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태영 ‘추가 자구안’ 마련하면 워크아웃 청신호

유제훈 2024. 1. 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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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890억원 태영건설에 납입
TY홀딩스 담보 제공 등
추가 자구안도 검토 중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서
75% 동의하면 4개월 유예

태영그룹이 정부·채권단과의 씨름 끝에 '4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기로 하면서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청신호가 켜졌다. 금융권에선 이후 태영그룹이 만족할 만한 추가 자구안을 마련할 경우 오는 11일 금융채권자협의회서 워크아웃 개시 결정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문제 등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채권자 설명회를 마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설명회에서 경영진의 실책을 인정하고, 워크아웃 동의 등을 요청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자구안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앞서 KDB산업은행과 워크아웃 신청 전 협의한 이른바 4대 자구안을 모두 이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자구안이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1549억원) 태영건설 지원 ▲에코비트 매각 및 매각대금 태영건설 지원 ▲블루원 지분 담보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 싸이로(62.5%) 담보제공 등이다.

태영그룹은 앞서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1549억원) 중 890억원을 자회사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하면서 자구안 미이행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산업은행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나서 "남의 뼈를 깎는 자구안"이라고 혹평하며 주말까지 자구안 이행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태영그룹을 압박했다.

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태영그룹은 일단 백기를 들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TY홀딩스 채무 해소에 사용됐던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하는 한편 나머지 자구안에도 확약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엔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구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던 딸의 지분 매각 대금(513억원)도 이에 활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은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여하는 이른바 F4(Financial 4) 회의에서 "태영그룹 측이 워크아웃 신청 당시 제출한 4가지 자구안에 대해 이행 약속을 하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으며, 채권단은 이를 기초로 계속해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그룹이 기존 4대 자구안을 이행키로 하면서 워크아웃은 '추가 자구안'이란 관문만을 남겨둔 상태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윤세영 창업회장 등이 보유한 지주회사 TY홀딩스의 대주주 지분(33.7%)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태영그룹 측은 이를 포함한 추가 자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이 도출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출발지는 오는 11일 개최될 금융채권자협의회다. 이날 회의에선 ▲협의회 구성 ▲공동관리 절차 개시 ▲채권행사 유예 여부 및 유예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기준 등이 논의된다. 협의회에서 채권자 75%(신용 공여액 기준)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하면 태영건설에 대한 채권행사는 최대 4개월간 유예된다.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되면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부채 실사와 기업개선계획 작성 등을 진행한다. 최대 4개월에 걸쳐 구성되는 기업개선 계획엔 통상 ▲PF 사업장 처리방안 ▲재무구조 개선방안 ▲유동성 조달방안 ▲회사 경영계획 및 경영관리 방안 등이 담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필요에 따라 여러 차례 협의회를 열어 현안을 논의하고 처리방안을 결의하는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기업개선계획이 예정과 같이 수립되면 잠정적으로 오는 4월11일쯤 2차 협의회에서 기업개선계획 결의 여부가 결정된다. 워크아웃 개시일로부터 3개월 이내 결의하는 것이 원칙이며,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태영건설과 채권단 사이의 기업개선계획 이행 약정 체결은 2차 결의일로부터 1개월 이내인 5월11일께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후엔 기업개선계획 이행 등 채권단의 공동관리 절차가 진행된다.

최 부총리는 "태영그룹이 이미 제시한 4대 자구안을 조속히 이행하는 한편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의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며 "채권단 역시 태영그룹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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