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촉각’…역대급 충당금 쌓나
부동산 리스크 확산에 부담↑
태영건설이 가까스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며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개시에 청신호가 켜진 가운데 은행권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인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는 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7200억원이 물려있는 은행권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오전 채권단의 요구대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잔여분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했다. 워크아웃의 개시 조건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전액(1549억원)을 납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로 예정된 제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커졌다.
또 워크아웃 신청시 제출한 4가지 자구 계획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고 추가안도 곧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그룹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은행권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는데 안도하면서도 부동산 PF 부실 우려 확산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중소 건설사의 부실 발생 우려도 제기되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들로부터 장기차입금 4693억원과 단기차입금 2250억원 등 총 7243억원을 빌렸다. 장기차입금에는 일반·시설자금 대출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포함된다.
은행별로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002억원(PF 대출 1292억원·단기차입금 710억원)으로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했다. 이어 ▲국민은행 1600억원(PF대출 1500억원·단기차입금100억원) ▲기업은행 PF 대출 997억원 ▲우리은행은 단기차입금 720억원 ▲신한은행 636억원(PF대출 436억원·단기차입금 200억원) ▲하나은행 619억원(PF대출 169억원·단기차입금 45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은행권은 절대적인 액수는 제 2금융권이나 증권사를 뛰어넘지만 대부분이 보증과 담보 대출 등으로 이뤄져 실제 워크아웃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건설에 1500억원의 PF 대출을 내준 국민은행의 경우 차입금 1500억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임대주택개발사업을 하는 종속 기업에 100% 담보로 대출을 해준 것이라 자금 회수에 문제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분양계약률이 95%, 공정률도 85%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은행권 충당금 부담 압박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들은 현재도 태영건설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고 태영건설이 채권단 75%의 동의를 받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도 이에 맞게 또 추가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충당금은 모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은 기업대출의 경우, 신용등급과 채권 회수 가능성에 따라 추가 충당금을 설정한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2월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등급은 A(부정적)에서 CCC(하향검토)로 조정했다. 이 외 건설사들의 유동성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GS건설·KCC건설·한신공영·신세계건설 등이 등급도 낮췄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은행이 지난해 초부터 올해 9월까지 쌓은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7조4527억원으로 7년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금리인상 국면에서 금융당국 요구에 맞춰 충당금을 늘리면서 해당 기간 충당금 적립 잔액이 1조734억원 순증한 것이다. 4분기 수치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대손충당금 순증액은 2022년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에서는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대손비용은 7조385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40.7%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이들 금융의 대손비용은 부동산 PF 부실 등 포함 6조85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당장 위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상황인 것은 맞다”며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신용등급 조정이 있을 수 있어 이에 맞춰 충당금을 적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우 태영건설 PF 대출 여파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중소건설사 등 금융권 전체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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