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덮친 인구소멸]BMW도 도요타도 아니다…현대차 진짜 적은 '텅빈 유모차'
고령화에 기업인력구조 큰폭 변화
잠재성장률도 하락 가능성 다분
고용·소득불안에 양극화도 심해져
노년층이 산업계 '큰손'으로 득세
통신·게임 등 저연령 대상 업종
향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 높아
편집자주 - 인구감소 쓰나미는 한국 산업의 지형마저 싹 바꾸고 있다. 인구 감소는 이미 아동복, 교재뿐 아니라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기간산업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지금은 청년 멸종 위기 단계로 진입했다. 1993년 대한민국 20대 인구는 911만명이었지만 30년 후인 현재는 625만명에 불과하다. 소비할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
소비행태도 과거와 달라졌다. 요즘 청년들은 차를 사지 않는다. 2015년 30대 이하 1000명당 구매 대수는 약 60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숫자가 45대 이하로 떨어졌다. 출산율이 급락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차 판매량은 앞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가장 두려워하는 적은 도요타나 BMW가 아니라 인구감소란 말도 나온다. 한국 대부분 기업이 저출산 시대에 대응해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 정책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아시아경제는 인구감소가 바꿔 놓은 한국 경제를 분석하는 연속 기사를 준비했다.
54.9% → 30.8%.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의 30대 미만 직원 비중이 최근 10년간 변화한 규모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직원의 절반이 넘었는데 10년이 지난 2022년에는 10명 가운데 3명꼴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40대 이상 직원 비중은 12.7%에서 27.9%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차에선 국내 직원 7만3000여명 가운데 50대 이상이 3만2000여명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저출산·고령화, 인구절벽의 단면은 기업 인력구조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은 경제 전반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생산력이 떨어지고 부양비가 늘어나는 데다 그로 인해 가계 전반의 가처분소득이 줄고 저축 여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계 소비가 줄어 기업의 재원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투자가 줄면서 잠재성장률도 떨어질 공산이 크다. 연금과 의료비용이 증가해 정부 부담이 늘어난다. 악순환 경제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청년 자체가 줄어든 가운데 20·30세대의 고용이나 소득 불안은 올라갔다. 주거와 양육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게 더 이상 비난받을 일이 아니게 됐다. 고령화가 소득불평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손민규 한국은행 연구위원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1995년 이후 가계 소득불평등도가 올라간 데는 고령층 인구가 늘어난 점이 30%가량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경우 은퇴 시점을 맞으면서 근로·사업 소득의 가구 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 축적한 보유자산이 차이가 나면서 임대소득 불평등도 역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인구 많은 노년층이 산업계 ‘큰손’
우리 사회가 늙어가면서 기업의 주요 고객층도 바뀌고 있다. 전통적으로 구매력이 왕성한 청년층 대신 중장년층, 노년층이 ‘큰손’으로 주목받는다. 고가 소비재로 꼽히는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연령대별 인구와 신차 구매 현황을 따져보니 올해 들어 가장 활발히 신차를 산 집단은 40대였다. 40대 인구 1000명당 32.3대꼴로 신차를 샀다. 30대는 1000명당 31.3대로 산출됐다. 40대가 30대를 제친 건 올해가 처음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구 1000명당 구매 대수는 30대가 35대, 40대는 30대 정도로 차이가 났다.
가전제품 소비 패턴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부모와 자녀, 여기에 조부모 정도를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에 내놨다면 핵가족화가 심화하면서 싱글족, 딩크족같이 1~2인 가구용 제품이 많이 늘었다. 반려 동식물을 위한 가전도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종류다.
통신 등 서비스 업종도 위축
주로 내수 시장을 겨냥했던 서비스 업종은 해외 신시장 개척에 소매를 걷었다. 청소년이나 젊은 층이 주 고객인 게임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해외 법인을 세워 현지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거나 애초부터 외국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다.
메신저·검색·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주 사업으로 하는 IT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국가 간 경계가 불분명한 터라 이미 국내에서도 해외 사업자와 경쟁해왔다. 과거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국민 포털’이나 ‘국민 메신저’라는 표현을 더 쓰지 않는 건 사용자 자체가 줄어든 데다 앞으로도 과거같이 독점적 위상을 갖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기간산업으로 신규 사업자가 넘보기 힘든 통신 업종 역시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이가 지속될 경우 가입자가 감소, 2050년 이후부터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 집약 업종에선 인력난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표 수출업종 가운데 하나인 조선업은 모처럼 만의 수주 호황기를 맞았지만 정작 배를 만들 사람이 부족해 허덕인다. 국내 조선업 종사자는 9만3000여명으로 10년 전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건설 현장에서는 신규 청년층 유입이 부족해 품질이나 안전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외국인 인력 유입을 한층 수월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본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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