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손해?…ETF 급성장에도 웃지 못하는 운용사들

노성인 2024. 1. 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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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120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자산운용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지난 3분기 말 수수료 수익은 9854억원으로 집계됐다.

급격히 불어난 ETF 시장이 오히려 운용사들의 수익에는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2년 말(79조원)과 대비 54.2% 불어난 121조원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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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120조 시대…펀드 수수료 수익은↓
작년 11월 국내 펀드 총보수 0.43% 불과
“보수 인하로 전체 수익성 더 악화될 수도”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 전경. ⓒ연합뉴스

최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120조원대를 넘어서는 등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자산운용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는 모양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의 지난 3분기 말 수수료 수익은 9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대비 370억원(3.6%) 감소한 것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85억원(4.7%)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수수료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펀드 수수료는 7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억원(0.1%) 감소했다.

급격히 불어난 ETF 시장이 오히려 운용사들의 수익에는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2022년 말(79조원)과 대비 54.2% 불어난 121조원으로 성장했다. 작년 한 해에만 신규 상장한 ETF는 총 160개로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문제는 운용사의 수익성 지표는 이와 반대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펀드 총보수(TER)가 0.43%로 지난 2022년 말(0.50%)보다 0.07%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표는 올해 초 사상 처음으로 0.5% 아래로 내려간 이후에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펀드 TER은 운용과 판매보수, 수탁료에다 회계감사비, 세금 등 기타 관리비용까지 합한 총 보수가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운용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최근 ETF 시장의 중심이 주식형 ETF보다 운용 보수가 낮은 채권형 ETF로 쏠린 가운데 과거 수익에 큰 기여를 했던 테마 ETF들도 업계 내 경쟁도 과열되면서 보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펀드 보수비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며 “펀드 보수가 줄어든 건 채권형 ETF 등에서 보수 비용을 낮춰 판매를 늘리려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미국30년국채액티브도 보수가 0.05%로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사 상품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30년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도 0.25%로 전 세계 미국채 30년 레버리지 ETF 상품 중 최저 수준이다

고질적인 ‘베끼기 출시’ 문제도 운용사들이 보수 인하에만 매달 수밖에 없는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4월 출시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2차전지소부장’ ETF의 경우 당시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산업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상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에 상장 당일에만 84억의 개인 순매수가 몰리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다만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 등 비슷한 테마의 ETF들이 줄줄이 상장하면서 최초 출시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운용사들이 보수를 낮추고 마케팅에 집중해서 일단 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이는 향후 궁극적으로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사나 중소형사나 ETF로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상품의 아이디어가 아닌 보수 인하 경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업계 전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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