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도에 세 살배기 데리고 나갔다가 참변…북극 폭발 여파에 신음하는 유럽

방제일 2024. 1. 8. 10:2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일부 지역 영하50도 기록
북유럽 정전·교통 마비로 대혼란
전기 끊기고 난방 시스템 마비도

유럽이 '북극 폭발'로 불리는 역대급 한파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이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는 기록적인 한파에 안타까운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북극 폭발(arctic blast)은 서구권에서 극지방의 찬 공기가 갑작스럽고 매우 강하게 침투하는 현상을 말한다. 지난 6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전날 러시아 북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주에서 조부모와 산책하고 돌아온 3세 아이가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언론은 아이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잠정적으로는 낮은 기온으로 인한 급성 알레르기"라고 보도했다.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시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였던 지난 4일 지역난방 시스템이 파열을 일으켜 아파트 건물 173채와 시립병원의 난방이 끊겼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수도 모스크바가 위치한 러시아 서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여러 차례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졌다. 평시 해당 지역의 1월 초 평균 기온은 영하 10도 수준이다. 모스크바는 최근 영하 27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7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강추위는 인프라도 마비시켰다. 모스크바 인근 포돌스크시에서는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였던 지난 4일 지역난방 시스템이 파열을 일으켜 아파트 건물 173채와 시립병원의 난방이 끊겼다.

한파로 몸살 앓고 있는 북유럽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에논테키오 지역 기온은 지난 5일 영하 44.3도로 나타났으며, 핀란드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얼기도 했다. [사진출처=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뿐 아니라 북유럽 대부분 국가도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의 에논테키오 지역 기온은 지난 5일 영하 44.3도로 나타났으며, 핀란드 일부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얼기도 했다. 이는 25년 만의 최저 기온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일 핀란드 라플란드 지역에서 한 남성이 끓는 물을 공중에 뿌리자 물이 바로 얼어붙는 장면을 소개했다. 당시 기온은 영하 30도였다.

평년을 밑도는 이례적 한파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요금도 폭등했다. 지난 5일 핀란드의 평균 전력 가격은 ㎿h당 890.53유로로, 직전 최고치인 2010년 505.68유로를 한참 웃돌았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주에 기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핀란드 경제부는 "현물 계약을 맺은 고객의 경우, 전기요금이 평균 하루치 요금의 20배 비쌀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핀란드 당국은 시민들에게 정전 방지를 위해 전력 수요가 최고인 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절약하라고 당부했고 현지 가스 공급사 가스그리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긴급히 추가 주문할 방침이다.

핀란드뿐 아니라 북유럽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스웨덴 공영 라디오는 현지 기온이 영하 38℃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영향으로 4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남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도로 결빙·폐쇄로 귀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도로 위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인근 실내 경기장으로 대피했다. 덴마크에서는 서부와 북부에 강풍과 눈이 불어닥쳤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핀란드뿐 아니라 북유럽의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스웨덴 공영 라디오는 현지 기온이 영하 38도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영향으로 4000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남부 지역에서는 도로 결빙·폐쇄로 귀가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도로 위 차 안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인근 실내 경기장으로 대피했다. 덴마크에서는 서부와 북부에 강풍과 눈이 불어닥쳤다. 경찰은 "불필요한 여행을 피하라"라고 운전자들에게 권고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와 덴마크 코펜하겐을 왕복하는 여객선 크라운 시웨이호는 한파 영향으로 지난 3일 코펜하겐에 정박하지 못했다. 승객 900여명은 오레순 해협 위에서 밤을 보낸 뒤 이날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서유럽은 폭우로 인한 홍수주의보 내려져
북유럽이 기록적인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유럽은 폭우로 인한 홍수로 인한 피해를 입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5일부터 밤새 쏟아진 폭우로 이날 오전 기준 전역에 300여건의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사진출처=AFP·연합뉴스]

북유럽이 기록적인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서유럽은 폭우로 인한 홍수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 영국에서는 지난 5일부터 밤새 쏟아진 폭우로 이날 오전 기준 전역에 300여건의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홍수경보가 발령된 지역도 수백곳으로, 당국은 지난 주말부터 약 5일 동안 런던을 지나가는 템스강 일부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강이 범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맘때 영국에서 비가 내리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불안정한 상태의 폭풍우가 영국 남부를 강타하며 엄청난 양의 비를 몰고 왔다. 이로 인해 영국 각지에서 기차 운행이 멈췄으며 런던에서는 지난 4일부터 홍수로 길이 물에 잠겨 최소 50여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울러 지난해 연말 이미 홍수로 큰 피해를 보았던 프랑스의 북부 마을은 피해를 복구할 새도 없이 새해부터 다시 물에 잠겼다. 가장 피해가 큰 북부 파드칼레 지역에서는 최소 2만가구가 홍수 피해를 보았으며 지역 소방 당국에는 일주일 새 700여건의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하천 범람 우려로 인해 파드칼레 당국은 8일 연휴를 끝내고 개교 예정이었던 학교 13곳에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지난 주말 프랑스 라디오 방송에서 "최근 반복되는 홍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다"며 "이제 매년 여름에는 화재가, 겨울에는 홍수가 더 자주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