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4대 은행 담합 제재 착수…7500개 LTV 정보 교환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을 공유하는 식으로 정보를 교환해 LTV 인상을 제한했다고 보면서다. 다만 대출금리나 수수료 담합에 대해선 혐의가 없다고 봤다. 은행권에선 LTV 정보교환으로 인한 실질적 이익이 없는 만큼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어 다툼이 예상된다.
정보교환 담합, 은행에 첫 적용
공정위는 8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은행에 담합 혐의로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포함됐다. 은행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담보대출과 관련 있는 만큼 과징금이 수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 담보대출 거래조건에 해당하는 LTV를 사전에 공유한 행위가 정보교환 담합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 논리다. 국민은 1년에 2번, 신한·우리·하나은행은 1년에 1번 지역과 부동산 종류별로 LTV를 설정한다. 아파트·토지·공장·오피스텔 등 각 부동산 종류와 250개 시·군·구별로 LTV를 다르게 매긴다. 은행에 따라 부동산 종류를 30개까지 구분하는 만큼 최대 7500개에 달하는 LTV를 설정하는 구조다.
눈치보며 LTV 상향 미뤘다
4대 은행은 LTV를 정할 시기가 되면 각 은행에서 LTV 자료를 공유 받았다. 7000여개 달하는 지역·물건별 LTV를 은행별로 나눠 엑셀파일로 정리하는 작업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마다 각자 알고리즘을 통해 LTV를 정하는데 일부 은행은 경쟁 은행의 LTV를 변수로 설정했다. 예컨대 자사 은행의 특정 지역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다면 다른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식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정보교환이 금융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입장이다.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LTV에 따라 얼마까지 대출이 나오는지를 따진다. 만약 은행이 경쟁사의 LTV 정보를 몰랐다면 자사 LTV를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대출 유치에 나섰을 텐데 공유가 되다 보니 LTV 상향이 제한됐다고 봤다. 정보교환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결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4대 은행의 LTV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NH농협 등 다른 은행과 비교해 낮게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2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매 낙찰가율이 높아질 때도 4대 은행의 LTV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다른 은행과 비교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을 유지하려다 보니 변동이 크지 않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대출금리 담합은 없어…은행 반발
다만 조사 초기 공정위가 확인하고자 했던 대출금리나 수수료 관련 담합 의혹은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정보교환 담합만 적용했는데 2021년 12월 법 개정으로 도입된 이후 이번이 첫 번째 케이스다. 정보교환 담합으로 제재한 전례가 없는 만큼 은행 측의 반발은 상당할 예정이다.
은행권은 가계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정보교환의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은행별로 설정한 LTV가 정부가 제한한 최대 LTV보다 낮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지역 아파트에 대해 은행 자체적으로 LTV를 80~90%로 설정해도 현재는 정부 방침에 따라 70%까지밖에 대출이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때는 각종 주택 규제로 이 비율이 더욱 낮았다.
대출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4대 은행 입장에서 LTV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무리하게 LTV를 높여 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어서다. 익명을 원한 은행 관계자는 “정보 교환을 통해 금리를 높인 것도 아니고, 은행 입장에서 수익이 되는 대출이 덜 나갔다는 건데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가 의문”이라며 "LTV 자체가 비밀에 해당하는 민감한 정보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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