 소득 없이 끝났어요.
"이낙연 대표 같은 경우는 이미 탈당을 마음먹고 있는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라 이재명 대표가 설득할 수 있는 폭이 없었다고 보고요. 근데 지금 '원칙과상식(비명계 모임)'은 잔류를 포함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낙연 대표 쪽과 원칙과상식 쪽은 구분해서 보아야겠죠."
- 정세균 전 총리나 김부겸 전 총리는 탈당 가능성은 있을까? 한때 '3총리 연대설'이 있었잖아요.
"그건 이낙연 대표가 총리들 만난 걸 3총리가 무슨 뭘 할 것처럼 언론이 만들어낸 소설이지 정세균 전 총리도 김부겸 전 총리도 탈당의 티읕자도 꺼낸 적이 없죠."
- 정세균, 김부겸 전 총리도 지금 민주당 모습엔 문제가 있다고 비판해요.
"당의 어르신이 당 대표와 당 운영에 대해서 쓴 소리 할 수 있는 거죠. 쓴소리하는 거와 탈당을 연결시키는 건 과도하죠.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과 너하고 같이 못 살겠다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잖아요. 이 당에 오래 뿌리를 두고 계신 분들이 현직 당대표 한 사람 때문에 탈당하는 게 말이 됩니까?"
- 정세균 총리나 김부겸 총리도 이재명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거부했어요.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완주 할까요? 공천 끝내고 2선 후퇴할 거란 전망도 나와요.
"현재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패배로 당이 망가져서 그 당 살리기 위해서 비대위 만들고 누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이런 얘기를 하고 있잖아요. 그건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선거로 당이 위기에 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16년, 2020년의 전례를 보면 보세요. 2016년에 정청래 의원이 김종인 비대위원장한테 컷오프 됐던 게 3월 9일로, 선거 임박해서예요. 그리고 2020년에 김성태 의원이 강서을에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것도 2월 15일의 일이거든요. 국민의힘이 지난해 12월에 누구 불출마하고 어쩌고 저쩌고 한 건 국민의힘이 자기들 잘못으로 당이 망가져서 그걸 복구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민주당이 망가져서 수습하는 국민의힘의 정치적 스케줄에 따라가야 되죠? 이재명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잘못했기 때문에 지금 당을 나가야 하는 겁니까? 그러니까 선거 전략에 있어서 불출마와 공천 관련된 전략은 다 2월에 사용하는 것인데 12월에 국민의힘이 그런다고 해서 민주당에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맞지 않고 1월은 어디까지나 특검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특검의 영역이 지나고 1월 말 2월쯤이 되면 당의 공천 혁신을 어떻게 할지 이런 것에 대한 대책들은 별도로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 그때 이재명 대표가 물러날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런 전제를 지금 전혀 할 필요가 없죠. 갑작스럽게 왜 안 그만두냐고 따지는 건 지금 할 얘기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 사법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나요?
"그런 게 다 존재하는 상태에서 대선도 치르고 지선도 치러 왔는데 지금에 와서 갑자기 그 얘기를 하는 건 말이 맞질 않죠."
- 만약 총선 전 이재명 대표의 위증 교사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면 어떻게 되나요?
"1심 판결이 나오는 결과를 봐야겠죠 무죄 판결이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고 유죄 판결이 나와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는다면 거기에 걸맞게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근데 지금 재판 기일이 잡혀 있지도 않은 것에 대해서 유죄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를 계획 짜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죠."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사무처당직자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했잖아요. 어떻게 평가하세요?
"이번 특검법에서 많은 평가를 이미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구하는 특검, 그 다음에 검찰 식구인 50억 클럽 멤버들을 보호하는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 비대위원장이 되신 분이라고 평가하겠습니다."
- 그게 끝나면 바뀐다고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총선 끝나고 나면 사라지겠다고 했잖아요. 원 포인트 릴리프죠."
-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으면 끝난 거 아닌가요?
"이제 국회에서 재의요구 싸움이 시작되는 거니까요."
- 그건 원내대표의 일이고 비대위원장이 할 일은 없지 않나요?
