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전시] 최용대 '내면의 언어'·갑진(甲辰),진채! 外
최용대 '내면의 언어'-김춘수 시인 20주기 맞춰 기획
'하찮은 사진들' - 해체된 사진 다양하게 열린 해석
편집자주 - 이주의 전시는 전국 각지의 전시 중 한 주간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전시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진채연구소 세화전 ‘갑진(甲辰), 진채!’ =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맞아 진채연구소 작가 100여명의 세화전 ‘갑진(甲辰), 진채!’가 15일까지 갤러리 그림손에서 열린다.
‘진채眞彩’란 채색화를 이야기하는 고유한 우리말로, 1783년 정조가 자비대령화원을 선발할 때 출제한 시험에서 ‘담채 2장, 진채 2장을 그려내라’고 했다는 기록에서도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진채는 비단에 광물질 물감, 즉 보석 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해 우아하면서도 화사한 색감이 특징으로 재료 특성상 왕가와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해온 귀한 그림이었다.
비단과 석채 등의 재료를 구하기 쉬워진 최근에도 진채를 익히는 데 상당한 수련 기간이 필요한 만큼 한국 화가로 활동 중인 정해진 작가가 운영하는 ‘진채연구소’는 다양한 연구와 교육을 진행하며 매년 세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세화는 조선시대에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로 왕과 신하들이 서로 주고받던 그림으로, 청룡의 해인 올해는 ‘갑진(甲辰), 진채!’라는 주제로 모두가 공들여온 값진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갑진년(甲辰年)은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을 의미하는 해로 육십 간지의 41번째 해다.
20대에서 7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으로 구성된 진채연구소 회원들은 주부,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퇴직 후 취미 삼아 다니는 이들까지 그 배경과 그림을 배우려는 목적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매년 세화전 개최를 목표로 공통된 주제로 작업할 때만큼은 평소 자신의 그림을 그리던 것을 내려놓고 타인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마음으로 뜻을 모은다고 한다.
진채연구소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강북삼성병원의 ‘중증 환자를 위한 New Life 의료 지원 사업’에 세화전 수익금 일부를 기부한다. 2월까지 강북삼성병원 로비의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서도 전시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그림손.
▲최용대 개인전 'Inner Language:내면의 언어' = 갤러리 반디트라소는 오는 10일부터 최용대 작가의 개인전 'Inner Language:내면의 언어' 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춘수 시인 타계 20주기를 맞아 출간될 김춘수 시화집 '꽃인 듯 눈물인 듯'과 함께 기획됐다.
1999년 처음 시작된 김춘수 시인과 작가의 인연은 2001년 시·판화집, 2005년 유고작 시화집 출간 작업으로 이어졌다. 20년의 시간을 관통해 김춘수 시인의 시와 작가의 그림을 함께 녹여낸 시화집이 우여곡절을 거쳐 완전한 완성본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김 시인이 작고하신 지 20주기에 되는 해에 맞춰 다시 세상에 내보이는 책 '꽃인 듯 눈물인 듯'은 2005년 당시 유고작으로 출간됐다. 당시 시와 그림이 완전히 하나로 융합된 문학적 실험으로서의 시화집이라는 김춘수 선생님의 기획 의도가 제대로 담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기획자와 출판사로부터 책을 ‘완성본’으로 다시 출간해야 한다는 제안에 작가는 흔쾌히 응하며 전시가 함께 이뤄지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가의 신작 30여점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 작업한 작품들로 오랫동안 작업했던 ‘숲’ 시리즈에서 벗어나 내면에 잠재돼 있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유롭게 그려낸 작업이다. 그는 20여년간 '숲 LA FORET' 이라는 주제로 작업해 왔다. 삶과 죽음 사이의 존재와 부재를 표현함에 많은 시간을 수행자처럼 정진하듯 작업해 왔고 자연을 주제로 설치 작업에도 몰두해 왔다. 그런 그가 이제 ‘숲’을 떠났다. 관념의 틀을 벗어나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추상적인 작업으로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화면 안에 스퀴즈를 사용하거나 더러 붓과 함께 혹은 붓만 쓰기도 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의 신체는 직접적으로 화폭에 밀착되면서 관객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캔버스의 화면은 스퀴즈 기법, 혹은 붓질로 남긴 화면들을 다시 물감의 층으로 균일하게 덮거나 헝겊으로 닦아 내거나, 혹은 물티슈를 이용해 문지른다. 이는 '숲' 연작의 블러링 효과와 유사하나, 최근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를 보다 더 밀고 나간 작업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숲'에서 '내면의 언어'에 관심을 옮기는 것에 대해 작가는 "그동안 가져야 했고 고집해왔던 개념이나 철학, 형식 등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스스로 만들어 놓은 관념의 틀에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은 까닭"이라고 말한다. 전시는 10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성북구 성북로 갤러리 반디트라소.
▲하찮은 사진들展 The Editor’s Eye = 사진미술공유공간 Space22는 김진영, 박동준, 박희자, 이언경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하찮은 사진들 The Editor’s Eye'를 선보인다.
전시는 에디터로 활동 중인 기획자 박이현이 현장에서 일하며 보고 느낀 단상들 혹은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진을 마주할 수 있는 오늘날, 멀끔하게 촬영한 피사체를 프린트해 디아섹이나 원목 액자에 넣는 일종의 전시 클리셰가 이야기하는, 사진이 전달하는 메시지가 여전히 절대적인지에 기획자는 의문을 품는다.
그는 사진의 객관성이란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또 사진 문화에서 레퍼런스 활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바탕으로 동시대 사진이 우리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 공개되는 채널 혹은 플랫폼에 영향을 받는 사진의 목적과 의도 등을 생각해보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한다.
기획 의도에 따라 전시는 사진의 예술적·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기보다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 기획자는 작가들 사진에 존재하는 연결고리를 끊어낸 다음, 다른 사진과 엮어 위에서 언급한 단상들 혹은 의문점을 표현하는 내러티브를 만들었다.
전시를 보며 누군가의 개입으로 해체된 사진이 태생적 위상과 비교해 하찮아지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관객은 스스로 생각하며 다양한 해석을 더할 수 있다. 전시는 9일부터 2월 2일까지,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사진미술공유공간 스페이스22 강남.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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