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신상 공개할지는 9일 결정...봉하마을부터 흉기 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김모(67)씨가 범행 하루 전날부터 흉기를 갖고 부산ㆍ경남 일대를 답사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 승용차를 얻어 탔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 당적을 밝히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적을 제외한 김씨 신상 공개를 심의하는 위원회는 9일 열린다.
아산부터 흉기 소지, 이동 땐 지지자 차 탔다
8일 부산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 1일 천안 아산역에서 KTX를 탄 김씨는 오전 10시40분쯤 부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로 향했다. 이후 양산시 평산마을로 이동할 땐 승용차를 얻어 탔다.
김씨는 평산마을에서 울산역을 거쳐 다시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돌아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덕도로 간 김씨는 이곳에서 다시 한번 승용차를 얻어타고 오후 7시50분쯤 창원시에 있는 모텔에 도착했다. 가덕도에 간 건 범행 현장인 대항전망대를 미리 둘러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묵은 모텔은 대항전망대에서 약 13㎞ 떨어진 곳에 있다. 김씨를 차에 태워준 운전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경찰은 공범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인 이들은 이날 김씨를 우연히 만났으며, 정치 성향이 비슷한 것으로 여겨 호의로 태워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거주지인 아산에서부터 흉기를 소지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흉기는 지난해 4월 인터넷에서 샀다. 경찰 관계자는 “등산용 칼자루를 빼고 날을 갈아 날카롭게 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흉기를 개조한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프로파일러가 수사에 투입한 경찰은 사이코패스 검사도 검토하고 있다.
“당적 안 밝힌다” 공식화… 檢서도 같을 듯
수사본부는 이날 “최종 수사 결과 발표 때도 김씨 당적은 밝히지 않는다”고 공식화했다. 민주당 지지자 행세를 하며 제1야당 대표를 테러한 사건인 만큼 사건 초기부터 김씨 당적 등 정치 성향에 관심이 쏠렸다. 김씨가 범행 전 미리 써 품에 지니고 있던 ‘남기는 글’엔 문재인 정권 비판과 함께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도 적힌 거로 알려졌다.
이에 ‘정치적 배후설’ 등 음모론이 번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오히려 경찰이 당적을 밝혀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알게 된 당적 정보를 누설하면 처벌하는 내용의 정당법을 근거로 비공개 방침을 확정했다. 당적 비공개는 검찰과 협의해 내린 결론이어서 검찰로 송치된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 신상공개, 9일 결정
김씨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는 9일 오후 열린다. 위원회는 최소 7명으로 구성되며, 이중 경찰 외부 위원 비율이 2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신상공개는 4가지 요건을 따져 정한다. ▷잔인한 범행이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가 범인이라 볼 만한 충분한 증거 ▷알 권리,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직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것 등 요건이다.
정유정과 부부살해범 신상 공개, ‘공익성’에서 갈렸다
지난 2년간 부산에선 신상 공개 여부를 2건 심의해 1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건 지난해 5월 26일 부산서 홀로 사는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 일부를 유기해 충격을 줬던 정유정 사건이다. 당시 피해자 가족은 정유정 신상 공개에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원회는 “범죄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예방 효과 등 공공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범행 7일째 공개했다.
반면 2022년 3월 3일 부산 북구 한 아파트 인근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심의 결과 신상 공개가 부결됐다. 30대 남성 A씨가 금전 문제로 다투던 중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50대 부부를 살해한 사건이다. 당시 심의위는 “잔혹한 범행이지만 신상 공개 땐 A씨 가족 고통 등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에서 경찰로 일하다 지난해 퇴임한 법률사무소 사름의 이구영 변호사는 “국민의 대표로 활동하는 정치인에게 가해진 테러인 점과 유사한 범죄 예방 필요성 등을 주로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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