"아니죠. 그건 당 대표인 비대위원장에게 권한이 있고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미 특검법을 악법이라고까지 말했잖아요. 근데 그 악법이라는 이유가 야당에서 추천해서이고 두 번째가 언론에 피의 사실을 흘린다고 했던 건데, 지난번에 한동훈씨가 법무부장관이 된 다음에 제일 먼저 바꿨던 훈령 중 하나가 수사하는 검사가 피의 사실을 기자들에게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거 아닙니까? 특검이 브리핑하는 건 악법이라고 하고, 본인은 브리핑할 수 있도록 법을 바꾼 것만 놓고 봐도 그냥 특검법을 막으러 온 거지 무슨 정치·철학적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닌거죠."
- 최근 차기 대통령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위원장(45%)이 이재명 대표(41%) 앞섰는데.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지난해 12월 20~21일 성인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같은 달 22일 발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금 보수 언론이 1대 1 구조로 만들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윤석열과 이재명은 그 시대 인물이고 한동훈 비대위원장만이 미래 인물이라는 식의 레토릭을 만들어 가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양쪽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양쪽 진영이 한 사람씩을 지지하는 형태로 몰리고, 그게 한동훈 장관에 대한 지지로 드러난 건데 이게 위험해요.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차기 권력이 너무 빨리 등장하면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한동훈 위원장이 '4월 10일 이후의 제 삶은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발언한 건 국민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거죠."
▲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신당 정강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공영방송 사장 선임 구조 및 방송산업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
ⓒ 유성호 |
- 신당이 계속 창당되잖아요. 이번 총선에서 신당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까요?
"제3 세력이 어디까지 합치게 될지를 먼저 봐야 알 것 같아요. 지금 양극단의 정치로 양당이 다투고 있는 건 사실인데, 사실 정책적인 문제에서 쟁점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거든요.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이 새로운 어젠다를 들고 올 가능성이 있어요. 지난번 탈당 기자회견 때 보니까 이준석에게는 '이래야 된다'라는 도그마가 없더라고요. '민주당은 이래야 된다', '국민의힘은 이래야 된다'라는 게 있는데 이준석에게는 그런 게 보이지 않으니 되게 큰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이 부분이 거대 양당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 빅텐트도 가능할까요?
"이제 빅텐트를 치려고 할 텐데 문제는 거기 지금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공통점이 뭡니까? 큰 정당에서도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이에요. 이 분들이 정말 하나로 힘을 합쳐서 하나의 정당을 같이 한다? 이거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모든 사람의 이해와 요구를 잘 정리해서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느냐 관건이라고 봅니다."
- 이준석 개혁신당 당원이 3만 명 넘었다고 해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기본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3만 명까지 모으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이준석 위원장의 개인기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대중정당으로서 자리를 잡으려면 더 많은 것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되는데 그건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대단하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습니다."
- 이준석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쫄딱 망하면 '접수'할 수 있다는 생각 같아요.
"이준석 위원장 세계관 안에서 보면 윤석열이란 외부 인물이 국민의힘에 들어와서 점령한 상태거든요. 윤석열과 싸워야 되는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거예요. 일제 강점기로 따지면 해외 독립운동을 하는 거죠. 근데 해외 독립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힘의 재집권이거든요. 그건 다른 말로 하면 2027년 재집권을 향하는 정책 정당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준석 신당과 함께하려는 민주당 인사들은 그 점에서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되죠. 제3지대로 가서 뭉치는 게 아니라 이준석 당과 함께한다는 것은 국민의힘의 재집권을 돕는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탈당하려는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그 부분을 잘 고민하셔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총선 전망은 어떻게 하세요? 언론보도 보면 민주당이 1당 되는 건 확실하고 얼마나 차이 날지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건 그렇게 건방 떨 일은 아니라고 보고요. 과거 12월에 나왔던 선거 예측이 맞은 적 있습니까? 멀리 갈 것도 없이 2020년 1월에 했던 이 선거 예측에서 민주당의 과반 이상의 집권을 예상했던 사람, 한 사람이라도 있나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논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보고요. 다만 윤석열 정부가 지금처럼 하면 수도권에서는 굉장히 어렵겠다는 것은 귀 기울여 들으실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덧붙이는 글 | '전북의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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