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강제동원 재판 거래 관여 안해...제3자 변제안, 윤 대통령 용단"
[이경태, 남소연, 유성호 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
ⓒ 남소연 |
"당시 외교부 2차관으로서 피해자 분들의 인권도 중요하고 그 문제로 인해 생기는 한일 간 여러 외교적 문제를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행동했을 뿐이지, 소위 말하는 '사법농단'의 일원으로서 그런 문제에 관여한 적은 전혀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그가 2015~2016년 박근혜 정부 외교부 2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3차례 만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 소송의 재상고심 판결을 지연시키는 이른바 '재판거래' 혹은 '사법농단' 의혹 당사자 중 한 명이라는 비판에 대한 반박이었다.
조 후보자는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과 재판지연을 맞바꿨다' '법원행정처와 협의를 거쳐 외교부 의견서를 마련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등 관련한 의혹 모두를 부인했다.
먼저, 그는 '당시 임종헌 차장으로부터 양승태 사법부의 법관 해외파견 확대 등의 요청을 받고 그걸 현실화 시켜주지 않았나'라는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 부분은 오보다. (법관 해외파견 확대는) 외교부 1차관 소관이라 저는 일절 관여한 바 없다"고 답했다.
'법원행정처와의 협의를 통해 판결을 뒤집을 만한 모범답안으로서 외교부 의견서를 제출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처음 내는 문서라 선례가 없어서 어떤 형태나 양식의 문서인지, 내용의 구체성 수준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명백하지 않아서 그 정도를 물어본 것이지 (법원행정처와) 그 문서의 내용을 갖고 조율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가해자인 일본 전범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공작에 가담한 것"이라는 김홍걸 민주당 의원의 비판에는 "(강제동원 문제가) 너무 복잡한 문제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돌아가신 피해자들이 많이 계신 데 대해선 깊이 유감을 표하고 그 분들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전범)기업을 위한 공작에 가담했다고 하는데 40년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기업을 위한 공작에 가담했겠나"라고 맞섰다.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에 "대통령, 국가수반으로서 용단 내려"
조 후보자는 당시 외교부에서 강제동원 재판과 관련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2015년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개정(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신설)에 따른 것으로 미국·영국 등의 서구 선진국의 경우에 비춰볼 때도 문제가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부와 사법부가 대외적으로 다른 입장을 취할 때 대법원은 '사법자제의 원리'에 따라서 신중하게 국익을 고려해서 판결했어야 했는데 (2012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때) 그러지 않아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고 물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미국·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외교 문제에 있어 소송 절차와 관련된 사안일 경우 국무부나 외교당국의 의견을 물어서 그 의견을 존중해 판결을 내리는 게 관행으로 형성돼 있다"며 "사법부도 국가의 일부이기 때문에 사법부 판결·결정으로 외교적 문제가 생겼을 때 국가가 한 목소리로 대처해야 한다는 기본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그런 제도가 없다가 2015년 대법원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하면서 그런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며 "미국·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 당연히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감안해서 우리도 그런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개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용선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민사소송규칙 개정도 (법원행정처에서) 이 사건(2012년 강제동원 판결) 때문에 만들어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조 후보자는 "그건 저희들이 아는 바가 아니다"고 답했다.
조 후보자는 '일본 전범기업 대신 한국 강제동원재단에서 양국 민간의 자발적 기부를 토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현 정부의 제3자 변제안 해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용단을 내린 것이라 판단한다"고도 밝혔다.
이용수 할머니 "뻔뻔스럽게 무슨 장관이 되나, 절대 반대다"
▲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당사자 이용수 할머니와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일제 전범기업을 돕기 위해 검은 거래를 한 핵심 당사자이고 굴욕적인 2015한일합의에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
ⓒ 유성호 |
▲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조태열 후보자, 장관 자격 없다” ⓒ 유성호 |
한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민족문제연구소·정의기억연대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태열 후보자의 사퇴를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조 후보자를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이자 강제동원 재판거래 가담자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조 후보자 지명은 일본을 향한 메시지이며, 조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굴욕외교를 대변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조 후보자는 박근혜 정권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과도 결탁해 사법농단을 저지른 직접적인 당사자였다"면서 "조 후보자는 '통상적인 협의였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과) 세 차례나 만났고 당시 김앤장 고문이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을 만났다"고 지적했다.
또 "조 후보자는 국익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했다고 하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당시 사법농단에 대해 명명백백히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도 "조 후보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때 외교부 2차관으로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인물"이라며 "(조 후보자는) 피해 생존자들의 반대에 '일본 아베 총리가 취임 후 최초로 공식 사죄를 표했다, 이 이상의 명예회복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다리 하나만 보지 말고 전체를 들여다보고 의미를 평가해달라'고 강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굴욕적 합의의 책임자이자 피해자들이 애써 얻어낸 법적 권리를 방해하며 재를 뿌리는 데 계속 앞장서겠다는 사람을 대한민국 외교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힐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당사자 이용수 할머니도 (조 후보자가) 뻔뻔스럽게 무슨 장관이 되나. 자격이 없다. 절대 반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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