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반복되는 거부권 정국, 이번엔 대통령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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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거부권 정국'이 시작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영부인 특검법'이 야당 의원만 참석한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지 8일 만에 대통령이 가족을 향한 특검 수사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은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지만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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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거부권 정국'이 시작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영부인 특검법'이 야당 의원만 참석한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지 8일 만에 대통령이 가족을 향한 특검 수사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정책 사례와는 성격도 다르다. 총선을 불과 석 달여 앞둔 시점, 가족 수사 거부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 야당의 법적 대응 등 변수가 많다. 이미 총선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통령실로서는 최대 악재를 떠안게 된 셈이다.
대통령을 타깃으로 정부·여당 전체를 흔들려던 야권의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를 '대통령 권한의 사적 남용'이라는 프레임에 가둔 것을 넘어서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는 '제2부속실 설치'라는 새 논란까지 끌어들였다. 여파로 지난 주말에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대통령실 진입을 시도하는 불필요한 소모전까지 발생했다.
대통령실의 주장을 들어보면 거부권 행사의 이유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총선 기간 친야 성향의 특검이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선용 악법'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김건희 특검법' 자체로 대통령을 흔들어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야당의 정치 공세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드러난 대목도 없지는 않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 올리며 "검찰은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히지 않고 시간 끌기 수사, 봐주기 수사를 반복하면서 위법 행위에 눈 감고 있다"는 시점에 어긋난 이유를 달았다.
이 사안의 핵심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은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친문 검찰이 2년간 수사했음에도 혐의를 찾지 못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까지 직접 나서 "12년 전 결혼하기 전 일로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함으로써 재판받는 관련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뿐"이라고 일갈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원인은 분명 윤 대통령에게 있다. 정부 출범 후 '영부인 리스크'는 여러 차례 반복되며 예견됐던 사안이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제도적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논란이 생길 때마다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어물쩍 넘기는 상황만 연출됐다. 국민들은 대답을 기다리는데,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해왔다.
그 사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해외 순방 명품 쇼핑에 이어 최근에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까지 불거져 대통령실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의구심이 커지는 데 국민 반발을 스스로 키운 셈으로 여론은 '김 여사 특검 촉구' 쪽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절반 이상은 '윤석열 대통령은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이지만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앞서 법안 이송을 대비해 국무회의 시간까지 변경하고, 정부로 이송된 지 하루 만에 임시 국무회의를 연 과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도 여전히 많다. 지금이라도 고민하겠다며 내놓은 대안식의 '제2부속실 설치'는 또다시 미봉책에 그칠 게 뻔하다.
민주당 역시 '총선용 기획 특검'을 앞세운 여론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된 법률안이 본회의에 즉시 재표결됐던 전례와 달리, 권한쟁의 청구를 빌미로 재표결을 미루는 것도 '김 여사 리스크'를 총선까지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현재 국민들이 정치권에 원하는 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와 야당의 정당한 견제권 행사다. / 정치부 배경환 차장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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