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훈의 전북 이적, 수원 팬들이 성난 이유
[이준목 기자]
지난 시즌 창단 이후 첫 2부리그 강등의 수모를 당했던 수원 삼성이, 새해 초부터 국가대표 미드필더 권창훈의 깜짝 이적으로 팬들을 또 한번 충격에 빠뜨렸다.
K리그1 전북 현대는 지난 1월 7일 권창훈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국가대표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인 권창훈은, 수원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프랑스 디종 FCO-독일 SC 프라이부르크 등 유럽무대에서도 활약했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44경기 21골 10도움이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각급 연령대별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두 번의 올림픽 본선과 2022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했고 A매치 통산 43경기 12골을 기록한 정상급 선수였다.
다만 2018년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겪으면서 커리어에 큰 굴곡을 겪었다. 권창훈은 그해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출전이 모두 좌절됐다.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 와일드카드로 나섰으나 한국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유럽생활을 정리하고 국내 무대로 돌아와 상무에 입대해야 했다. 2023년 군복무를 마친 뒤에는 친정팀 수원으로 돌아와 반시즌을 보내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상태였다.
권창훈의 이적소식이 알려지면서 수원 팬들의 여론은 들끓고 있다. 수원 유스인 메탄고 출신인 권창훈은 구단이 배출해낸 성골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수원 유스 출신으로 국가대표와 유럽 1부 리그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은 권창훈이 최초였을만큼 상징성이 컸다. 오현규(셀틱)와 더불어 암울했던 2010년대 이후의 수원에게 그나마 자랑거리가 되어준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의 세계에서 조건과 상황에 따라 이적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과정이 매우 좋지 못했다. 권창훈은 당초 지난해 전역 후 유럽 무대 재진출을 추진했으나 여의치않자 일단 친정팀 수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권창훈은 팀내 고액연봉자임에도 수원이 한창 벼랑끝 승강 경쟁을 펼치던 2023시즌 후반기에 단 한 경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권창훈은 부상 때문에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경기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시즌중에 결혼 소식까지 발표하며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수원은 결국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올시즌 K리그1 최하위에 그치며 마지막 기회인 승강플레이오프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허탈감에 빠져있는 수원 팬들에게 권창운 이적이라는 비보가 날아든 것이다.
권창훈은 전북 입단 발표 하루 직전, 돌연 자신의 SNS를 통해 근황을 알렸다. 권창훈은 "제 소식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께 그동안 제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공유드리고자 한다. 저는 올해 군 복무 중 부상을 당했고 그 상태로 전역했다. 당시 수원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었고 빠르게 복귀하고자 하는 마음에 최선을 다해 치료와 재활을 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 수술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권창훈은 시즌 내 복귀를 위하여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시즌 아웃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중간에 제 상황을 말씀드려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지만, 무엇보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괜히 저까지 선수단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저의 선택이 결과적으로 팬분들께 답답함만 드린 것 같아 정말 너무 죄송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버린 사과에 전북 이전이 사실로 들어나면서 성토하는 팬들이 늘고 있다.
권창훈의 새로운 소속팀이 된 전북을 바라보는 여론도 곱지 않다. 공교롭게도 수원과 전북은 2021년 또다른 수원 유스 출신인 백승호의 전북행을 놓고도 이적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물론 선수 이적 과정에서 전북이 특별히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측면까지 감안할 때 불필요한 잡음이 반복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권창훈의 개운치 않은 이적을 둘러싼 논란은 많은 팬들에게 또 한번의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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