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연패 늪' 페퍼저축은행, '선택과 집중' 필요
[양형석 기자]
흥국생명이 새해 들어 연승을 달리며 선두 현대건설을 향한 추격을 이어갔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7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3-25,27-25,25-16,25-22)로 승리했다. 1세트를 내주고 2세트에서도 패색이 짙었던 흥국생명은 극적인 역전으로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승점 3점을 획득, 선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의 승점 차이를 3점으로 줄였다(17승5패).
흥국생명은 '여제' 김연경이 58.14%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27득점을 기록했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가 21득점, 레이나 토코쿠가 15득점을 올리는 등 '삼각편대'가 고른 활약을 펼치며 흥국생명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편 2세트 후반까지 흥국생명에게 22-14로 크게 앞서며 절호의 연패탈출기회를 잡았던 페퍼저축은행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또 한 번 무너지면서 연패숫자가 '14'까지 늘어나고 말았다.
▲ 페퍼저축은행이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박정아의 활약은 아직 구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챔프전 우승의 주역이자 V리그 정상급 공격수 박정아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한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0월 19일 '디펜딩 챔피언' 도로공사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이후 4연패를 당하던 페퍼저축은행은 11월 10일 1라운드에서 5승1패를 기록했던 GS칼텍스 KIXX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면서 시즌 개막 7경기에서 2승5패의 성적을 올렸다.
페퍼저축은행이 시즌 개막 7경기 만에 2승을 따냈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결과였다.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17연패를 당했던 지난 시즌 23번째 경기에 시즌 2승째를 따냈고 2021-2022 시즌 역시 개막 24경기 만에 간신히 시즌 2승을 거둘 수 있었다. 상대에게 간단히 승점 3점을 헌납하던 앞선 두 시즌과 비교해 보면 개막 2경기에서 두 번의 승리와 함께 세 번이나 풀세트 경기를 치른 이번 시즌은 분명 희망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느덧 시즌이 반환점을 돌고 갑진년 새해가 밝았음에도 아직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3번째 승리는 찾아오지 않았다.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1월 15일 2라운드 도로공사전을 시작으로 7일 4라운드 흥국생명전까지 14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12월 1일 흥국생명과의 2라운드 경기와 12월22일 도로공사와의 3라운드 경기에서 풀세트 경기를 펼치며 승점 2점을 추가한 것이 페퍼저축은행이 쌓은 성과였다.
7일까지 21경기를 치른 페퍼저축은행은 2승 19패의 성적으로 이번 시즌 승점 7점을 적립하는 데 그쳤다.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가운데 6위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도 12점으로 벌어져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최하위 탈출을 목표로 해야 하는데 4라운드 3경기에서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한 페퍼저축은행의 전력을 고려하면 꼴찌탈출보다 연패 마감을 1차 목표로 삼는 게 더욱 현실적이다.
페퍼저축은행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불안한 서브 리시브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28.56%의 팀 리시브 효율로 7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30%가 채 되지 않는 리시브 효율을 기록 중이다. 세터에게 정확한 리시브가 올라가지 않으면 세터는 구상한 작전을 사용하지 못하고 양 날개를 활용한 단순한 오픈 공격 밖에 시도할 수 없다. 그만큼 상대 블로킹과 수비는 더욱 효과적으로 페퍼저축은행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준비할 수 있다.
▲ 지난 두 시즌 동안 선두 현대건설에서 활약하던 야스민은 이번 시즌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다. |
ⓒ 한국배구연맹 |
연패가 길어지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조 트린지 감독도 연패탈출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라운드부터는 염어르헝 대신 하혜진을 주전 미들블로커로 기용하고 있고 이고은 세터 역시 수시로 박사랑 세터로 교체해 주면서 높이를 강화하고 토스에 변화를 줬다. 최근에는 아웃사이드히터 자리에 프로 3년 차 박은서의 출전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좋은 공격과 서브를 가지고 있는 박은서는 리시브와 수비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번 시즌 V리그 여자부에서 가장 높은 연봉총액 7억5000만 원을 받는 박정아는 최근 이한비 대신 페퍼저축은행의 새 주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박정아는 이번 시즌 21경기에서 32.11%의 성공률로 253득점으로 득점 13위(국내 선수 5위)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13.22%의 불안한 리시브 효율로 상대의 목적타 서브에 희생양이 될 때가 많아 공격리듬까지 함께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국내 선수들의 아쉬운 활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는 홀로 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현대건설의 선두질주를 이끌다가 허리 수술 이후 이번 시즌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야스민은 득점 공동 4위(481점)와 공격성공률 8위(41.94%)에 올라있다. 여기에 야스민은 블로킹 부문에서도 5위(세트당0.58개)를 달리면서 페퍼저축은행의 '외로운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후반기, 그리고 새해 들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여자부의 순위경쟁 역시 페퍼저축은행의 연패탈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한창 중·상위권에서 순위경쟁을 하고 있는 팀들은 최약체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반드시 승점 3점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페퍼저축은행을 만나면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에 임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강자의 방심'을 파고들어 승리를 노리기에도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이 연패탈출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선택과 집중'이다. 매 경기 전력을 쏟아내다가 체력과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기 보다는 확실한 타깃을 정해놓고 더욱 집중력을 발휘해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4라운드에서는 오는 19일 김천에서 만나게 되는 도로공사가 '선택과 집중'을 하기 적절한 상대다. 과연 페퍼저축은행은 여자부 최다연패 기록(21연패)에 다가가기 전까지 길었던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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